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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은 사랑의 계절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선남선녀가 짝을 찾아 결혼을 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알콩달콩 살아가듯이 동물들의 세계도 그렇습니다. 물오른 나뭇가지 위에 새순이 돋고 연둣빛 이파리가 점점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면 백로마을 뒷산에도 백로와 왜가리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갑니다.

 

갖은 애교로 구애작전을 하고 열렬한 사랑을 나누고 결실을 맺어 알을 낳고 품어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내와 정성으로 새끼가 태어나면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웁니다. 이들의 감동적인 사랑과 가족애를 보기위해 경기도 이천군 장호원읍에 있는 왜가리, 백로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주민 박성훈(69)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언제쯤 새들이 이곳으로 날아와 둥지를 트나요?

"구정이 지나고 15~20일 정도 지나면 왜가리들이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맘때쯤이면 온산을 하얗게 뒤덮은 백로와 왜가리들이 먹이를 물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기위해 집 뒤 야산으로 날아 힘찬 비행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지요.

 

새끼들이 태어나면 부부가 교대로 먹이를 물어다 주곤 한답니다. 그 정성이 대단하지요. 20년 전만 해도 마당에 나와 있으면 뱀이나 개구리, 물고기 등을 입에 물고 집 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요즈음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뭘 물어다 주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미물에 지나지 않는 동물들도 가족애가 대단합니다. 알을 품고 있을 때 인기척이 나면 잠시 날았다가 다시 되돌아오지만 새끼를 낳고 나면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답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죠. "

 

- 새들 때문에 피해를 보신적은 없나요?

"60~70년대에는 먹을 것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아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백로 알을 꺼내다가 삶아먹곤 했어요. 왜가리는 둥지를 높은 나무위에 틀어 알을 낳지만 백로들은 낮은 나무 둥지위에도 알을 낳거든요. 아이들이 알을 꺼내려 산에 올라가면 백로들이 한꺼번에 집 위로 날아오르는데 장관이었지요.

 

백로들이 날아오르면서 배설물을 한꺼번에 싸고 가기 때문에 장독대를 열어 놓을 수가 없었어요. 새끼가 태어나고 난 다음 버려지는 껍질에서  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곤혹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인지 모기도 유난히 많았답니다. 신기하게도 달 밝은 밤이면 새들이 밤새 소리를 내며 울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답니다.

 

온 마을 야산이 새들의 천국이었는데 요즈음에는 공해 때문인지 예전에 3분의1도 오지 않는 것 같아요. 마을 3개의 산에 백로들이 하얗게 내려 앉아 새끼들을 키우고 함께 날아갔는데 요즈음에는 우리 집 뒤편에만 서식을 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공해로 인해 환경이 나빠졌다는 거겠지요. 장독대를 열어놓지 못하고 모기가 극성을 부려도 그때가 그립습니다."

 

- 몇 종류의 새들이 이곳에서 번식을 하고 날아가는지요?

"백로, 황로, 왜가리 세 종류의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살았답니다. 요즈음에는 황로는 보이지 않고 백로와 왜가리만 볼 수 있어요. 아마도 공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가리가 먼저 날아와 새끼를 키우고 다 자라면 먼저 날아가고 다음에 백로가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고 8~9월경이면 모두 날아갑니다."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왜가리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구애작전을 펼친 뒤 진한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건너편에는 먼저 입주해 가정을 꾸미고 사랑을 하고 그 결실인 새끼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왜가리부부도 있습니다.

 

 

 

먹이를 물고 온 부부는 서로 수고했다며 입을 맞대고 사랑표현을 합니다. 감동적입니다. 새들이 번식을 하기 시작할 때는 굉장히 예민해지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 갈수가 없으니 멀리서 위장을 하고 잠복근무 태세를 갖춰야 하고 새들의 아름다운 사랑행위를 보려거든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태그:#왜가리,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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