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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김희숙씨가 10개월 동안 일했던 D모텔 주인의 명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중동포 김희숙씨가 10개월 동안 일했던 D모텔 주인의 명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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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김희숙(63·중국 흑룡강)씨는 자식 빚 갚을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7일 입국한 김씨는 한국에 먼저 온 조카의 소개로 이틀 만에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김씨는 하루 10시간 노동에 월 2회 휴무, 월 1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충남 예산군 D모텔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일을 해보니 모텔주인이 처음 제시한 근로조건과 달랐다는군요. 모텔이 운영하는 식당일만 하기로 했는데 객실 청소와 빨래 등이 추가됐고 근로시간 초과는 다반사였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한 것은 일상이었고, 심한 경우에는 17시간 일하는 등 근로시간이 초과됐지만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2006년 5월 9일부터 2007년 3월 3일까지 6일 빠지는 10개월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10개월 동안 나흘 반밖에 쉬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쉬기로 한 근로조건이 무시된 것이지요. 휴일 근무에 따른 수당 지급은 물론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뼈 빠지게 일만 했다는 것인데요. 

김씨는 36개 객실에 대한 청소와 이불 빨래 등을 혼자 감당했다고 합니다. 아침저녁엔 모텔에서 숙식하는 공사장 인부 20-30여명에게 밥을 해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다는군요. 2006년 7-8월 장마철엔 인부들이 귀가하는 등 손님이 뜸 하자 모텔 주변 노는 땅을 파게해서 채소를 심게 할 정도로 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텔 주인부부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펄쩍 뛰더군요. 자신들을 통일교 장로-권사라고 밝힌 남자주인 H(62)씨와 부인 L(60)씨는 22일 전화통화에서 "월급은 90만원이었다가 장사가 안 돼 80만원에 일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그렇게 일 시킨 적 없다"고 했고, 휴무 문제에 대해서는 "일요일은 손님이 없어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월급이 90만원 또는 80만원이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지방노동청천안지청(이하 천안지청)이 지난해 12월 11일 모텔주인을 조사해 작성한 '체불금품확인원'에는 월 임금이 100만원으로 돼있습니다. 재중동포 김씨는 "일 시키고 나서 일방적으로 80만원으로 깎으려고 해서 거부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욕설과 폭행…노예나 다름없었다"
"무고로 걸겠다…통일교인은 불량하지 않아"

재중동포 김씨는 자신의 수첩에 월급을 받은 날과 휴무를 한 날을 표시했습니다.
 재중동포 김씨는 자신의 수첩에 월급을 받은 날과 휴무를 한 날을 표시했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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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예나 다름없었습니다. 모텔주인은 제가 조금만 잘못해도 심하게 욕설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해대서 허리를 다치기도 했습니다. 주인은 제가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고, 이웃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도 못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자기네 집안 사정 이야기를 할까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오직 일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모텔에서 10개월은 감옥생활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씨는 모텔에서 겪은 일을 말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텔 주인남자가 '이년 저년' 등 욕설을 일삼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인간적 모멸과 폭행의 고통에 못 견뎌 모텔을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주인이 못 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2006년 12월 30일 객실료 26만원을 벌어 놓은 김씨는 주인이 흡족해 할 것이라는 생각에 외출했다 돌아온 주인여자(꼭 '사모님'이라고 호칭)에게 객실료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주인남자가 김씨의 멱살을 틀어쥐고 끌고 가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놀란 김씨가 '사람 살려요'라며 소리치자, 주인여자가 달려와 말렸고 주인남자는 멱살을 틀어쥔 채로 김씨를 세게 밀었습니다. 이때 내동댕이쳐지면서 허리를 다쳤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식사 하러온 인부들에게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하자 주인여자는 '사람 앞에서 아픈 척 했다'고 욕을 했다는 것입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모텔주인 부부는 "폭행한 적 없다, 허위사실이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무고로 가만두지 않겠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다만 주인여자는 "사장님이 성격이 급해서 소리를 높인 적은 있지만 때린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노예나 다름없는 상태였고 감옥생활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 주인여자는 "재중동포들은 흉측한 사람들"이라면서 "내가 겪은 바로는 그 사람들 말의 80%는 거짓말"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나는 권사 직분을 받은 사람으로 세계일보에서도 근무했습니다. 통일교인은 그렇게 불량하지 않으며, 문(선명) 선생님께 철저히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는 평생 살면서 남의 돈 10원도 떼어먹은 적이 없습니다. 신용조회를 해보면 알겠지만 신용점수가 빵점이라 대출이 안됩니다. 임금을 떼어먹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임금체불 액수마저 속였다"…'벌금 100만원만 내면 끝이다'?

