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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곁에 늘어선 해변 모래사장이 2년마다 한 번씩 갤러리로 탈바꿈한다.
 도시 곁에 늘어선 해변 모래사장이 2년마다 한 번씩 갤러리로 탈바꿈한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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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회센터를 알리는 조형물. 지금보면 이것도 작품처럼 느껴진다.
 광안리 회센터를 알리는 조형물. 지금보면 이것도 작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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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부산비엔날레는 '낭비'를 주제로 9월 6일부터 11월 15일까지 부산광역시립미술관,  광안리해수욕장, APEC 나루공원 등에서 펼쳐지고 있다. 문화와 예술이 생산과 구축, 보존과 증강의 행위보다는 이러한 생산물을 소모, 방출시키는 낭비 행위와 관련된다는 의미에서, 2008부산비엔날레의 행사주제 '낭비'는 오늘날 문화와 예술을 정의하는 긍정적 표현이다.

이 중 광안리 해변을 중심으로 전시되는 바다미술제는 '비시간성(非時間性)의 항해(航海)(Voyage Without Boundaries)'를 주제로 'Outdoor Space - On the Beach 바닷가', 'Indoor Space - Me World 미월드', 'Urban Space(shops, subway, culture center)도심의 공간 (샵, 지하철역사, 문화센터)', 'Mobile Gallery - 움직이는 미술관(컨테이너)' 등 4개 섹터로 나눠 전시된다.

다른 전시관도 볼거리가 많지만, 특히 광안리는 해변의 접근성 때문에 많은 관람객들이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이를 염두에 두고 올해는 사람들이 직접 만지거나 앉을 수 있도록 제작된 작품들도 몇 가지 눈에 띈다.

'낭비'라는 주제에 걸맞는 대표적인 해변 작품들을 작가의 설명과 함께 감상 해 보자.

홍현숙 作 <바람의주문>

pvc 파이프에 매달린 비닐봉지.. 예술가는 이것들로도 작품을 창조한다.
▲ 홍현숙 '바람의주문' pvc 파이프에 매달린 비닐봉지.. 예술가는 이것들로도 작품을 창조한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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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나는 이상한 사치 혹은 낭비의 열정에 휘말리곤 한다. 게다가 그것이 내게 이 거친 세속을 견인하는 힘을 준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세상속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자폐하는 현실 속에 깔려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낭비의 열정은 그것이 무형의 것이든 유형의 것이든 때때로 자본주의의 결속을 통쾌하게 무력화 시키곤 한다. 보봐르가 부권제 세상속에서 공적영역을 박탈당한 여자들이 자신의 참된 존재를 헛되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르시시즘, 사랑, 그리고 종교를 말하였다면 지금 나에게 그것은 정말로 필요한 낭비의 주술이 아닐 수 없다.

이종빈 作 <L씨의 비상>

답답한 빌딩이 싫어 뛰어내린 L씨, 날개를 달고 훨훨날았으면..
▲ 이종빈 'L씨의 비상' 답답한 빌딩이 싫어 뛰어내린 L씨, 날개를 달고 훨훨날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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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하고 활짝편 날개를 등에 메단 다소 우스꽝스런 사람의 모습은 일탈을 꿈꾸는 회사원의 모습이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비행의 이미지는 꿈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소위 봉급쟁이로 대변되는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보편적 도시인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는 동시에 그가 몸소 겪어내고 있는 도시적 삶에 구체적이며 역사적인 경험에 대한 작가의 감성적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인체는 극적으로 변형됨으로써 일종의 환상적 투사이자 꿈으로써 도시를 살아가는 작가의 욕망을 구현하고 있다. 그 욕망을 가로지르는 꿈은 악몽이면서 동시에 희망이다. 비상하듯 몸체를 들어올리는 봉은 그의 몸을 지금 여기에 묶어놓은 족쇄가 되고, 그 비상의 꿈을 꾸는 날개는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아득히 머나먼 바다의 저편을 응시하며 도시속을 나아간다.

김미애 作  <유물>

해변에서 유물이 발견됐다? 김미애씨의 '유물'
 해변에서 유물이 발견됐다? 김미애씨의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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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손 대지 말라는 경고문, 잘 어울리지 않지만 왠지 작품으로 승화될 것 같기도 하고..
 작품에 손 대지 말라는 경고문, 잘 어울리지 않지만 왠지 작품으로 승화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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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타워 광안대로 혹은 황령산 등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부산의 외부에 위치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점을 제공한다. 이를 작가는 제3의 시선이라 부르며 그 장소를 현실속의 자아가 속한 곳이 아닌 스펙터클의 장으로 경험하도록 한다.

