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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곡선미가 살아있는 봄날의 보성차밭.
 유연한 곡선미가 살아있는 봄날의 보성차밭.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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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하면서도 볼륨 있는 몸매를 보고 우리는 'S라인이다, 곡선미가 살아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건 당연지사. 사람 몸매는 아니지만 그 곡선미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도 있다. 언제 봐도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요즘엔 특히 봄물이 잔뜩 올라 싱그러운 곳, 남도땅 보성의 차밭이다.

'차밭하면 보성, 보성하면 차밭'을 떠올리는 게 등식이 됐을 정도로 보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차밭이다. 해마다 200여 만 명이 다녀갈 정도이다. 산비탈 능선을 따라 열을 맞춘 차나무들이 판소리 가락의 높낮이처럼 휘감아 도는 풍경은 여행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에 서면 누구나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와 영화, CF의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보성에 차밭이 조성된 것은 일제시대인 1930년대 후반. 30㏊가 조성된 이후 면적을 계속 늘려갔다. 활성산 일대의 기온이 연중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새벽이면 안개가 자주 껴 수분 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근래엔 녹차가 현대인의 건강과 미용에 특효가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여기에 웰빙 열풍이 더해지면서 수요가 늘면서 차 재배농가도 증가했다. 현재 보성군내에선 1300여 농가에서 1030여㏊에 차를 재배하고 있다. 녹차 생산량은 전국의 40%에 이른다. '녹차수도'라 일컬어도 무방할 정도다.

보성의 아낙들이 차밭에서 찻잎을 채취하고 있다.
 보성의 아낙들이 차밭에서 찻잎을 채취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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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을 채취하던 아낙들이 차밭 삼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찻잎을 채취하던 아낙들이 차밭 삼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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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차, 세차, 발효차의 차이점은?

차(茶)는 색과 향, 맛이 뛰어난 것을 좋은 품질로 인정한다. 이것은 찻잎을 따는 시기와 시간, 환경조건, 만드는 방법, 보관방법, 우려내는 방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성장도의 찻잎일지라도 위치에 따라 성분이나 맛에서 차이가 난다. 하여 차는 맑은 날 새벽이슬이 덜 마른 때 딴 것을 으뜸으로 친다.

차는 차나무의 어린잎을 원료로 가공해 만든 음료이다. 제조 방법이나 시기, 발효 정도, 형태, 재배지역, 품종, 재배 방법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곡우를 전후해 딴 것을 '첫물차'라 하고 이후 두물차, 세물차, 끝물차로 나뉜다. 처서와 백로 사이에 따는 끝물차는 잎이 세고 커서 대부분 음료로 가공한다. 찻잎의 품질에 따라 세차, 중차, 대차, 막차로 구별하기도 한다.

찻잎을 채취하는 보성차밭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찻잎을 채취하는 보성차밭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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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의 발효 여부에 따라 불발효차, 반발효차, 발효차로 구분하기도 한다. 절반 정도 발효시킨 것을 우롱차라 하는데, 중국에서 즐겨 마신다. 85% 이상 발효시킨 차는 홍차라 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고 찻잎을 그대로 덖거나 쪄서 말린 것을 일컫는다. 찻잎의 모양과 엽록소가 변형되지 않게 수분만 건조시켜 만든 것이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은, 불발효차인 셈이다.

같은 차나무에서 딴 찻잎의 발효 여부에 따라 녹차와 우롱차, 홍차 등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우롱차나무와 홍차나무가 있고, 녹차나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하여 '녹차밭'이란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세상에 녹차밭은 없다. 차밭만 있을 뿐이다.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발효시키면 우롱차도 되고 홍차도 될 수 있다. 찻잎을 그대로 덖거나 쪄서 말리면 녹차가 된다. '녹차밭'이 아니고 '차밭', '보성녹차밭'이 아니고 '보성차밭'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채취한 찻잎을 만져보고 있다.
 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채취한 찻잎을 만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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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 발효에 따라 녹차·우롱차·홍차라 불린다

이 보성차밭에서 해마다 이맘때 다향제가 열린다. 올해는 8일부터 11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준비된다. 차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다신제를 비롯 한·중·일 차문화 교류전, 전국학생 차예절 경연, 전국 차음식 경연, 한국명차 선정대회, 차 만들기(제다) 경연, 다례 시연 그리고 다향 백일장과 사생대회 등이 펼쳐진다. 보성차 전시 할인전, 차 예복 전시, 친환경 유기녹차 생산 퍼포먼스, 발효차 전시체험 등 전시행사도 다채롭다.