모텔 주인남자가 쓴 '지불각서'. 모텔주인 H씨는 지불각서에서 "미지급 임금(이) 2006년 8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임금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7개월 치의 임금이 체불됐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모텔 주인남자가 쓴 '지불각서'. 모텔주인 H씨는 지불각서에서 "미지급 임금(이) 2006년 8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임금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7개월 치의 임금이 체불됐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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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간 이하의 취급과 폭행에도 꾹 참았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빚 갚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으로 급히 돌아가야 할 사정이 생겼습니다. 중국에 있는 남편이 2007년 2월 위암 수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2006년 7월 6일 100만원을 월급으로 받은 뒤에는 임금을 받지 못하다가 2007년 2월 26일 남편의 위암수술 때문에 100만원을 받는 등 두 달 치 월급 200만원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주인이 체불임금을 주지 않아서 암 투병 중인 남편에게 돌아갈 수 없게 된 김씨는 사흘 밤낮을 앓았다고 했습니다.

모텔을 그만둔 지 열흘 가량 지난 2007년 3월 14일 주인부부는 김씨에게 '우리나 되니까 그만둔 동포에게 100만원을 준다'면서 '감사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모텔 주인이 지난 1월 7일 50만원을 입금했으니 모텔에서 10개월 동안 일하고 받은 임금은 350만원입니다. 김씨는 6일 부족한 10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루에 3만3천원×6일 하면 19만8천원, 7개월 체불임금 700만원에서 19만8천원을 빼면 김씨가 받을 체불임금은 680만2천원인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여자는 2007년 3월 15일 '미수금 약속서'에 체불임금이 500만원이라고 일방적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체불임금 액수마저 속이는 주인부부의 태도가 분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만 이마저도 써주지 않을까봐 억지로 참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대표 김해성)의 도움을 받아 노동부에 진정하게 됐는데, 주인남자는 체불임금이 5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2007년 4월 13일 주인남자는 지난해 10월말까지 500만원을 지불하겠다는 지불각서를 썼습니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인남자는 지불각서에 "미지급 임금(이) 2006년 8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임금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7개월 치의 임금이 체불됐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재중동포 김씨는 "주인에게 밀린 임금을 달라고 전화하면 '법으로 하면 돈을 못 받을 줄 알라'고 겁을 주었다"면서 "노동부(천안지청) 조사를 받은 뒤 복도에 나온 주인이 '나는 한국 법을 잘 안다. 너는 불법(체류자)이니 끌려가고, 우리는 (임금체불에 대한) 벌금 100만원만 내면 끝이다'라고 겁을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주인여자는 "둘이 합의 하에 체불임금이 500만원이라고 썼다"고 주장하면서 "일을 시켰으면 돈을 주어야 하는 것을 아는데 손님 구경도 못하고 있고, 기름 살 돈이 없어 모텔 방안에 불도 못 넣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두 번이나 지불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묻자 "그건 잘못됐다"면서도 "김씨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중국동포교회가 코치해서 악랄한 짓을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암 투병 중인 남편 곁으로 속히 돌아가게 해주세요!

재중동포 김희숙씨가 모텔에서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3개월치 월급밖에 받지 못했다며 손가락으로 표시했습니다. 김씨는 모텔에서 노예나 다름없이 일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며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재중동포 김희숙씨가 모텔에서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3개월치 월급밖에 받지 못했다며 손가락으로 표시했습니다. 김씨는 모텔에서 노예나 다름없이 일했는데도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며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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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연초인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열하루 동안 태안반도 기름제거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봉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김씨는 하루에 1500명-3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임금체불 문제도 급박하지만 조국이 기름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노력봉사로라도 손을 보태야 한다는 심정으로 달려갔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22일 천안지청에 다음과 같이 호소했습니다.

"체불금품이 500만원이라고 속인 모텔 주인부부에 대해 다시 조사해주시어 사실을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체불된 임금 680만원은 저와 제 가족에게 생명줄과도 같은 돈이며, 온갖 모욕과 폭행을 당하면서 일한 돈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돈입니다. 모텔주인이 체불임금을 이른 시일 내 해결해서 암 투병 중인 남편과 가족 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한편, 천안지청은 재중동포 김씨가 체불임금 재조사를 요청함에 따라 25일(금) 오전 10시 모텔주인을 불러 대면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기자는 김씨와 동행취재 할 계획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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