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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시대, 대량실업의 시대

경제위기 시대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세계경제의 침체가 심각하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80년대 형성된 신자유주의적 경제 패러다임이 30년만에 붕괴하며 세계경제는 깊고 오랜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제위기의 시대에는 일반적으로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며,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층의 확대가 나타난다고 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이번 경제위기는 실직과 저소득,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불안으로 빈곤층을 400만 명까지 늘릴 것으로 보고하였다.

문제는 이번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데 있다. 이미 여러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 2009년 3월 취업자수는 19만 5천명으로 1997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의 수도 지난 3월에 44만 5천명으로 고용보험이 생긴 이래 최대였다.

노동부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고용에 대한 주요 통계 현황이다.
▲ 고용서비스 주요 통계 노동부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고용에 대한 주요 통계 현황이다.
ⓒ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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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시대에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예산은 오히려 삭감

이와 같은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층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건강상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보건기구(WHO)는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이번 경제위기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전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에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예산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을 거꾸로 하고 있다. 정부 보건복지가족부 예산 중에서 '취약계층 보건의료 지원'을 위한 예산액은 2008년 3조 9300억원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3조 6754억원으로 6.5% 줄어들었다. 반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의료산업육성'이라는 명목으로 2008년에 비해 50% 이상 증액하였다.

취약계층의 보건의료 지원, 공공보건의료 확충 예산은 삭감된 반면, 의료산업 육성예산은 늘었다.
 취약계층의 보건의료 지원, 공공보건의료 확충 예산은 삭감된 반면, 의료산업 육성예산은 늘었다.
ⓒ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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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심의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긴급복지사업'에서만 약 1,500억원을 삭감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지난 4월 20일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심의하였는데 그 결과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이 약 1500억원 삭감되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지난 4월 20일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심의하였는데 그 결과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이 약 1500억원 삭감되었다.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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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정책 추진 멈추고, 가난한 환자 삶 보장해야

더욱 문제인 것은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의료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기대다. 미국의 경험이나 전세계 보건경제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영리법인 병원은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만들며, 이윤추구 행태로 인하여 의료의 질 또한 비영리법인 병원에 비해 좋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논박을 하는 것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이러한 '영리법인 병원' 허용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두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영리법인 병원'을 밀어붙여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이런 논쟁으로 인하여 정작 경제위기의 시대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으로 필요한 논의는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결국 MB정부는 사회적 '실익'이 모호한 영리법인병원 논쟁에 매달리느라 정작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국민의료이용에 대한 논의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MB정부와 우리 사회에 제안하고자 한다. 영리법인 병원 등 의료민영화와 관련한 제도 추진을 중단하자. 이와 관련한 논쟁을 멈추자. 그리고 길고 어두운 경제침체의 시기에 사회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며, 취약계층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처방안을 논의하는데 집중하자.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등 의료보장제도를 개선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보건의료분야에 정부예산 등 공공재정을 투입하여 간병인의 제도화 등을 추진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논의하자. 보건의료는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며, 사회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활용하자.

경제위기의 시대, 가난한 환자들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적절한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시대를 잘못 만나면 꽃을 피우지 못하며,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적절한 정책을 세우지 못하면 국민이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MB정부가 지금 고민해야 할 정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돌아 보길 바란다.

'의료민영화'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만드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경제위기의 시대, 가난한 환자들의 삶은 계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하기 위한 논의에 우리 사회의 모든 힘을 모아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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