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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일 오후 4시 15분]

가수 신해철씨가 입시학원 광고 출연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과 1일 자신의 홈페이지 '신해철닷컴'에 6편의 글을 올려 "내가 했던 입시교육 비판은 공교육 비판의 일부였지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신해철씨는 한 대형 입시학원 일간지 광고에 모델로 출연해 구설수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소신있게 입시교육을 비판하더니 학원광고를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고, 일부는 "가수의 광고모델 활동은 신념과는 별도의 문제"라고 신씨를 옹호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신씨는 지난달 11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을 올려 "CF 역시 아티스트에겐 표현의 일종"이라면서 "광고 출연은 평소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의 연장이며, 평소 내 교육관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올린 글에서 신해철씨는 입시학원 광고 출연 이유에 대해 "광고 슬로건-자신에게 맞는 학습목표와 방법의 추구-이 탐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교육 광고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나는 나름대로의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고 촬영에 임했고, 그러므로 내가 죄인이라면 나는 '확신범'"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 목숨보다 중요한 내 세살배기 딸은 순식간에 '입시' '사교육' '공교육' 등의 단어와 연관을 맺을 것"이라면서 "교육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며, 예비 학부모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해철 광고사건 최종 축약본'이라는 글에서 "기사화 맘대로 하셈"이라면서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가려운 부분은 사교육이라도 동원해서 긁어주고, 공교육은 자취를 감춘 인성 교육과 사회화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현재의 차선책"이라면서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 게 범죄야?"라고 반발했다. 이 글에 신해철씨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운 자신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다만, 그는 "24시간 운영학원에 반감을 표시했다, 학원 광고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이 학원에 대해 상세히 조사를 지시했는데 24시간 학원이라는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명백한 나의 불찰이며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광고 사진에 대해서도 "'맞춤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손동작을 찍겠다고 하고서 지면에는 내 손 안에 합격자 숫자를 주욱 늘어놓았다"면서 "다음에 CF를 찍을 일이 생기면 계약서에 '광고 최종본을 검열하겠다'고 써넣어야겠다"고 말했다.

신해철씨는 언론보도에 대해서 "신해철 저 놈을 언제 한번 늘씬하게 패야겠는데 당최 꼬리가 안 잡히더란 말이지"라면서 "(이번 기회에) 범 국민적 인간쓰레기를 만들어주마, 너도 나도 선정적 제목 붙이기 콘테스트를 열었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해철씨가 전속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한 대형학원의 일간지 광고.
 신해철씨가 전속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한 대형학원의 일간지 광고.
ⓒ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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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라면 학교 때려치우고 학원 다니겠다"

신해철씨는 "'사교육=입시교육을 더욱 지옥으로 만드는 절대악'이라는 논리에 한번도 동의한 바가 없다"면서 자신의 발언들이 '말바꾸기' 사례로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과격한 불신이었다"고 말했고,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광고에서 내가 뭐라고 말했나, 학습목표를 확인하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신씨는 "사교육이란 필요하면 쓰고 싫으면 안 쓰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공교육은 없으면 죽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짜증과 불만은 늘 공교육을 향해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사교육이 눈에 거슬린다면 사교육이 무용지물이 되는 환경을 만들든가 할 일이지, 엄연히 존재하는 사교육을 부인하라면 차라리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하기가 더 쉽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신씨는 "나는 과외선생으로 사교육 선생 출신"이라고 밝혔다. '초불량 중3 고등학교 합격시키기 전문' '고3 초치기 급행 영어전문 선생'으로 꽤 이름을 날려 대학 등록금도 내고 악기도 사다가 대학가요제에서 상 받고 다음날 다 그만 뒀다는 것. 그러면서 "가출한 놈 잡으러 유흥가라는 델 가본 기억, 시험 전날 못하겠다고 우는 애 붙잡고 같이 울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학교는 때려치우고 학원만 다니겠다"면서 공교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도 자신이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걸 간파하고 '찬란한 수학의 세계'를 보여준 초등학교 때 과외선생님이라면서, 그런데도 대입시험 때는 수학점수가 0점이 됐다고 했다. "수학시간에 공식 안 외운다고 패기만 하는데 공부할 맛이 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씨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지론을 요약했다.

