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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기로 한 '기업인 핫라인(Hot-line)'을 두고, 소수 재벌 등 특권층과의 의사소통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 경제정책이 자칫 일부 기업인들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나 농민 등 정작 대통령과 소통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에서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업인 핫라인' 휴대전화로 직접 연결

 

5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을 만들기로 했다.

 

'기업인 핫라인'은 청와대 집무실에 별도 유선전화를 두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쓴다. 이 대통령이 "퇴근 후에도 전화를 받을수 있어야 한다"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업인과의 핫라인 개설은 지난 대선 공약 사항"이라며 "핫라인 번호를 비롯해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지 등 세부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평소 수행비서에 핫라인 전화를 맡겨 연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업무시간 이후에는 직접 관저로 가지고 가 잠자리에 들 때도 머리맡에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조만간 핫라인 번호의 운용과 공개 범위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자세한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대기업 "현장 챙기겠다는 의지"... 중소기업 "글쎄"

 

이를 두고 일부 경제계 단체 등은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대기업 사주 중심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은 "대통령 스스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강조해 왔고, 그것을 직접 실천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한 고위임원은 "기업인 핫라인 설치는 대통령이 직접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지 좀 더 봐야 하지만, 이같은 시도 자체가 기업인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그동안 기업인의 목소리가 청와대까지 전달되려면 정부 부처를 거치는 등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개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인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업인 핫라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운용 과정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4대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인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지만, 기업인들이 얼마나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수 재벌의 로비통로 변질 우려

 

서울 구로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8)씨는 "우리같은 중소기업까지 대통령의 핸드폰 번호가 내려오겠느냐"면서 "중소기업 주무 장관이나 해당 공무원들부터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기업인 핫라인' 개설이 특정 소수 계층만을 위한 의사소통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핫라인 번호가 소수 재벌과 경제단체에 부여될 뿐 아니라,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의 대 정부 로비 통로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수많은 경제주체 가운데 일부 특정인들과 전화통화하고, 고충을 들어주는 모습을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미 정부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소수 재벌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다수 국민이 아닌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정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핫라인이 1%만을 위한 의사소통이기도 하지만, 1% 내부의 이해관계 조정에서도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총수들이 규제완화 등 제도에 대한 애로사항보다는 대형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자신들의 민원성 청탁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곧 또 다른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로 변질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핫라인은 마치 군부독재시절 정경유착의 통로로 악용됐던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독대'를 연상케 한다"면서 "정부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핫라인 설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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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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