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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 아내와 함께 신문을 돌리고 아침 7시에 잠이 든 뒤, 오전 10시경 일어났다. 딸은 학교 보충수업 갔다가 10시경 왔다.


"해림아 아빠랑 철새 구경 갈래 말래... 다리 아프면 그냥 쉬어."


난 딸의 다리를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


"싫어 갈거야."


딸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되받았다.


"그래 그럼 가자."

 

10일 울산대공원에서 119 소방의 날 행사를 한다고 신문에 났다. 나는 딸이랑 그 행사부터 가보고 시간에 맞춰 철새 탐사를 하기로 했다. 남목에서 공업탑 넘어 울주군청 정류장까지 가려면 40여분 정도 걸린다.


분명히 신문엔 옥동 문 쪽에서 119날 행사를 한다고 했는데 놀러 나온 행인들만 잔뜩 있고 119 소방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119 소방의 날 행사 한다던데 아무것도 없네요?"


나는 궁금해서 안내원에게 물어 보았다.


"그 행사는 남문쪽에서 해요. 걸어가면 15분 넘게 걸릴 거예요."


울산대공원 남문이라면 산 하나 넘어 반대쪽에 있다.


나 혼자가도 15분인데 다리 절룩이는 딸이랑 가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보고 말지...'

나는 딸이랑 공원 의자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한참을 걸어 버스 정류장까지 가 시청 방향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5분 정도 걸려 시청 문 앞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가보았던 시청 옆 삼성SDI 하청 하이비트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노숙 농성장엘 가보았다. 가보니 어제랑 다른 분이 또 앉아 있었다.


"어찌 되세요?"


궁금해서 물으니 금속노조 울산본부 조직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우린 잠시 대화를 나누다 시간이 다되어 그곳을 나왔다. 시청 문 앞에 가보니 이미 대형 버스가 와 있었다. 우리가 가자 울산환경연합 담당자가 반기며 철새탐사교육 받고 가야 한다면서 시청 안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시청안 건물 1층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전 교육을 듣기 위해 앉아 있었다. 나는 시청 앞에 핀 국화를 배경으로 딸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자리에 앉았다.


담당자는 오늘 탐사할 곳은 두 곳이라고 말한다. 먼저 태화강 하구 쪽으로 가서 여러 가지 겨울 철새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마련한단다. 그 곳 탐사가 끝나는 대로 십리대밭보다 위에 있는 큰 대밭을 탐사할 거란다. 몇 년 전부터 대표적 겨울 철새가 된 '까마귀떼를 보러 간다고 했다.


미리 나누어준 철새 사진이 든 책받침과 다른 자료를 보았다. 사전 학습이 다 진행되자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태화강 하구에 도착하니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억새인지 갈대인지 무리들이 우릴 반겼다.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녘에 햇살에 비친 갈대들의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었다. 우리는 걸으려고 닦아 놓은 길 옆에다 준비한 망원경을 설치했다. 그 망원경은 일반 망원경과는 달리 매우 값나가는 망원경으로 보였다. 담당자는 조심스레 다루라 했다. 망가지면 자신의 두 달 급여가 날아간다나.


우리가 있는 건너편 모래밭엔 여러 종류의 물새들이 Ep지어 노닐고 있었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혹부리오리, 중대백로, 쇠백로, 쇠기러기, 재두루미, 황새, 흰 물떼새, 붉은부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왜가리.........


나는 겨울 하천에서 만나는 물새들이 그리 많은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철새 관찰을 하고 있는 사이 버스기사님은 친절하게도 주최측이 준비한 고구마를 간이 버너로 찌고 있었다. 그러나 고구마 몸통이 너무 커 다 익지 않은 탓에 못먹었다.


"자 이 고구마는 두 번째 장소에 가서 더 쪄서 드리겠습니다."


환경연합 담당간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곳 탐사를 마무리지었다. 우린 다시 버스에 올라 몇 십분을 달려 십리대밭보다 더 위에 있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십리대밭에도 예전엔 새들이 많이 살았으나 공원으로 개발되면서 새들이 살지 않는다고 했다. 새들은 겁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으면 절대로 그곳에 살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인기척이 없는 그 위 대밭에 울산의 대표적 겨울 철새가 돼버린 떼까마귀들이 겨울을 난다고 했다.


상류 강가에도 길을 내어 걷기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관찰할 떼까마귀는 강 건너 저편 넓은 대밭에 저녁을 지내러 온다고 했다. 다시 특수 망원경이 설치되고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준비해간 돗자리를 깔고 앉아 까마귀 떼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고구마가 다 익었다며 먹으라 한다. 온통 상한 부위 투성이라 먹다 말았다. 날이 조금씩 저물어 가고 어디서 날아오는지 까마귀들이 무리지어 날아와 대형 전깃줄에 주렁주렁 앉아 있다.


저 건너 산 쪽에서 대규모 까마귀 무리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마치 다량의 검은깨가 회오리 바람에 날리듯이 까마귀들이 검어지는 하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와~ 대단하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정말이지 장관이었고 멋있었다. 지금은 1만 5천 마리 정도 된다고 한다. 한 겨울이 되면 그 수가 두 세배 늘어나 4만 5천여 마리까지 불어난다고 한다. 나는 어려서 까마귀하면 매우 불쾌한 조류라고 생각해 왔다. 꼭 사람이 죽을 때 되면 깍깍거리는 거 같아서다


그러나 오늘 조류 전문가에게 한수 배운 후 그 같은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까마귀는 까치보다 더 상서로운 새같이 여겨졌다. 유교가 밀려오기 전까진 까마귀는 사람에게 친숙한 조류였다고 한다. 유교가 유입되면서 '선비는 흰색'을 즐긴다며 까마귀를 천대해버렸다고 한다


백의의 민족이니 하는 오류들이 모두 거기에 속한다. 까마귀도 조류의 일종일 뿐이다. 새는 새지 새가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쳐주는 그런 전지전능한 동물은 아닌 것이다


울산이 환경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고 똥물로 여겨지던 태화강에서 수영대회가 열린다. 또한 몇 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기이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까마귀때를 비롯 수십여 종의  철새들이 해마다 울산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매우 반겨야 할 일이다. 먹이 사슬이 되살아나고 철새들의 왕래가 잦은 것은 그만큼
공기가 정화 되어 있고 땅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이 지구는 우리만 사는 게 아니다. 사람도 살아야 하듯이 수천 수만 종의 동식물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딸과 함께한 철새 탐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힌 아주 보람찬 하루 일과였다

덧붙이는 글 | 11월 10일 토요일 오늘하루 여러가지를 경험한 하루


태그:#환경, #까마귀, #환경운동,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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