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 선수 영정 - 챔피언 벨트와 글러브가 함께 했다

최요삼 선수 영정 - 챔피언 벨트와 글러브가 함께 했다 ⓒ 이충섭


 오른쪽부터 장정구, 황준석, 이상호, 홍수환씨 등 많은 복싱선수들이 빈소를 찾았다

오른쪽부터 장정구, 황준석, 이상호, 홍수환씨 등 많은 복싱선수들이 빈소를 찾았다 ⓒ 이충섭



1월 3일 0시 1분 프로복서 최요삼(35)이 끝내 뇌사 판정을 받고 숨을 거뒀다. 최요삼의 가족과 관계자들은 마지막으로 오열하며 2일 저녁 7시 30분,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서울 아산병원 제1영안실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당선자의 화환이 전달되었으며, 복싱을 비롯한 여러 운동단체는 물론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다녀가며 그를 추모했다. 발인은 5일 새벽 6시에 할 예정이다.

이 글은 아마추어 복서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가 고 최요삼 선수에게 보내는 추도사다.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 이충섭


[추도의 글] '영원한 챔피언' 최요삼을 기리며

이제 복싱 팬들은 한국 복싱을 살리고자 마지막까지 불꽃처럼 타올랐던, 한 사람에게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이제 그 불꽃은 꺼졌고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70·80년대의 복싱 중흥기 같았으면 링에 오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서른다섯 살의 몸으로 마지막 남은 한국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지키고자, 그것도 화끈한 경기를 보여 복싱을 부흥시키려 사력을 다했습니다. 열두살이나 적은 띠동갑의 도전자를 압도하고서 승리를 목전에 두었건만, 그는 끝까지 정면승부를 택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하고 많은 운동 중에 왜 하필 때리고 맞는 복싱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차라리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도망을 다녀서라도 무사히 판정승을 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본인의 나이와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경기운영 때문에 스스로 비극을 초래했다"고도 합니다. "최요삼 선수 때문에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복싱이 더더욱 골짜기로 추락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되물을 것입니다.

"당신은 복싱 선수와 대화해 본 적이 있는가? 왜 그들이 그 위험한 운동에 인생을 걸어야만 했을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이웃나라는 뇌 촬영 사진까지 검사하며 격투기 진행을 할때, 국내 복싱선수들은 손만 쥐었다 펼 수 있으면 링에 올라가서 싸워야하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가? 한 때 온 국민을 피 끓고 환호하게 했던 복싱 선수들이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한 적이 있는가? 세상물정 모르는 그들이 당한 억울한 사연에 귀 기울인 적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그렇게 했었다면, 권투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최요삼 선수는 지금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살아있었을 것입니다. 가장 위험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열악한 응급의료체계 속에서 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를 좀 더 알았다면 그는 그렇게 혼자서 한국 복싱 중흥의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요삼 선수는 마지막 공이 울리는 순간까지 혼신을 다해 싸웠습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나서 승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갖는 의미이며 존경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챔피언, 우리 한국복싱의 영원한 챔피언 최요삼! 그는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 복싱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한국 복싱의 중흥은 그의 불꽃같은 산화를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수십년간 마땅히 개선되고 바로 잡아야 했을 것들을, 그의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들이야말로 최요삼 선수 앞에서 면목 없는 죄인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경기는 볼 수 없지만, 그 대신 아홉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아름다운 청년', '진정한 챔피언'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오열하는 가족과 지인들

오열하는 가족과 지인들 ⓒ 이충섭


 경기후 뇌수술을 받았던 때를 회상하는 전WBA 플라이급 챔피언 김태식

경기후 뇌수술을 받았던 때를 회상하는 전WBA 플라이급 챔피언 김태식 ⓒ 이충섭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최요삼 선수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최요삼 선수 ⓒ 이충섭


최요삼 홍수환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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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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