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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는 유통기한이 있을까?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판매용 맥주에는 유통기한 표시가 없다. 반면 일부 수출용이나 수입산 맥주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맛과 위생 측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생산된 지 오래된 맥주가 장기간 유통되면서 변질되거나 부산물이 생성되는 등 소비자들이 각종 위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맥주에까지 유통기한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산 맥주는 품질유지기한이나 음용권장기한만 표시된 채 유통기한 없이 판매되고 있다.
 국산 맥주는 품질유지기한이나 음용권장기한만 표시된 채 유통기한 없이 판매되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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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검은 이물질, 복통·설사... "2년 전 제조된 맥주?"

# 사례 1.
대전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28)씨는 지난해 10월 친구로부터 국내 A사에서 생산한 병맥주 한 박스를 선물받았다. 한 달 뒤, 맥주박스에서 꺼낸 한 병을 개봉해 컵에 따라 마시던 김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컵을 들여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컵 안에서 검정색 이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맥주병을 살폈고, 역시 병 안쪽 벽면과 바닥에서도 같은 것으로 보이는 이물질을 확인했다.

김씨는 맥주회사측 영업사원으로부터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다음날 맥주회사측 담당자가 찾아와 이물질의 정체를 확인해 주겠다며 맥주병과 남은 맥주를 수거해 갔지만, 그 뒤로 소식이 없었다.

 # 사례 2.
전아무개(55)씨는 지난해 8월 무렵 마트에서 국내 B사에서 제조한 맥주를 구입했다. 전씨는 이웃들과 맥주를 나눠마시다가 병 안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전씨는 복통으로 인해 이틀 간 병원치료를 받았다. 전씨는 "맥주회사에 연락하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 2년 전에 제조된 제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맥주회사에서는 새 맥주를 주겠다고 했지만, 전씨는 치료비를 요구하고 있다.

 # 사례 3.
유아무개씨는 2007년 4월 마트에서 국산 맥주 2병을 구입해 마셨다. 그중 1병의 색깔이 너무 진하고 악취가 심했으며, 딸 때 김빠지는 소리도 없었다. 대화 중이라 아무 생각 없이 한 잔을 마신 후 복부에 통증이 오면서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며칠간 화장실을 오가느라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제조사에 연락했으나 아무런 보상 조치도 없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맥주 위해 사례들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모두 22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앞서 2005~2007년 9월 18일까지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맥주 위해 사례는 161건이다. 이들 중 변질로 발생한 부작용(장염, 구토, 설사 등)이 37.9%(61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맥주의 이물질(쇳가루, 유리조각, 담배조각), 벌레 혼입 부작용이 32.3%(52건), 맥주병의 폭발·파손 18.0%(29건), 맥주의 유통기한 문의 6.8%(11건), 기타 부주의로 인한 상해 5%(8건) 순으로 나타났다.

맥주도 부패... 수입산은 유통기한 표시, 국내산만 없어

식품위생법에서는 빙과류, 껌류, 식용얼음, 설탕, 소금, 탁주나 약주를 제외한 주류 등은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분함량이 적거나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는 조건의 식료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소주, 양주 같은 증류주와 달리 맥주와 막걸리 등 발효주는 시간이 지나면 부유물이 생기고 식초처럼 변하는 알콜 산패현상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김규선 소비자원(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팀) 차장은 "맥주의 변질·부패는 오래된 맥주가 장기간 유통되거나 유통·소비 단계에서 보관할 때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맥주병의 빈번한 재활용 및 유통·소비 과정 중의 관리 소홀로 병에 균열(크랙)이 생겨 공기나 세균(이물질)이 침입한 경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맥주의 유통기한이 중요한데도, 국내 맥주에는 어디에도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지 않다. 대신 국내 맥주는 음용권장기한, 품질유지기한 등의 형태로 표시하고 있으며, 그 기간을 병·캔맥주의 경우 1년, 페트병 맥주의 경우 6개월로 산정했다.

유통기한(sell by date)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인 반면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은 '식품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종일'을 말한다. 즉, 유통기한은 법적 강제성을 띠는 반면, 품질유지기한은 업체에게 수거 책임이 없기 때문에 10년, 20년 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해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수입산 맥주 대부분에 '제조일로부터 1년'이라는 유통기한을 표시한 이유도 기한이 지난 맥주를 적극적으로 회수해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고 맥주의 맛을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실제 소비자원이 수입산 맥주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4개(96%) 제품엔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었고, 1개 제품(미국의 Bud ICE)에만 표시돼 있지 않았다.

 수입 맥주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4개 제품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었고, 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년이었다. 출처 - 한국소비자원
 수입 맥주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4개 제품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었고, 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년이었다. 출처 - 한국소비자원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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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만 유통기한 표시 없는 진짜 이유는?

외국의 경우도 독일, 스웨덴, 중국 등에서는 3~6개월 혹은 8~12개월로 제품에 따라 다양하게 유통기한을 표시해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맥주 역시 수출용에는 나라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유통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내 맥주에만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것일까?

예전에는 맥주를 비롯해 모든 식품에 권장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 단계적으로 자율화를 추진, 2000년 9월 1일부터는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이 자율화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은 소비자의 식품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2007년 10월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개정했다. 2009년 5월 1일부터 종전의 맥주 표시 기준을 '제조일자 표시 의무'에서 '품질유지기한'으로 법적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 맥주를 시발로 2006년부터 국내 맥주회사는 이미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해 왔다. 하이트 맥주측은 "만약 의무적으로, 법적으로 유통기한을 표기하라고 한다면 따르겠지만 강제성이 강한 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하기는 어렵다"면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음용권장기한을 도입했고, '프레쉬 365' 캠페인을 통해 유통기한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 맥주 전체 직원이 소매점 등을 방문해서 음용권장기간이 지나거나 도래한 제품, 도래하지 않았지만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제품이 나올 경우 제품을 교환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오비 맥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오비 맥주측은 "품질유지기한이 지난 제품에 대해서는 당사 영업사원을 통하여 무상으로 교환해 주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식약청측도 "맥주에 대해 품질유지기한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지금 유통기한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나중에 맥주 이물질에 대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 재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유통기한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의견은 다르다. 김규선 차장은 "국내 맥주사가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유통기한을 표시할 경우 기한 내 미처 판매하지 못한 제품의 회수·파기 비용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유통·판매망 관리가 복잡해지며, 관련 법규가 강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내 맥주업계가 유통기한을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차장은 이어 "외국은 맥주 제품이 생산되면 저온저장이 될 수 있는 차를 이용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콜드체인시스템)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시스템 없이 도매상에서 그냥 야적을 해버린다"며 "때문에 급격한 온도 변화로 맥주에 부유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청량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품질 면에서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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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넘어 진실을 보겠습니다.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2021) * 2010 오마이뉴스 미국(뉴욕) 특파원 * 2015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 * 2018 ~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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