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장 눈부신 성장을 이룬 선수를 꼽으라면 올 시즌 .308의 타율과 53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도루왕까지 오른 '슈퍼 소닉' 이대형(LG)을 빼놓을 수 없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대형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대형 ⓒ LG 트윈스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은 이대형

이대형은 지난 2003년 입단 당시부터 육상선수를 연상시킬 만큼 빠른 발과 감각적인 야구 센스로 일찌감치 유지현의 뒤를 이은 차세대 1번 타자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런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3할 타율은 물론이거니와 단 한 번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할 만큼 기대와는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심타선에 들어서야 할 이병규(주니치)를 1번 타자로 기용했을 정도로 마땅한 톱타자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에게 이대형의 성장은 너무도 절실했지만 이대형은 좀처럼 껍질을 깨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4년을 보내야 했다.

올 시즌 LG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을 한 김재박 감독이 특유의 ‘작전 야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공격의 첨병이 되어야 할 1번 타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이병규마저 일본으로 떠나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 되었다. 결국, 김재박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면서 빠른 발을 가진 외야자원이었던 이대형과 오태근을 번갈아가며 1번 타선에 기용하는 실험을 했다. 두 명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이대형이 치고 올라왔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타격이 몰라보게 향상되면서 빠른 발은 더욱 빛을 발휘한 것이다. 초반 반짝 활약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이대형은 시즌 내내 멈추지 않고 질주했다. 그렇게 내달린 끝에 이대형은 125경기 출장, 139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308 31타점 68득점 53도루를 기록, 최다안타 4위, 타율 12위, 득점 8위, 도루 1위라는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번 타자 이대형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LG가 올 시즌 막판까지도 4강 다툼을 벌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올 시즌 이대형이 기록한 .308의 타율은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며 139개의 안타는 지난 4년 동안 이대형이 때려낸 안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다. 이대형은 지난 4년 동안 88개의 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었다. 이대형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만년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은 것이다.

'내야안타의 달인' 이대형의 특별한 경쟁력

 야구 대표팀에 선발 된 이대형

야구 대표팀에 선발 된 이대형 ⓒ LG 트윈스

현재 이대형은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발탁이 되어 다음달 1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이대형이 주전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경쟁 상대들이 만만치가 않다.

‘발야구’를 내세우고 있는 대표팀에는 이대형의 경쟁력인 빠른 발을 지닌 선수들이 넘쳐나며 방망이 솜씨도 저마다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대형은 올 시즌 좌완투수를 상대로 타율 .216를 기록했을 정도로 좌완투수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대형이 1번 타자로 나섰음에도 중심타선에 들어선 발데스나 박용택보다도 적은 509타석에 들어선 이유도 상대선발이 좌완 투수일 경우 자주 선발 오더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대표팀에서 이대형의 역할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대형은 이런 약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특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올 시즌 124개의 안타를 단타로 기록한 이대형은 특히 내야 안타를 만드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대형이 가지고 있는 매우 특별한 경쟁력이다.

언뜻 내야안타가 많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기록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야안타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확하게 때려내기 어려운, 까다로운 구질을 던지는 투수의 공도 일단 방망이에 갖다 맞히기만 하면 안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생소하고 까다로운 수준급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본전에서 이대형의 이 같은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표팀에서 이대형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기도 하다.

사실 장타력(힘)이 부족한 것은 그동안 이대형의 약점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주신 빠른 발을 지니고 있었던 이대형은 올 시즌 이 같은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법을 깨달았다. 바로 이대형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낸 비결이다. 과연 이대형이 대표팀에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지, 2007년의 화룡점정을 향한 이대형의 질주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데일리안>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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