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우마 서먼, 콜린 퍼스, 제프리 딘 모건의 삼각관계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우마 서먼, 콜린 퍼스, 제프리 딘 모건의 삼각관계 로맨틱 코미디다.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최고 인기 연애상담프로 라디오 DJ로 모든 여자들의 연애를 쥐락펴락하는 러브 닥터 엠마 로이드(우마 서먼)는 잘 나가는 출판사 사장 리처드(콜린 퍼스)와 약혼한 상태다. 드디어 결혼을 결심하고 법적인 절차를 밟으려는 찰나, 엠마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듣도 보도 못한' 남자 이름이 떡하니 엠마 남편으로 혼인 신고가 돼있고, 따라서 자기는 이미 유부녀라는 게 아닌가?(그래서 이 영화 원제가 'The Accidental Husband'다. 우발적인 사고로 생긴 남편, 한 마디로 '돌발 남편'이랄까?)

이게 다 전산 착오라, 서류만 남편인 남자의 정정 사인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 엠마는 급기야 정부만 인정한 '서류상 남편'을 찾아간다.

뉴욕 변두리에 사는 소방관 패트릭(제프리 딘 모건)은 엠마를 만나자마자 하라는 '남편 아님' 사인은 안 하고 약을 올려 엠마를 만취하게 만들더니, 급기야 엠마의 웨딩 케이크 시식 장소까지 따라와 약혼자 리처드 흉내를 낸다.

그런데 이게 뭔가? 어째 죽이 너무 척척 잘 맞는다. 조짐이 좋지 않다. 더 안 좋은 조짐은 따로 있다. 패트릭이 일부러 엠마와 혼인 신고를 덜컥 해버린 거라면? 연애코치 엠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정작 자기 연애는 코치가 안 된다. 패트릭과 리처드 사이에 낀 엠마, 심심한 성공남이냐, 재미난 소방관이냐? 그것이 문제다.

심심한 성공남이냐, 재미난 소방관이냐?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엠마(우마 서먼)는 심심한 성공남(콜린 퍼스)와 재미난 소방관(제프리 딘 모건), 두 남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까?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엠마(우마 서먼)는 심심한 성공남(콜린 퍼스)와 재미난 소방관(제프리 딘 모건), 두 남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까?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이 영화 속 우마 서먼은 <킬빌>이나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차가우면서 이지적이고 그러면서 개성 강한 매력과 사뭇 다르다. 우마 서먼이 연기한 엠마는 라디오에서 연애 상담을 할 땐,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콕콕 찍어주고 '그 남자와 헤어져라' 싹둑 잘라주는 '똑똑이'지만 패트릭 앞에선 온갖 사고치고 또 치는 푼수데기다. 그 기럭지에 맞지 않게 허둥대는 게 귀여울 정도다.

이 영화의 주연은 사실 우마 서먼과 콜린 퍼스가 아니라, 우마 서먼과 축구광 소방관 패트릭을 연기한 제프리 딘 모건이다. 영화는 신사지만 심심한 리처드(콜린 퍼스)보다 거칠지만 흥미진진한 패트릭이 엠마와 부딪히고 깨지고 웃고 떠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만큼 제프리 딘 모건의 매력 발산 안성탕면 아니 안성맞춤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오만과 편견>으로 콜린 퍼스가 보유한 특유의 이미지, 예의는 바르지만 낯을 가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 다소 소심한 영국 신사 이미지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보통 남자라면 돌아버릴 상황에서도 분위기를 망칠까 조심하면서 신경질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건 비슷하지만, 고양이처럼 예의 차려 조금만 먹고 입을 '사사삭' 닦는 영국 신사가 아니라 평상시 멀쩡하다가도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약간 대책 없는 인물로 나온다.

그런데 제프리 딘 모건, 이 남자를 어디서 봤더라? 바로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다. 이제 기억났나? 금발머리 인턴 이지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려고 했지만, 끝내 이식할 심장을 구하지 못하고 죽어버려 이지를 오열하게 만들었던 그 매력남.

살아 생전 달콤하기가 쉬폰케이크 같아 그 드라마를 본 여자들 눈에 불꽃놀이를 일으켰던 이 남자,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죽어가면서도 이지에게 거액의 유산까지 남기는 자상함을 발휘해, 그 드라마를 보던 모든 여자들에게 '저런 남자 어디 없나?' 한숨짓게 만들었다. 여자들의 희망사항이 만들어낸 종합선물세트 같던 <그레이 아나토미> 그 남자가 바로 제프리 딘 모건이다.