"나는 '어린이'에 대한 과도한 사교육에 반대하며 조기교육 및 영재교육의 효과에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이 점 또한 곡해를 낳을 수 있는데, 어린이와 입시생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입시를 보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그 후엔 공교육이고 사교육이고 나발이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게 장땡이겠다.

나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이를 16세로 낮춰줘야 하고, 12세 이상은 '준 성인'이며 중학생 시기에 이 아이가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기술을 배울 것이지가 거의 결정이 나야 한다고 믿는다. 공부는 미술, 음악처럼 타고난 재능이고 박터지게 공부하도록 선택된, 혹은 선택한 소수 외에는 인문학적 교양과 생계를 위한 직업 훈련이 주를 이뤄야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엘리트 교육을 목표로 하는 사교육에 부정적이지 않으나, 자신의 자녀가 '영재'일거라고 믿는 부모의 욕심들은 견제해야 된다고 본다.)

나는 근 미래에 뉴미디어를 이용한 홈스쿨링과 사교육이 지식의 전수를 담당하며, 가정과 공교육이 개인의 품성함양과 사회화를 맡는 형태로 교육의 시스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 본다. (학원에서 박터지게 공부한 후 '짜증나, 학교나 가야겠다' 이렇게 될 거라는...)

너무나 감정적인 발언이라 사실 처음 밝히는데,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공교육을 폐기해 버려야한다는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마음 속에 숨기고 있음을 고백한다."

"돈 앞에서 무릎 꿇었다? 그건 도저히 못 참겠다"

신해철씨는 특히 "돈 때문에 광고 찍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인간 하나 돈 앞에서 부들부들 무릎 꿇은 것으로 몰아가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능멸만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신씨는 "XX놈들이 내 몸값을 더럽게 싸게 본다, CF 하나 가격에 죽어도 1조원은 안될 거 아니냐, 자신을 배반하는 가격으로 1조원 이하는 무리"라고 썼다. 또한 "돈 때문에 했다고 하면 이해하겠다"는 과거 팬들에 대해서도 "넌 뭐하는 새끼야, 난 널 몰라 라는 말밖엔 (대답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약간의 결벽 증세에다 돈에 대한 관리능력 부재 등으로 인해 돈재미는 못보고 산다"면서 "비행기는 이코노믹 클래스를 타고, 자식에 재산을 상속하지 않으며, 귀금속류를 소유하지 않는다" 등 자신의 소비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과감하게 술값 싸주고 인디밴드들 음반내주다가 대박으로 마이너스 터지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방송 '고스트스테이션'에 대해서도 "내 멋대로 방송 해보고 싶어서 국내 최초 무급 DJ가 됐고 당시 고문 변호사에게 이단 옆차기로 맞았다"고 덧붙였다.

[반응] 비판 "해명 읽고 더 실망했다" VS 공감 "애초 사교육 없어질 수 없다"
신해철씨가 입시학원 광고 출연에 대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해명글이 올라온 신해철씨의 공식 홈페이지 '신해철닷컴'에서도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는 회원 가입을 해야 글을 열람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신씨의 팬들이 주로 댓글을 다는데도 "마왕(신해철씨의 별명)은 지지하지만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해명을 읽고 더 실망했다, 마왕의 방송도 끊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천의무봉'은 "어린이 사교육은 안 된다면서 수험생 사교육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좀 아니다, 마왕이 선전한 학생들이 정말 전부 자신이 좋아서 다니겠냐"고 반박했다. 'cyanrain'은 신해철씨에게 "입시지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입시학원이다, 당신이 광고한 종류의 학원은 당신이 질타해온 현 교육 '악의 축' 중 중요한 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라면맨'은 "애초에 사교육은 없어질 수가 없다, 지적 능력을 얻기 위해서 공교육에서 갈증 느끼는 부분을 사교육으로 해결한다면 그것이 과연 나쁘겠는가"고 신씨의 글에 공감을 나타냈다.

'해처리'는 "기자들과 몇몇 칼럼 쓴다는 작자들은 해철님이 학원광고를 해서 비판하는 게 아니다, 실은 합리한 가치체계에 일침을 가했던 그의 정치적 행보가 거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신해철, #사교육, #학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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