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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겨나는 한승수 총리 "사람 죽이고 조문이냐?"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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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는 24일 새벽까지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발길을 돌려야 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악연을 가진 인사들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조문을 저지하여 되돌아 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조문을 저지하여 되돌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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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3일 저녁 7시 30분쯤 대절한 버스를 타고 문상을 위해  봉하마을에 도착했지만,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제 와서 조문이냐"며 그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에서 내린 지 1분도 안 돼 이 총재는 다시 버스에 올랐고,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버스에 물병과 계란을 던졌다.  버스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 전 총재를 태우고 봉하마을을 떠났다.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때 노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붙었다가 패배한 뒤 정계를 은퇴했었다. 그는 야인시절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해 비판했으며, 자유선진당 창당 이후에도 "전형적 친북좌파 정권"이라고 공격했다.

이날 밤 9시 50분경 봉하마을을 찾은 한승수 전 총리도 조문을 하지 못했다. 한 총리는 빈소에서 500여m 떨어진 마을 입구까지 왔으나 문상을 하지 못하고 타고 온 버스 안에서 문재인·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야 했다. 마을 입구에선 노사모 회원 등 수백 명 사람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 훌라훌라" "한승수는 물러가라 훌라훌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살의 길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를 이끌고 있는 한 총리가 정상적인 조문을 하기는 어려웠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3일 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봉하마을에 들어서려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저지되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23일 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봉하마을에 들어서려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저지되어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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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저녁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에게 저지되어 되돌아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저녁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조문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서자 시민들에게 저지되어 되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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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이 조문을 하지 못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됐던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의 지킴이로 두 번의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참여정부 황태자'라고까지 불렸던 그였다. (정동영 의원은 24일 오전에 다시 찾아와 조문을 진행했다)

왕년에는 정 의원의 동지이기도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배신자'라며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해체과정을 둘러싼 노 전 대통령과 정 의원의 갈등은 깊었다.

2007년 10월 정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된 뒤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와의 화해는 왜 당을 깼는지에 대해서부터 들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봉하마을 조문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조문에 나서는 것이 격에 맞지만, 봉하마을이 격앙돼 있는 상황에서 격한 반발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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