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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기 전에 때마침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를 읽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제국'이라고 불리워지는 동,서양 여러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었는데, 가끔은 우리 민족도 그런 강하고 힘있는 나라를 가졌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었다. 이런 바람은 민족주의도 제국주의도 아닌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같다. 우석훈 교수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사회상을 폭넓게 조망해보면서, 동북아 국가들간의 평화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최근 몇년간의 우리나라가 식민지 지배 경험도 없이, 어설픈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을 시도함으로써, 국가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전쟁으로 인해 모두 다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그래서 미래의 주인공들인 십대에게 전쟁아닌 평화를 선택하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그러나 지금의 십대들도 여유로와 보이지 않는다. 앞 세대인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하는 형, 누나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학원이며 과외로 정신과 몸이 피폐된 지 오래다. 그들에게 인권도 없다. 죽도록 공부해서 경쟁해서 이겨야 산다고 배운다. 또한 그들이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도 경제적 여건이 밝지만 않다. 2030년부터 시작하여 2050년이 되면 본격적인 자원부족현상으로 국가간의 극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속의 문제점들을 잘 짚어준다. 내부적으로는 중남미 경제구조로, 외향적으로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띠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민소득 2만불에, 세계경제대국 10위권이 눈 앞에 와 있다고 하지만, 지나친 수출의존적이고 수도권에 과도하게 밀집된 경제구조나, 계층간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중산층 몰락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증폭되어 있다. 국외적으로 석유나 농산물 시장의 가격 폭등으로 국내 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의 진단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김대중정권 후반기와 노무현 정권에서 민족주의 색채를 가미한 제국주의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소위 진보 좌파를 표방한 두 정권은 보수 우익적 성향으로 모순된 길을 걸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예로 광개토대왕을 내세워 아메리카 대륙을 달리는 모습으로 한미 FTA를 홍보하는 모습, 생명공학의 황우석 사건, 영화 디워를 통해서 나타난 쇼비니즘 마케팅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을 원조하고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가는 시각에서도 남한의 경제식민지를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앞으로 다가오는 석유자원 부족과 자원 수송로 확보라는 문제와 맞물려 국가간 긴장감과 전쟁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석훈교수의 대안은 무엇인가? 평화에 대한 파토스(열정)을 갖자는 것이고, 미래 세대에게 평화에 대한 신념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고, 동북아 국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사실, 우석훈 교수의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은 많다. 앞서 말한대로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사회 구조적인 갈등 문제는 위기단계에 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에 투표한 대다수 중산층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가 아닌 침체가 지속되고, 그동안 일구어 온 민주주의 마저 후퇴하는 경향이 보이자, 국민의 분노는 크게 높아만 갔다. 소수이지만 일부에서는 '전쟁'운운하며 큰 변화를 바라는 말도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전쟁을 바라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 답답해서 내뱉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내부의 불만이 증가하더라도, 가까운 주변국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전쟁까지 운운하는 것은 비약이 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발 양보해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예방 차원이라면 모를까.

 

또한 식민지 지배 경험이 없이 경제영토 확장의 노력이 '촌놈'이라는 말로 폄하하지만, 이제껏 제대로 힘 한번 못써 본 민족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약소국으로 살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고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다고 제국주의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경제적 상업적 확장을 할 수 있다면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역사상 네덜란드는 기존의 제국들과는 달리 전쟁과 영토확장이 아닌 상업적 확장이라는 경제 영토를 시도했다. 이전에 페르시아, 로마, 몽고는 제국건설을 위해 전쟁을 통한 영토확장을 시도했다. 스페인 독일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에서 초강대국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는 전쟁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현대국가가 부국하기 위해서는 경제영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세계 여러나라의 인재들을 확보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즉 인적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우리나라 교육여건으로는 외국으로 좋은 인재를 다 빼앗길 수 밖에 없고, 우리 보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문화적 경시 태도로서는 '제국' 근처에도 못간다. 역사상 '제국'이라 불리었던 나라들은 피지배자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했으며, 정신적 자유를 주면서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관용 정책을 펼쳤다. 그들의 융합한 힘만이 그 나라와 민족을 강성하게 했던 것이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 침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개념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우리 민족과 국가가 잘 살수 있는 지을 모색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 알라딘에도 송부했습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지음, 개마고원(2008)


태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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