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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2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벌 총수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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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총 3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8·15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화합과 동반의 시대'를 열기 위해 이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지만, 사면 대상에 대기업 총수들과 친여 성향 신문사 사주·경영인들, 비리를 저지른 과거 측근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가 '코드사면' '유전무죄 사면'이라는 오명을 또 다시 뒤집어쓰게 됨에 따라 8·15를 기점으로 한 국정쇄신 프로젝트는 한층 빛이 바래졌다.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사면 대상자는 징계 공무원 32만8335명과 형사범 1만416명을 비롯해 총 34만1864명. 이중 대기업 출신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길승 전 SK 회장,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대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 14명에 달한다.

정몽구·최태원·김승연... 법무부도 "법치주의와 어긋나"

이 대통령은 12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너무 많은 기업인들이 전과 때문에 국내활동은 물론 해외활동에도 제약이 많이 있으며 그 여파로 투자와 해외투자유치 등 많은 활동에 제약과 위축을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특사 배경을 설명했다.

전경련도 "대통령이 경제인들에 대한 특별사면·특별복권이란 용단을 내렸다.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사면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에 사면·복권된 기업인들은 법원으로부터 이미 집행유예 이하의 관대한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대통령의 특사까지 받아냈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권력은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약하다"는 속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사면의 실무부처인 법무부 차동민 검찰국장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사면은 법치주의와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이다.

비리 저질렀어도 '대통령 측근'이라 특사

1조5587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최태원 SK 회장과 1000억원대의 회사돈을 횡령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형이 확정된 지 3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형선고 실효 특사를 받았다.

특히 아들의 보복폭행을 위해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김승연 한화 회장은 경제사범이 아니라 폭력사범으로 분류됨에도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사면 대상에 슬그머니 포함됐다.

청계천 개발과 관련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 청계천 개발과 관련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
 2003년 청계천 개발과 관련해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과 추징금 2억5500여만원을 선고받았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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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2006년 대법원으로부터 형 확정 판결을 받았던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다.

양씨는 2003년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 재직 중 부동산 개발업자 길모씨로부터 도심의 층고제한 완화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과 추징금 2억5500여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과거에 모시던 상사가 대통령이 되면서 큰 은전을 입게 됐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8·15 특사에 양씨를 포함시킨 것만으로도 취임 첫 해부터 '측근 봐주기' 사면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면은 현 정부 출범 이전 사안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새 정부 임기 중 발생하는 부정 비리에 대해서는 공직자·기업인을 불문하고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배임혐의 KBS 사장은 쫓아내고, 탈세·횡령 언론사주들 복권

2001년 세무조사를 통해 조세 포탈이 드러난 족벌 신문사 사주와 경영인들이 이번에 복권된 것도 이번 특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3억여원을 포탈하고 회사 돈 2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비롯해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증여세 44억 포탈 혐의),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증여세 25억원 포탈 및 회사자금 1083억원 횡령),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비자금을 조성해 법인세 6억5000여만원 포탈)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경영하고 있는 신문사들은 하나 같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측면 지원하거나 최근 촛불정국에서 현 정부에 우호적인 논조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친여 언론에 특사를 베풀어 이들과의 '프레스 프렌들리'를 지속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KBS 정연주 사장이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은 것을 핑계삼아 그를 사장 자리에서 해임한 마당에 조세 포탈과 회사공금 횡령을 저지른 언론사 사주들을 한꺼번에 복권시켜준 것은 여러 가지 뒷말을 낳고 있다.

뇌물을 수수했던 김일동 전 삼척시장과 동문성 전 속초시장, 윤완중 전 공주시장 등 전직 지방자치단체장들(12명)과 선거법 위반으로 17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던 정치인들도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왼쪽)이 2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을 배웅하기 위해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왼쪽)이 지난 1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을 배웅하기 위해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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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제 살리기'? 이럴 거면 사면 왜 하나"

시민단체에서는 "이런 사면을 왜 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논평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이 모두 9차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중 각각 8차례나 사면을 실시했고, 그 때마다 '경제살리기'라는 똑같은 이유로 경제인을 사면했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살아났는지 지극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특히 기업인에 대한 대폭적인 사면이 예고되면서 '재계의 광복절'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사법불신만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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