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보강 : 3일 낮 12시 47분]

 

이건희 삼성 회장이 4일 오후 2시 삼성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다.

 

이 회장이 수사기관의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이 회장은 지난 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대선불법자금 수사, 삼성X파일 수사,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도 소환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불거진 삼성그룹의 3대 비리 의혹(▲비자금 조성 및 관리 ▲정·관계 불법로비 ▲경영권 불법승계) 전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윤 특검보는 3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테마인 세 가지에 관련해 그동안의 수사로 확보한 추가적인 증거 등을 토대로 광범위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다시 소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검 "조사할 내용은 많지만, 그룹 총괄하는 분이 세부적인 것을 알까?"

 

이 회장이 3대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만큼 이 회장 전격 소환은 비자금과 경영권 불법 승계, 정 ·관계 불법 로비 등 주요 의혹 분야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 진행 상황을 미루어 볼 때 특검팀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릴 지는 미지수다.

 

비자금 의혹의 경우, 특검팀은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나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 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반박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학수 부회장 등 당시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과 피고발인들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지만, 이 부회장이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기획안을 짰고 자신이 승인했다"는 내용으로 '이재용-김인주 라인'의 후계구도를 방어하고 있어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해서도 특검팀이 얼마나 수사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불법 로비 의혹은 특검팀이 로비 대상자들에 대한 조사를 일절 하지 않았다.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불법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직접 줬다고 주장한 김성호 국정원장 등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이 회장을 추궁할 수 있는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구색 맞추기 용'으로 그를 소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윤 특검보는 "비자금 의심 자금에 대해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수사 자료가 확보돼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결론은) 누가 봐도 합당하고 논리적·법리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삼성이 갑작스럽게 성실히 출석에 응하는 등 협조하는 분위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제는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출석을 하고 수사에 성실히 임한다고 해서 조사하는 주체와 조사받는 대상이 서로 협조관계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을 대상으로 "조사할 내용이 많은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이) 그룹 업무를 총괄하는 분인데 세부적인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해, 사실상 특검의 수사의지를 의심케 할만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이 회장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미리 방향을 잡아놓고 수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조망했다.

 

시민단체, "수사 막바지? 삼성 생각한다면 여기서 종결지으면 안 된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소환한다고 해서 큰 성과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에서 특검은 ▲이 회장이 직접 불법 로비를 지시했는지 ▲차명계좌 등을 통해 밝혀진 비자금이 이 회장개인 돈인지 ▲경영권 불법승계 과정을 지시했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며 "이것이 이건희 소환의 핵심"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 같은 혐의사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관론을 폈다. 박 처장은 "지금까지 특검 수사 태도로 볼 때 '마무리 수순'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특검이 총력을 다 해 수사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이상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수사 막바지에 와서 이 회장을 소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건희 회장을 소환해도 그동안의 부실수사를 확인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특검팀이 수사 초기에 이건희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소환해 수사의 활기를 띠었어야 했다"며 "주변 실무자들을 초기에 조사해서 이 회장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잡겠다던 게 특검의 방침이었지만 결국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수사로 끝내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특검이 배임·횡령 혐의나 조세포탈 혐의, 심지어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이건희 회장에 대한 기소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법원은 이를 집행유예로 결정내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사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우울하다"며 "이처럼 시나리오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삼성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해 합당한 형사처벌도, 삼성그룹의 지배구도 개선도 이뤄질 수 없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특검이 제발 여기서 수사를 종결짓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특검이 정말 한국사회와 삼성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사건을종결 짓지 말고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삼성특검, #이건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