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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입원해 있는 중환자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입원해 있는 중환자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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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다리가 붓고 아파서 병원에 찾아왔는데 간이 아주 나빠서 위험한 상태라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어요. 몸이 아프니까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빨리 나아서 고향가고 싶어요."

190㎝가량의 건장한 몽골 청년 바야라(24)는 지난 9월 2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을 찾았다. 다리가 붓고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다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간에 있었던 것이다. 검진 결과 간경화 환자로 밝혀진 것이다.

올 4월 한국에 온 중국동포 라현성(42 길림성)씨도 간암 환자다. 라씨는 "지난 8월 속이 메스꺼워서 외노의원을 찾아 왔더니 간이 너무 나쁜 상태라고 의사선생님이 말해주었다"면서 "중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인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에 온 재중동포 이영화(52 길림성)씨는 3년 체류기간 만기인 오는 12월 귀국할 예정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해 애써 모은 돈의 일부는 대학 2학년인 아들의 학비로 댔고, 또 일부는 살림 밑천으로도 모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던 한국 생활 3년이었다. 그런데 낙담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형편이다.

이씨는 지난 15일 얼굴이 노래지고 피곤이 몰려오는 증세를 호소하기 위해 외노의원을 찾았다. 외노의원 의료진은 간염 정도로 알고 이씨를 검진을 했는데 결과는 간암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가족 곁에서 치료받기 위해 오는 22일 조기 귀국할 예정이다.

이씨는 "밥도 잘 먹었고 일하는데도 지장이 없어서 설마 큰 탈이 있겠느냐 생각하고 병원에 왔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국 땅에 와서 돈은 벌었는데 건강을 잃고 돌아가게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 노동자처럼 건강검진을 받았더라면..."

검진 결과 간암으로 판명된 재중동포 이영화씨(왼쪽)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완주 원장
 검진 결과 간암으로 판명된 재중동포 이영화씨(왼쪽)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완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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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의원은 암환자를 비롯해 중한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병원이 아니라 의원인 것이다. 그래도 병든 몸으로 오갈 곳이 없는 환자들은 피난처인 이곳을 찾아와 눕는다. 하지만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것도, 간병해줄 가족을 그리워하는 환자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다고 의원 관계자는 말한다.

이완주(63) 원장은 20대 몽골 청년과 재중동포 라씨와 이씨에게 건강검진 기회가 있었다면 최악의 상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이 원장은 "낮선 나라에서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분들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막상 돈을 벌어도 건강을 잃게 되면 전부 잃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이 건강을 잃거나 사망한 채 돌아가는 일을 막기 위한 예방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배은분(46) 간호사는 "한국의 노동자들처럼 매년 건강검진만 받았더라면 이렇게 위중한 상태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야라는 불법체류자여서 병원에 가서 검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다수 외국인노동자들이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 온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외국인노동자 1천명 무료종합검진

조남길 총재는 지난 9월 23일 외국인근로자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추석 큰잔치 행사장에서 이완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이완주 원장에게 무료종합검진 의료봉사표를 전달했다.
 조남길 총재는 지난 9월 23일 외국인근로자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추석 큰잔치 행사장에서 이완주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이완주 원장에게 무료종합검진 의료봉사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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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봉사단체가 외국인노동자 및 국제결혼 여성 등 1천명에게 무료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할 계획이다.

라이온즈클럽 354-D지구(총재 조남길)는 2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종합검진센터 '한신메디피아'에서 외국인노동자 및 국제결혼 여성 등 1천명을 대상으로 무료종합건강검진을 실시한다. 50만원 상당의 종합검진에서는 폐기능, 심전도, 골밀도, 위장X선, 위내시경, 혈액종합검사 등 20여 분야에 대해 검사한다.

이번 종합검진은 합법,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오히려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게 검진의 초점을 맞춘다는 게 라이온즈클럽의 입장이다.

라이온즈클럽 회원 300여명은 이날 건강검진을 받게 될 1천명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그들 나라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박람회를 연다. 이와 함께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노래자랑 등 문화한마당을 마련, 다문화 나눔과 생명 살림의 어울림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EBS라디오는 현장에서 '사랑해요 코리아' 공개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남길 총재는 "의료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건강과 보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무료종합건강검진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중대 질병으로 확대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선희(목사)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서울센터 소장은 "이번 종합검진은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건강 상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데이터로서도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종합검진이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의 건강정책을 세우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검진 결과 중환 환자들이 발견되면 외노의원에서 치료를 맡을 예정이다.

한편, 한국라이온스클럽은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 원 상당의 안과 의료시설을 기증한 데 이어 한글학교설립 및 운영을 지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다문화어린이마을'과 '다문화가정센터'를 건립하도록 지원했다.


태그:#외국인노동자, #종합검진,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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