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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나라당 양성평등 실천다짐 한마당'에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양성평등지수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OX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나라당 양성평등 실천다짐 한마당'에서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양성평등지수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OX판'을 들어 답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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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의 공정한 경쟁을 망치는 법안"

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중 여성계가 똘똘 뭉쳐 비판하는 법안이 있다. 바로 군필자 가산점 제도(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는 병역법 개정안이다. 지난 7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방위 의결을 거쳐 현재 국회 법사위의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른바 '주성영 법안'이다.

박선영·신학용·김정훈·이한성·안상수·강석호·손범규·박종희·이성헌·임해규·김성조·박대해·김동성·김장수·황진하 의원 등 여야 의원 15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안은 한나라당이 지난 21일 발표한 '중점법안' 목록에는 없지만, 법안 심사의 마지막 길목인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어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연말 처리도 가능하다. 여성계에서 마음을 졸이는 이유다.

사실상 모든 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 부여

주성영 법안은 군필자가 채용시험을 치를 때 필기시험의 각 과목별 득점의 2.5%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주는 내용이다. 필기시험이 없는 경우에는 실기시험·서류전형·면접시험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 군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인원은 전체 선발예정자 수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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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5% 군가산점 제도'의 백분율만 줄였을 뿐 되살린 셈이다.

게다가 이 개정안은 국가기관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 등 사실상 모든 채용시험에서 군필자에게 혜택을 주도록 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국·공·사립학교, 공·사기업을 아우른다.

애초 개정안에는 군가산점 제도를 어겼을 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하는 징벌제도도 있었다. 그러나 국방위 심의 과정에서 "과태료까지 매기는 건 심하다"는 반론이 일어 삭제됐다.

주 의원의 군가산점 부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해 물의를 빚었다. 주 의원은 2005년 3월, 올해 낸 법안과 비슷한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으나 좌초됐다.

이듬해인 2006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주 의원을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양성평등 저해 법안"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는 이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국방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상정되자 여성계는 크게 반발했다. 장애인층도 마찬가지다.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황주연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주성영 법안'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후퇴하고 있는 각 분야의 법·제도 중에서도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가장 상징적인 법안"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채용 시부터 군가산점을 주면 출발선부터 '불공정 경쟁'이 된다"고 비판했다.

법제처도 위헌성을 지적했다. 법제처는 지난 9월 '병역법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통해 군가산점에 대해 "정책수단으로서 적합성·합리성이나 법적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위헌적 제도"라고 꼬집었다.

또한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군가산점의 범위를 하향조정하고 가산점 합격자의 채용상한을 신설하기는 했으나, 위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안은 아직 위헌의 본질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제처는 "군가산점 제도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 및 보호'라는 헌법이념을 침해하고, 성적차별 등을 금지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헌재는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처도 '위헌'... 여당도 '부담'

여당 내에도 이견이 있다. 여성계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김정권 한나라당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우리 당으로서는 군가산점 제도는 우선 순위 법안도 아니고 세게 밀어붙일 사안도 아니다"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또한 김 부대표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많이 엇갈리고 여성계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론을 정하기보다는 의원들의 소신에 맡길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성 의원들은 주성영 법안에 맞서 '대안 카드'를 냈다. 같은 당 김금래 의원이 낸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제대군인지원금을 도입하자는 내용으로 군복무 때문에 잃어버린 개인의 기회비용을 국가가 보상하자는 취지다. 제대지원금은 전역 당시 계급의 월 보수액에 복무기간을 곱한 금액으로 근무여건에 따라 100분의 80~100분의 120 범위 내에서 차등지급하도록 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도 군필자가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할 경우 학자금전액에 대한 무이자 융자를 지원해 주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성 의원들은 '대안 법안' 발의... 상임위 논의는 지지부진

여성계에서는 두 법안 모두 군가산점의 대안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무위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금산분리 완화·출총제 폐지·산업은행 민영화 등 다른 뜨거운 현안이 걸려있어서다.

정무위 소관의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과 함께 국방위 소관의 병역법 개정안까지 함께 발의한 주성영 의원의 '틈새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주 의원은 지난 7월 14일 군가산점을 부활하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과 병역법 개정안을 정무위와 국방위에 각각 냈다. 사실상 같은 내용의 두 개정안 중 정무위보다 상대적으로 덜 시끄러운 국방위의 병역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됐다.

주 의원은 연내 처리를 낙관했다. 주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당에서 (찬성)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인 상태"라며 "연내에 본회의를 통과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신의 법안을 반대하는 여성계에 대해서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건 차별이 아니다"라며 되레 "여성계가 자식을 군대 보낸 어머니의 심정이 돼봐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낸 개정안은 가점의 퍼센티지(%)를 줄였고 선발인원의 상한도 정했다"며 "(과거 위헌 결정이 난 군가산점제보다)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연내처리 어려워... 여당, 역풍 맞을 것"

여성계는 법사위에서 야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주성영 법안은) 위헌 여부, 양성평등 저해 등 여러 문제가 있고 (사회에서) 찬반도 팽팽하다"며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무위에 계류 중인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김금래·최영희 의원 법안)들이 법사위로 오면 같이 병합심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군가산점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제도로 법 논리상 맞지 않다"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이 군가산점 부활을 밀어붙인다면 큰 역풍에 부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계에서는 이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의견을 똑똑히 두고 보겠다고 벼른다. 특히 진보성향의 야당이 당론으로 확실하게 반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겉으로는 '진보'를 내세우면서도 양성평등 문제에는 무지하거나 '남성표'만을 의식해 엇박자를 놓는 '잠복 마초' 의원들이 불안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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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MB악법, #군가산점, #병역법개정안, #제대군인지원법, #주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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