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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산어시장에는 봄멸치가 한창이다.
▲ 싱싱한 봄멸치 지금 마산어시장에는 봄멸치가 한창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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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자칫 나른해지기 쉬운 때다. 덩달아 입맛도 깔깔해진다. 그런 까닭에 여러 봄나물을 찾게 된다. 그만큼 봄나물의 향취가 잃었던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활력을 되찾아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쁜 일상을 쪼개가며 들로 산으로 봄나물을 찾아 나서기엔 겨를이 없다. 그래서 권하자면 봄철에는 봄멸치를 만나는 게 더 손쉽다. 

주말 마산어시장에 나가보니 봄멸치가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은 남해안 멸치는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산이 주류다. 근데도 은빛 자자한 몸통, 씨알이 굵고 살찌다. 대게 멸치하면 바짝 마른멸치를 떠올리겠지만, 부산 마산 사람들에게 멸치는 생물 그대로 만나 멸치가 진짜 멸치다. 갓 잡은 멸치는 회무침으로, 소금구이로, 조림으로 상추쌈과 거듭난다.

마산어시장에는 봄멸치가 한창

멸치를 '회로 먹는다'고 하면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봄 향기 가득한 이즈음, 뼈를 발라낸 큼직한 생멸치살에다 미나리·쑥갓·양파·쪽파·고추를 듬뿍 넣고 잘 익은 고추장·식초로 버무린 멸치회 무침.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씹으면 혀끝에 녹아드는 새콤달콤한 멸치의 싱싱한 육질. 깔끔하고 고소한 맛에 남녀노소 없이 반하고 만다. 때문에 싱싱한 멸치회 한 접시면 막걸리 한 동이는 거뜬히 비운다.

갓 잡아온 멸치가 여러 형태로 손질되어 있다.
▲ 멸치 좌판 갓 잡아온 멸치가 여러 형태로 손질되어 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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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봄에는 도다리회를 으뜸을 꼽는다. 하지만 남해안에서는 봄멸치회다. 두툼한 육질을 발라내어 초고추장에다 햇미나리와 버무린 멸치회는 살점이 달콤하고 연해서 봄날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볼락회가 고소하다면 멸치회는 초고추장의 새콤한 뒷맛이 어우러져 한층 감칠맛이 난다. 마산어시장에서 멸치회를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맛을 본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난다.

현재까지는 제주산 멸치가 대종을 이루고 있지만, 4월초순경이 대대적으로 잡히는 멸치는 이른바 회를 만들어 먹는 멸치는 일명 '봄멸'이다(실제 크기는 가운데 손가락 보다 약간 길다). 예전에는 봄에만 산란을 위하여 근해에 들어오는 멸치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배와 장비가 좋아져 먼 바다에서도 1년 내내 잡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멸치를 여전히 봄멸이라 부르고 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멸치회

멸치회는 이른 봄부터 9월까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3월에서 6월 사이에 먹는 멸치회가 가장 맛이 있다. 멸치회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 뒤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그러면 씹히는 듯 마는 듯 살캉한 멸치회무침에 입맛 돌고 새콤한 식초 맛과 부드러운 붉은 살점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멸치회의 맛은 싱싱한 생멸치를 고르는 데 있다.
▲ 멸치 손질 멸치회의 맛은 싱싱한 생멸치를 고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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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먼저 머리를 뗀다.
▲ 멸치 손질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먼저 머리를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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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다.
▲ 멸치 손질2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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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회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 뒤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 멸치회 무침 멸치회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싱싱한 생멸치를 골라 배를 갈라 뼈와 내장을 발라내고, 머리를 떼어낸 뒤 소쿠리에 담아 문질러 비늘을 제거한 뒤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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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회는 신선도와 비린내 제거가 생명. 또한 고추장과 식초 등 양념이 감칠맛을 좌우한다.  매운탕에는 방아 잎을 넣어야 제 맛이 나듯이, 멸치회에는 미나리와 배를 넣어야 궁합이 맞다. 비린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추와 깻잎, 미나리에 싸서 먹으면 개운하다.

멸치회와 더불어 멸치쌈도 일품

그리고 멸치회와 더불어 멸치쌈도 그 맛이 일품이다. 굵은 생멸치를 조려서 상추에 싸서 먹으면 봄여름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멸치의 뼈를 발라내고, 머리와 내장을 떼어내고, 비늘을 손으로 훑어서 벗겨내고 깨끗한 물로 이 씻은 다음, 바닥이 넓은 냄비에 물을 조금만 넣고 고춧가루와 진간장을 넣고 마늘을 찍어서 자작하게 조린다. 이것을 상치에 싸서 먹으면 그 맛이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멸치회는 원래 멸치잡이 어부들이 새참이나 조업 후 밥반찬으로 먹은 것으로부터 유래 되었다고 한다. 장어 통발배 선원들은 선상에서 작업을 할 때 장어국을 주 반찬으로 먹었지만, 멸치잡이 유자망 선원들은 멸치조림과 바가지에 무친 멸치회를 반찬으로 먹었다.

덧붙이는 글 | 멸치회의 참맛을 느껴보려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1997년 이후 해마다 4월말부터 5월 초순에 개최되는 ‘기장 멸치축제’를 찾으면 된다. 먹을거리만큼 볼거리도 많다. 기장은 우리나라 멸치의 60%를 수급하고 있다. 그만큼 멸치는 기장의 주요한 수산물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멸치회 무료시식회를 비롯하여 멸치털기와 멸치잡이 체험행사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태그:#봄멸치, #멸치회, #마산어시장, #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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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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