체험프로그램도 푸짐하다. 찻잎 따기, 차 만들기를 비롯 녹차떡과 녹차김치, 녹차음식, 녹차초콜릿, 녹차비누 만들기 등이 있다. 차밭에서 하룻밤 야영생활을 해보는 차밭 추억캠프도 올해 처음 마련됐다. 판소리, 대북, 난타공연과 남사당 줄타기, 음악회, 퓨전악기, 포크송, 푸른음악회 등 보고 즐길거리도 지천이다.

일림산 철쭉이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풍경이다.
 일림산 철쭉이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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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과 가까운 일림산(667m)에선 다향제와 같은 기간 철쭉제도 열린다. 일림산은 보성군 웅치면과 회천면, 장흥군 안양면에 걸쳐 있으며, 보성과 장흥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철쭉군락은 400만㎡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연결되는 군락의 길이도 12㎞가 넘는다.

일림산 철쭉은 꽃이 붉고 선명한 것이 특징. 키도 성인만큼 크다. 꽃터널이 따로 없다. 산 정상에 서면 제암산과 월출산, 천관산, 팔영산, 무등산 등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관이 빼어나다. 득량만 쪽빛물결도 펼쳐진다. 꽃축제는 철쭉제와 철쭉길 탐방, 산사랑 리본 달기, 야생화 전시, 가족등반대회 등으로 치러진다.

차밭도 보고 철쭉도 보고. 보성은 참 좋은 봄여행지이다. 보성은 또 소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보성이 서편제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소리꾼인 박유전과 정응민의 덕이 크다. 정응민은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합친 보성소리를 탄생시킨 인물. 차밭에서 가까운 회천면 영천리에 정응민 선생 예적지와 기념비가 있다.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음색과 발성 기교를 습득했다는 득음정과 득음폭포도 차밭에서 가깝다. 제암산 자연휴양림과 율포 해변도 운치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였던 철다리. 벌교에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였던 철다리. 벌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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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까지 왔다면 <태백산맥> 현장도 보고 가야

보성하면 벌교도 빼놓을 수 없다. 벌교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실제 무대여서 소설 속 무대가 산재해 있다. 현부자네 집을 비롯 소화다리(부용교), 철다리, 횡갯다리(홍교) 등이 있다. 김범우 집과 중도방죽, 남도여관, 소화의 집, 회정리교회, 벌교역, 금융조합 등도 실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부자네집 앞에 문을 연 태백산맥문학관도 둘러보면 좋다.

벌교는 꼬막의 고장. 먹을거리도 푸짐하다. 꼬막음식이 삶은꼬막,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국 등 다양하다. 이것들을 모두 맛보기에는 꼬막정식이 좋다. 녹차 먹인 돼지고기인 녹돈과 청정바다에서 난 회도 맛있다. 녹차수제비 같은 녹차음식도 맛볼 수 있어 더 좋다.

보성차밭은 보성읍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하면 목포나들목에서 2번 국도를 타고 독천, 강진, 장흥을 거쳐 보성읍에 이른다. 호남고속국도를 이용할 땐 동광주나들목에서 화순을 거쳐 보성읍에 닿는다.

보성읍에서 회천 또는 율포해수욕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차밭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른편으로 대한다원과 봇재다원, 전망대인 다향각이 차례로 나온다. 다향각 아래 삼거리에서 우회전, 웅치면 방면으로 가면 대한2다원도 있다. 차밭 가운데 줄지어 선 삼나무 풍경이 독특하다.

S자로 굽어진 차밭 이랑. 뭇 사람들을 유혹하는 풍경이다.
 S자로 굽어진 차밭 이랑. 뭇 사람들을 유혹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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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보성차밭. 이랑마다 아낙들이 들어가 찻잎을 따고 있다.
 봄날의 보성차밭. 이랑마다 아낙들이 들어가 찻잎을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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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차밭, #보성차밭, #보성다향제, #일림산,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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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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