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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이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연초에 우려했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조기 현실화하고 있다. 소비 위축, 고용 악화, 물가 상승의 최악의 3박자가 맞물려 내수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최악의 3박자 : 소비 위축, 고용 악화, 물가 상승

 

몇가지 지표를 통해 현재 경제상황을 살펴보자. 우선 소비자 심리지수가 올해 1분기 105에서 2분기 86으로 수직 하락했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상황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이렇게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고용사정 역시 심각하다. 취업자 증가율이 연초부터 25만 명을 밑돌기 시작해서 5월까지 20만 명도 못되는 수준이다. 특히 신규 취업준비생만 지난해 5월 54만 8000명에서 61만 7000명으로 12.6% 늘어 청년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역시 치솟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섰고 6월 물가상승률은 5%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물가상승률 증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더라도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종합하자면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고용 불안정과 물가 상승이 더해지면서, 내수경제 악화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은 4% 중반 이상을 넘을 것이 확실시 되는 반면 성장률은 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이 역전되는 어려운 국면이 오는 것이다. 소비, 고용, 물가 어떤 것을 보아도 올 하반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적 고통의 시기가 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에도 재벌과 대기업은 호황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 남의 얘기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벌과 대기업이다.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매우 좋은 실적을 올렸다. 거래소 상장기업들은 2007년 평균 매출이 10.5% 증가(2006년 607조 원 → 2007년 671조 원)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훨씬 좋아서 5조 8000억 원이 늘어나 16% 증가(2006년 37조 원 → 2007년 42조 원)했다.

 

30대 주요 그룹은 지난 3년간 계열사가 오히려 179개나 늘어났고(2005년 664개 → 2008년 843개), 같은 기간 자산규모도 크게 늘어 삼성은 31.6%, 현대 자동차는 36.6% 증가하는 등 평균 42.6%가 늘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의 수출을 촉진해서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수출 촉진형 고환율 방조 정책을 밀고 나갔으니 대기업은 호재를 만난 셈이었다. 이뿐이랴, (1) 대부분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갈 법인세 감면 정책 추진 (2) 수도권 규제완화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 추진 (3)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정책 추진 등 정부는 대기업을 위한 진수성찬을 한상 차려놨다.

 

또한 정부가 집착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역시 재벌 대기업에게 막대한 이익을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대우조선 해양이나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증권 매각 계획에 들떠있는 재계의 분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 재벌과 대기업에 책임을 요구하라

 

6월 20일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물가 안정과 서민 민생 중심"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물가안정과 서민 민생 중심' 경제의 핵심은 '내수기반 회복과 고용증진, 물가 안정'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절박한 문제다.

 

1997년 외환위기, 재벌 대기업마저 구조조정 당하던 당시에 국민과 노동자들은 '고통분담'이란 이름으로 금을 모았고 정리해고를 감내해냈다. 이제 다시 닥쳐온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누가 나서야할까? 바로 재벌과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

 

어려운 국민경제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내수회복'과 '고용증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전경련에 다음의 것들을 시행하도록 요구하자.

 

- 원자재 가격 상승에 맞춰 납품단가를 인상하라

 

그래야 수십만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고용인원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파업까지 하면서 요구했던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 법제화와 원가계산센터 설립'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이를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

 

- 하반기 대졸신입사원 채용, 대폭 늘려라

 

이를 통해 누적된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해야 하며 최소한 60만 취업 준비생의 일부라도 흡수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체계적으로 절대 고용 수를 줄이면서 수익을 추구해왔다. 올해 초 전경련 조사에서도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답했지만 실제 채용규모는 늘어나지 않았다. 

 

- 수백만 영세자영업자 지원 위해 사회기금조성에 나서라

 

영세자영업을 지원하는 것은 내수기반을 살리는 것임은 물론 영세 자영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자리 축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은 최소한의 사회적 기부도 인색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110개 상장사의 '2007년 기부금 지출내역'을 조사한 결과 순수 사회 기부금은 총 9948억 원으로 2006년의 1조 1267억 원보다 11.7%가 오히려 감소했다.

 

위의 세 가지가 현재 대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일원이자, 그간 많은 혜택을 받아온 대상으로 책임져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대기업과 '프렌들리'한 이명박 정부가 '친근하게' 협의하여 밀어붙여야 할 중요한 정책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서로 간의 긴밀한 관계를 잘 살려 국민의 이익을 도모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정부와 대기업이 국민을 위해서도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 )에도 실렸으며, 연구 브리핑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에 요구할 3가지'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파일을 다운 받으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을 쓴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의 연구센터장입니다. 


태그:#경제정책, #내수회복, #고용증진, #재벌과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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