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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숙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를 위한 호소문 이미지.
 '허병숙 할머니 고향 보내드리기'를 위한 호소문 이미지.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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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바로가기 ☞ 중국동포 허병숙 할머니 가족에게 보내드리기

오늘(22일) 아침 8시께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도시락 든 배낭 가방을 어깨에 멘 할머니는 '중국동포를 깔보는 한국 땅'을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었습니다. 눈발에 눈썹이 하얗게 된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 할머니 '그것이 알고 싶다' 보셨어요?
"보면 자꾸 눈물이 나니까 아니 봤어."

<그것이 알고 싶다>가 중국동포의 여러 문제를 다룬 '조국을 찾아온 조선족, 중국동포'를 19일 방영했는데 허병숙 할머니의 딱한 사연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 할머니를 도우려는 분들이 이번 달 말까지 1050만원을 모아 보기로 했어요.
"……."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 여하튼 저희는 저희대로 돈을 모을 테니까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열심히 싸우세요.
"기래 알았소."

- 할머니 길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알았소. 잘 가시오."

"임금체불, 차별과 싸우는 허병숙 할머니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

<오마이뉴스> 창을 열어 [중국동포 허병숙 할머니 가족에게 보내드리기] 세 번째 기사 "동포 돈 떼먹는 사람 처벌하는 법 만드시오"의 댓글을 읽었습니다. 두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금쪽같은 댓글이었습니다. 대개 동포를 혐오하고 공격하는 댓글이 많았는데 오늘 댓글은 할머니를 돕겠다고 나선 저희를 부끄럽게 했고, 투쟁방향을 일러주기도 하는 매우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신바람(hjnomusa)'이란 아이디의 <오마이뉴스> 독자는 "현재 고용보험에는 외국인 근로자 체불임금을 대신 지불하는 제도가 없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은 체불임금 발생 방지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1인 시위 투쟁을 지지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허병숙할머니는 또 다른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입니다. 할머니 그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는 말씀! 님의 어머님 아버님이 하셨던 독립운동과 같습니다."

그리고 독일에 거주하는 <오마이뉴스> 독자 남경국씨가 장문의 글을 댓글로 달았습니다. 그 분이 이주노동자인지 아니면 유학생인지 모르겠지만 할머니의 심경을 충분히 헤아렸고, 할머니가 1인 시위를 하면서 요구하는 바를 매우 잘 짚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돕는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독자와 네티즌에게 허병숙 할머니 돕기 릴레이를 호소했습니다.

다음은 댓글 '전문'입니다. 중간 제목은 독자의 편의를 위해 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

허병숙 할머니는 분명히 말씀 하셨습니다. "중국동포를 깔보지 말라"
 허병숙 할머니는 분명히 말씀 하셨습니다. "중국동포를 깔보지 말라"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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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0)
남경국(kknam)  2008.01.22 05:22 조회 3 찬성 0 반대 0


조호진 기자님의 기사 고맙습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중국동포 허병숙 할머니 사연에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기사 중에 "할머니가 마음을 닫으면서..." "후원자들 방문거절" 등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받은 상처의 깊이를 생각해 봅니다. 기사 중 "고향가시겠다는 의사가 분명하면... 성금을 전달하기로..." 구절이 마음에 걸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임금을 받지 못한 중국동포 등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을 도우면서 느꼈던 점, 조심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강제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하여 강제출국당하거나 또는 포기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끝까지 남아서 임금을 요구하는 경우, 그 분들은 못 받은 임금을 받겠다는 생각뿐이 아니라 그 부당성에 대해서 대한민국에 호소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허병숙 할머니도 그런 심정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보다 형편없는 저임금으로 때론 갖은 수모를 받아가면서 일했는데, 그 일한 대가마저 받지 못했을 때 받게 되는 충격과 그 심정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클 것입니다. 허병숙 할머니도 그럴 것입니다.

조선족이라 부르다 중국동포로 우리가 부른다고 해서 그 분들이 한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리는 혜택이 늘어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임금차별도 감수하면서 갖은 욕설에도 참아가며 일하는 그 분들을 우리가 중국동포라 부르기만 하면 무엇 합니까. 허벙숙 할머니도 그것을 거부하시는 것 아닐까요.

허병숙 할머니가 지금도 청와대 앞 시위를 하는 것은 받지 못한 임금 1050만원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중국동포로 부르면서도 체불임금에 눈 감고,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에 힘들어 하는 할머니를 외면한 2008년 대한민국을 향해 무력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허병숙 할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받고 싶어 할 것입니다

1050만원 모아서 할머니께 드리기가 무척 힘이 들어 보입니다. 1050만 원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할머니의 '한'을 풀어드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지른 일에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꼭 1050만원 모아서 중국가시면 준다고, 못을 박아야 할까요.

1050만원을 모아서 드리더라도 중국으로 가시는 것을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허병숙 할머니는 그 돈을 받더라도 임금을 주지 않은 식당주인의 사과라도 받고 싶고, 우리 국민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한이 풀릴 때까지 본인이 하실 일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중국동포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에 대한 정부의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허병숙 할머니는 한국에 남아서, 우리가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문제들을 혼자라도 그 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050만원이 아니라 우리는 할머니의 육체적 고통과 '한'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도 모아서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할머니의 중국 귀국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허병숙 할머니는 1050만원을 받더라도 자신이 한국에 본인이 겪은 또 지금도 많은 중국동포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알리고 대한민국이 바뀌는 그 날까지 있겠다고 하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한이 되었겠습니까.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돈 1050만원을 우리가 모아준다고 해서 할머니가 우리에게 고마워해야겠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우리라도 대신...

후원하는 분들 모두 허병숙 할머님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안한 심정일 것입니다. 아직 후원하는 분들이 적은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기사를 읽은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1050만원 모이겠지' 하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허병숙 할머니 사연을 접하고, 할머니께 죄송하고 대한민국이 부끄럽게 느껴진 여러분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1050만원은 단지 할머니가 당연히 받아야할 돈에 불과합니다. 허병숙 할머니는 돈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받고 싶어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시민기자 여러분 할머니 돕기 릴레이를 시작해주십시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 시민기자 여러분 이제 우리 마음을 전합시다. 단지 1050만원이 목표가 아니라 할머니의 "한"까지도 풀어드릴 수 있는 정성을 모읍시다. 비록 독일에 있지만, 저도 한국에 있는 아는 분들께 후원을 부탁하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위 분들께도 사연을 전하고 동참합시다.

제 자신 대통령 선거결과를 본 후 한국에 어느 정도 관심을 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허병숙 할머니 사연을 보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됩니다. 허병숙 할머니 첫 사연을 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직 1050만원이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네티즌 여러분, 허병숙 할머니 돕기 동참의 끝없는 릴레이가 시작되게 해 주십시오. 그래도 아직 허병숙 할머니 사연을 보면 가슴 아프고 답답한 심정이 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제가 한국가면, 언젠가 허병숙 할머니 돕기에 동참하시는 모든 분들 위해서 한턱 쓰는 날이 오도록 하겠습니다.(열심히 돈 벌겠습니다. ^^ 그날이 빨리 오도록 ^^)

한국에서 그래도 희망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지금 동참하시는 것이죠. ^^
후원계좌 등 빨리 확인하시거나 오마뉴스로 연락하세요. ^^
저 진짜 기억해 두었다 한국 가서 열심히 돈 벌어서 여러분께 쏩니다. ^^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하십시오.

허병숙 할머니 후원하는 분들, 2008년은 여러분 것입니다~~~~~~~~~~~~

2008년 1월 22일 독일에서 남경국 올림


태그:#중국동포,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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