제프리 딘 모건, 이 남자 어디서 봤더라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에서 소방관 패트릭을 연기한 제프리 딘 모건. 굽슬대는 머리 때문일까? 왠지 <꽃보다 남자> 구준표의 향기가?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에서 소방관 패트릭을 연기한 제프리 딘 모건. 굽슬대는 머리 때문일까? 왠지 <꽃보다 남자> 구준표의 향기가?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에서 패트릭으로 분한 제프리 딘 모건은 <그레이 아나토미> 이지뿐만 아니라 온갖 여자 시청자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미소를 조막만한 TV 화면이 아니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직업도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자유연애파 사만다가 '섹시한 로망'으로 그리던 그 직업, 바로 소방관이다. 패트릭은 일 없을 땐 축구장에서 씩씩 대며 달리고, 일할 땐 근사한 소방관 옷을 입고 근육질을 은근 과시하며 출동한다.

제프리 딘 모건은 최근 영화 <왓치맨>에도 등장한다. <왓치맨>에선 그 남자의 트레이드마크 같던 '자상한' 남자를 버리고 느끼한 매력을 풀풀 날리는 악당 '코미디언'으로 분했다. 살찐 조지 클루니 같은 이 남자, 할리우드 늦둥이로 잘 크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콜린 퍼스는 그를 빛내기 위한 배경용 소품으로 등장한 듯 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맘마미아>에 비하면 양반이다. <맘마미아>에서 콜린 퍼스가 보여준 그 모습, 망가진 바디라인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을 정도니까.

아무튼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명작 중에 명작은 아니지만,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뉴욕이라는 근사한 '백'을 달고, 킥킥대며 볼만큼 사랑스럽게 그려지는 건 틀림없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원하는 건, 맛있는 케이크를 같이 골라주고,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달콤한 미소로 바라봐주며, 때론 뜻밖에 기쁨을 안겨주는 이벤트도 필요하다는 걸 영화는 제프리 딘 모건의 매력을 십분 이용해 보여준다.

제프리 딘 모건뿐인가? 엠마의 아빠 포스가 단순한 조연을 넘어선다. 가만히 서 있어도 어찌나 멋진지, 나이든 노친네 매력이 저런 거구나 놀라고 감탄할 정도다. 더구나 딸의 연애에 배추 놔라 감자 놔라 끼어들지 않고 쿨하게 바라보며 은근히 받쳐주는데, 드는 생각이 바로 '나도 저런 아빠를 갖고 싶다'다. 그가 바로 연기파 배우 샘 쉐퍼드다. 거기다 이자벨라 로셀리니까지 깜짝 등장 한다.

화이트데이,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저 웨딩 케이크 시식 장면을 조심하라. 그림의 떡이다.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저 웨딩 케이크 시식 장면을 조심하라. 그림의 떡이다.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아무래도 이 영화는 화이트데이용, 데이트용 영화로 딱이다. 남자들은 '왜 저러나?' 싶을지 몰라도, 여자들은 내가 엠마이고픈 연애 이야기에 침 흘리고, 뉴욕에 침 또 흘리고 볼 게 틀림없다. 물론 잘 생겼지, 로맨틱하지, 술 취해 필름 끊긴 여자를 번쩍 메고 갈만치 힘 세지, 저런 남자를 보기만 해도 위염이 도질 것 같고, 여친 혹은 부인이 되레 눈 높아질까 심히 걱정 되는 남자 분들은 피하시라.

아참 팁 하나. 영화 보면 꼭 하나 꽂히는 음식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를 보면 맛있는 케이크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식도까지 차오른다. 당신이 남자라면, 케이크 생각은 나도 차마 말 못하는 '여친'이나 부인을 위해 알아서 맛있는 케이크가 즐비한 카페로 '여친'이나 부인을 인도하는 센스를 발휘해보시라. 영화관 행차 전에 케이크 카페 검색은 필수다.

여친, 남친은커녕 배우자도 없어서, 동병상련 외로움을 나누는 동성 친구랑 보러갈 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외로운 싱글의 염장 지르시냐?' 하지 말고, 친구를 위해서라도 케이크 카페로 이끄는 센스 발산도 괜찮다. 혹시 아나? 속 깊고 다정한 당신의 센스에 놀란 친구가 소개팅을 마구 주선해줄지? 아님 말고.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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