이 스펙터클이 제공하는 시선은 도시 내부의 누추한 일상적 삶과 관계없이 스펙터클을 즐기는 관광객의 시선, 혹은 1분간 광안대교를 지나면서도 LA의 기나긴 금문교를 연상하게 되는 부산시민의 가상현실에 메인 시선이라 할지 모른다. 또는 급속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일관성 없이 변화되어온 공권력의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는 협상과 개조를 통해 일구어낸 세계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무한한 창의의 공간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레네호펜베르크(獨) 作 <전환-레몬>

죽은 나무에서 열린 레몬이 진짜이기를.. 연인들은 원하겠지.
▲ 이레네호펜베르그 '전환' 죽은 나무에서 열린 레몬이 진짜이기를.. 연인들은 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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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업은 죽음이 새로운 생명으로 이행하고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앙상하게 마르게 죽은 나무가 주렁주렁 새로운 열매를 매달고 소생한다. 자연의 끝없는 순환이며 희망과 확신의 표현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레몬열매가 녹색의 플라스틱 그물에 얽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초록의 그물 뭉텅이들은 언뜻 푸른 이파리들처럼 보인다. 하늘과 바다로 둘러싸인 해변을 배경으로 노랗고 싱싱한 레몬을 잔뜩 매달고 있는 죽은 나무는 누가 보더라도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또한 선명한 녹색과 노랑, 그리고 거의 실재와 다름없이 느껴지는 강한 과육의 향 때문에 이 작품은 매우 유쾌하면서도 감각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빛을 상징하는 노랑은 호펜베르그가 즐겨쓰는 색이다. 또 작가에게 레몬은 남쪽과 태양을 의미한다. 그리고 레몬나무가 싱싱하게 자라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스 같은 나라에 대한 선망을 담고 있다.

이상길 作  <당신의 마음 안에서>

금속재료로 만들었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당신의 마음안에서
▲ 이상길, '당신의 마음 안에서' 금속재료로 만들었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작품..당신의 마음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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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간의 작품을 통해 존재간의 소통의 문제를 스텐레스 스틸과 같은 차가운 금소재료를 통해 따뜻하게 표현해 왔다. 이번 작품은 광안리 백사장에 사람이 직접 앉도록 고안되었으며 하트형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각작품 안의 유기적인 형태의 공간은 생명 본래의 기쁨이 복원되는 공간이자 사랑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는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활력의장을 형상화 한 것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진행되는 사랑의 이야기를담은 심장의 형상이 영혼과 영혼이 소통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해심 作 <삼각주>

삼각주 위에 앉은 연인들도 작품의 미를 더해준다.
▲ 김해심의 '삼각주' 삼각주 위에 앉은 연인들도 작품의 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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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다리..그리고 광안다리..
▲ 김해심의 '삼각주' 연인의 다리..그리고 광안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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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는 어귀에는 삼각주가 형성된다. 낙동강이 실어온 흙과 모래는 부산지역의 평지를 자연스럽게 넓혔는데, 최근에는 갯벌을 간척하고 매립하여 억지로 육지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물이 흘러서 생성된 자연스러운 생명의 보고는 사라져가고 산업단지는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생성과 창조과정을 역행하는 개발은 인간과 생태계의 자연을 거스러는 가장 큰 낭비일 것이다. 이 작업은 구조물을 바닷가에 세워 관객들이 구멍에 모래를 부어 넣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모래기둥이 생성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밀물이 접하는 지역에 형성된 모래기둥은 바닷물의 조수에 의해 재형성되는 과정을 거치며 삼각주에 대응하는 지배와 약탈의 구조를 비유할 것이다.

손한샘 作 <시네마해변과 노마>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출입구..
▲ 손한샘 '시네마해변'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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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장소와 환경에 대한 관찰을 통해 사회 현상들을 이해하고 그 영향을 시각화 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컨테이너를 새로운 미술관으로 만들 것이다. 누구나 이 미술관에서 작업을 하고 자신의 작품을 놓아둘 수 있다. 관람객이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면 작가는 골판지로 그에 걸맞는 오브제를 새로 제작해주거나 미리 제작된 다른 작업들과 교환해준다.

이 상호작업은 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그 범위의 확장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또한 광안리 백사장에 설치된 나무 구조물은 자연의 한 부분을 제한적으로 담아내는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강한 소비와 맞물려 욕망을 경쟁적으로 자극하는 시각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무뎌지고 퇴화되는 감각을 환기시키는 한편 중립적으로 보이는 프레임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속성을 드러낸다.

그 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네..팽이형상을 한 것을 보면 동심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네..팽이형상을 한 것을 보면 동심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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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평상시 광안리도 아름답다.
 굳이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평상시 광안리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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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작품에서 빠지면 섭섭하다.
▲ 광안대교 이것도 작품에서 빠지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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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비엔날레, #광안리, #광안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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