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다가올 실업과 고용불안 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당과 노·사,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지난 1990년대초 금융위기를 극복한 북유럽 3개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의 사례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나라는 높은 해외 의존도에 대외개방형 경제를 띄고 있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화는 우리 경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보여준 노사정간에 합의된 사회적 협약의 틀과 정신은 현재의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왜 북유럽 3개국 은행들은 부실해졌을까

 

이들 북유럽 3개국의 금융위기는 대체로 1990년에 시작해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동안 진행됐다.

 

핀란드는 1990년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후, 1991년엔 -7% 성장까지 곤두박질쳤다. 핀란드의 마이너스 성장은 1993년까지 무려 4년 동안 계속됐다. 스웨덴도 1991년 -2%대 성장을 보인 후, 1993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다만 노르웨이 경우는 1988년에 0% 성장을 기록하는 등 일찍 구조조정에 나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당초 이들 북유럽 3국은 1980년대 들어 매년 3~5%대의 꾸준한 경제성장을 보였다. 1980년대 후반에 들면서, 이들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면서 거품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부동산 값 상승에는 경기가 좋았던 측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들 국가의 금융정책 당국이 보인 금리자유화와 대출한도폐지 등의 정책으로 인한 이유가 더 크다. 실제 이들 3개국의 은행들의 1988년부터 1993년까지 가계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은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98년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노르웨이는 1988년 15% 수준이었던 가계대출이 20%까지 늘었고, 스웨덴은 1991년 7%에서 1993년 11%로, 핀란드는 1988년 21%에서 93년 26%로 증가했다.

 

이같은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이들 국가들의 부동산 가격은 1980년대 들어서 약 4배 가까이 올랐으며, 특히 스웨덴은 약 9배까지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대출급증→ 부동산 폭등→ 글로벌 경기침체→ 부동산 폭락→ 금융부실

 

문제는 이같은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1990년을 전후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악화됐고, 이는 곧바로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가져왔다.

 

부동산 값 하락은 1990년대 초반까지 진행됐고, 북유럽 3개국의 부동산 값은 지난 1980년대 후반 가장 높았을 때보다 무려 75%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결국 부동산 폭락과 부동산 관련 산업의 추락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부실덩어리를 떠안게 됐다.

 

이와 함께 이들 국가들은 전면적인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자본이 쉽게 넘나들면서,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더욱 커졌다. 1980년대 후반 거품이 한창일 때, 외환시장 규제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해외에서 돈을 빌려다가 대출을 해줬고, 이는 다시 거품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부동산 폭락과 금융기관 부실이 현실화되자, 부실채권이 증가하게 됐고, 은행들의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라 해외차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이 이들 국가에서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금융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게 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경기 상승기에 금융권의 외형확대와 출혈경쟁으로 인한 부동산 거품, 금융 감독 당국의 감독 미비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북유럽의 1990년대 금융위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너무나 닮은 1990년대 북유럽과 2008년 한국의 금융위기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대내외 경제환경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을 봤을 때, 1990년대 초 이들 국가들이 겪었던 금융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위기 발생 전에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고, 이 거품이 붕괴됐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경우 아직 거품 붕괴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최고 40%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 급증에 따른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고, 중형건설사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부동산 가격 폭등 시기에 국내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를 비롯한 가계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유럽 국가들과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값 하락과 건설사 부실 등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도 늘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도 지난 2006년 12월 12.75%에서 매년 하락해, 2008년 9월에는 10.79%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와 국제신인도 하락, 외국자본 이탈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1990년대 북유럽 금융위기와 유사하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그 조건들

 

이들 국가들은 당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은행권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막대한 자금 지원과 함께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기업과 노동조합은 대규모 실업을 막기 위한 임금조정을 위한 협상과 실직자를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도입 등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다.

 

특히 핀란드는 지난 1960년 노사정이 소득정책협약(Income Policy Settlement)을 체결하면서 노사정 협력모델을 만들었다. 1990년대 경제위기 당시 일부 사회복지 지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 속에서도 핀란드는 지속적인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 추진했다.

 

이후 2000년 들어선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정부는 실직자에 대한 교육확대와 일자리 알선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극복해 나갔다.

 

주시 무스톤 핀란드 기업연합단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일 열린 서울시노사정 모델협의회 국제포럼에 참석해, "1990년대 초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에서 정부와 노동조합 등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핀란드도 내년 경제성장률 제로와 실업 증가 등이 예상된다"면서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대비해 기업은 임금조정을 비롯해 인력감축 등에 대해 노동조합과 서로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스웨덴 "사회적 대타협이 위기탈출법"

 

노르웨이의 경우도 1935년 노사정 기초협약에 따라, 철저히 노사간 상호존중과 상호책임, 독립성을 인정하는 기본 정신을 유지해 오고 있다. 노르웨이 역시 이같은 사회적 합의를 하게된 것도 지난 1932~1934년의 경제위기 때였다. 당시 실업률이 20%에 육박했고, 건설쪽에선 무려 40%까지 실업률이 상승할 정도였다.

 

스웨덴도 1930년 좌파정당인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어 1938년에 짤쓰바요덴 협약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들 국가들은 대체로 1930년~40년대에 걸친 경제위기 시절에 극심한 실업과 함께, 파업과 폭동, 정당간의 극심한 대립 등 심각한 경제사회 혼란기에 이같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노르웨이 최대기업단체인 NHO의 국제국장인 비다르 린데필드씨는 "최근 금융위기로 노르웨이 역시 투자감소, 부동산 값 하락, 실업 증가 등을 겪고 있다"면서 "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가 국가를 위기에서 구출해 주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필요한 개혁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디스 뵌 노르뤠이 노총 고문은 "노사정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각 당사자들이 대표성을 인정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서로 믿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 국가들을 우리와 단순히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북구유럽의 특징인 강한사회연대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 혼합경제체제로 사회복지국가를 이룩하고, 인구는 적지만 대외개방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나라들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전략들이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모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새겨들을 만하다.

 

[최근 주요기사]
☞ [현장] 보수우익단체 공동모금 후원행사 "좌익 적출, 친북 척결"
☞ [부천] 끝내 근현대사 교과서 교체... "다음은 당신 차례"
☞ '블랙리스트' 경품 고수들... 딱 보면 "이건 내 거"
☞ <시선집중> 손석희 "황우석 사건이 가장 어려웠다"
☞ [엄지뉴스] YTN을 지키자... 철야농성 시작


태그:#금융위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