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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된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자료사진).
 지난달 23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된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자료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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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된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는 대선 기간 중 과장된 이력과 독특한 공약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아이큐가 430이고 공중부양과 축지법을 구사하고 눈빛만으로 사람들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대통령이 되면 판문점에 유엔본부를 유치하고 결혼수당으로 1억원, 출산수당으로 3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가 작년 대선에서 10만 표 가까운 표를 얻기는 했지만, 사실 그런 그의 이력과 공약을 진지하게 믿었던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별 기대를 걸 수 없는 현재 우리 정치에 대한 염증과 황당한 그의 공약이 주는 잠시의 즐거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들이 '허경영 신드롬'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단지 개그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 측에서 내놓은 정책이나 말들은 허경영의 그것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요즘 계속 이런 황당한 허경영식 '뻥'들이 진지하게 논의되어 발표되고 있고, 이것들을 정말 우리 사회에서 실현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 허경영이 울고 갈 일이다.

이명박 후보의 '주가지수 5000 뻥'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런 '뻥'을 구사하곤 했다. 12월 14일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에 종합주가지수 3000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기 5년 내에 5000까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성장 7%라는 그의 경제공약은 희망사항으로 봐줄 수 있겠지만, 올해 3000을 돌파하고 임기 내 5000을 달성하겠다는 그의 말은 판문점에 유엔본부를 유치한다는 것만큼이나 황당했다.

12월 28일, 이명박 당선인을 가장 먼저 만난 재계 총수들의 '뻥'도 이에 못지않다. "이명박 당선자가 당선이 된 것 자체가 투자 분위기를 좋게 하고 있다"며 "내년도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고, 채용규모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이익이나 사업계획이 아닌 대통령이 누구냐는 분위기에 따라 투자를 늘린다고 한다. 그야말로 공중부양에 버금가는 '분위기 투자독려법'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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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은 단지 정치적 수사로서의 희망이나 의지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라는 막중한 일을 맡은 공적인 조직이 '뻥'을 쳐대는 것을 보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우선 국민들의 휴대폰 요금을 20% 낮추겠다고 한 '뻥'이다. 애초 인수위는 출범 초기에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요금인하 방안을 내놓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규제완화를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휴대폰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해야 할 것을 요금 20%를 인하하겠다고 '뻥'을 친 결과가 되었다.

유류세 인하나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금 탕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준비나 논의도 없이 국민들에게 '뻥'을 쳐댄 것이다. 책임지고 되게 할 일도 아니면서 하겠다고 나선 것이 '뻥'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인수위가 온 나라를 영어의 공포와 혼란에 몰아넣은 '잉글리쉬 뻥'에 비하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이런 문제들은 그야말로 약과다.

영어교사 많이 투입하고 영어시간 늘리고 영어전용 수업을 하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회화에 문제가 없게 된다는데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뻥'이 아닐 수 없다. 30명이 넘는 교실에서 영어전용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뻥이요, 실생활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는 대다수가 그런 식의 영어수업으로 영어회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두 번째 '뻥'이다. 이제껏 영어전문학원의 소규모 영어전용수업으로도 회화가 어려웠던 대다수의 학생들은 바보들인가?

그런데 설령 그래서 모두가 영어회화가 가능해진다 치자. 그래서 더 나라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더 심한 '뻥'이 아닌가? 온 국민을 영어권 관광객들의 관광가이드로 만들어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모두 영어권 나라로 진출해서 영업을 잘해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진지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운하 뻥'과 '잉글리쉬 뻥'

지난해 8월, 대전을 방문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금강대운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전을 방문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금강대운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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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최고의 '뻥'은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어야 국운이 융성해진다는 '뻥'이 아닐까? '잉글리쉬 뻥'은 아무리 '뻥'이라는 것이 판명이 나더라도 최악의 경우, 그 많은 재원을 투입해서 고교생의 영어 능력이 조금이라도 오르는 결과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운하는 나중에 잘못되어 돌이키기에는 '뻥'의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대운하가 물류의 측면에서 경제성이 없고, 환경파괴가 되고, 식수오염의 우려가 있고, 홍수의 위험이 있는 한물간 사업이라고 아무리 비판을 해도 오늘도 이명박 당선인 측에서는 국운 융성이라는 '뻥'을 계속하고 있다. 그 황당한 허경영도 운하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화물 전용 철도와 도로를 건설해서 물류비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설 연휴 전후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간 인수위는 정부나 교육의 큰 틀을 뒤흔드는 발표를 많이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얻은 것은 대불공단의 전봇대 뽑은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인수라는 본질적 기능을 넘어 말과 의욕만 앞선 까닭이다.

이제 국민들에게 '뻥'은 그만 치고, 말과 성과에 책임질 수 있는 '이명박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허경영은 즐거움이라도 줬지만, 막중한 나랏일은 그런 차원이 아니지 않은가?


태그:#뻥, #이명박 , #허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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