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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의 시골집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 김민수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올 장마가 7월 초순까지 평년과 비슷하다가 중순에 집중호우 형태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7월 하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 긴 장마 기간을 보내야 할 것 같네요.

잘 알고 계시는 '유비무환'이란 사자성어를 의료계에선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재미있게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반면에 장마철에 유독 많이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근무하는 보건지소에도 하늘이 잔뜩 찌푸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오시곤 하는데요.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제가 근무하는 보건지소로 근처에 사시는 임윤덕(가명·74) 할머니께서 찾아오셔서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시는 할머니의 무릎입니다.
ⓒ 엄두영
"온몸이 아파 죽겠어…. 특히 이 무릎이 너무 아파. 좀 아프지 않게 약 좀 줘…."

이렇게 요즘같이 날씨가 좋지 않을 때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으시는 어르신들 중 가장 많은 원인이 되는 질병이 소위 '장마철 관절염'이라고 불리는 관절 통증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관절염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왜 장마철만 되면 더 고통을 느껴야 할까요?

이번 <뉴스 속의 건강>에서는 의학과 한의학적 관점에서 장마철에 더 심해지는 '관절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날씨와 관계 있는 관절 통증

장마철 관절염의 악화요인은 정확히 규명된 것은 아닙니다만, 날씨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기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의 압력이 평상시보다 아픈 관절을 누르는 힘이 약해지게 되고, 결국 관절강 안의 압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염증 부위가 부어 오르고 통증이 심해지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관절 주위의 근육을 뭉치게 하고, 관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통증을 유발시킨다고 설명합니다.

관절염의 종류 가운데 가장 많은 관절염은 55세 이상의 80%, 75세 이상의 거의 전 인구가 앓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그렇다고 여기 속한 모든 분들에게 임상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으며, 이중 25% 정도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서 2배가량 더 많이, 그리고 더 심하게 증상이 나타나므로 만약 어르신들께서 이 나이대에 계신다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전보다 오후에 더 악화하는 관절염

다음 사항을 체크해 보세요. 관절염의 제일 흔한 부위는 '무릎 관절'입니다. 초기 증상은 경미해서 잘 나타나지 않지만, 관절 주위가 부어 오르고 움직이면 통증이 악화하며 쉴 때 호전된다면 한번쯤 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통증은 냉기에 의해서 악화하고, 관절 운동을 할 때 마찰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통증이 오전에는 괜찮다가 관절을 많이 사용할수록, 즉 오후가 되면 심해집니다. 반면 뻣뻣한 느낌은 아침에 심하다가 점차 감소합니다. 만약 위와 같은 증상이 보인다면 인근 병의원 방문을 권유합니다.

치료는 크게 비약물치료, 약물치료, 그리고 수술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비약물치료는 국소적 열 치료와 관절주위 근육을 강화시키는 물리치료 등이 있고, 약물치료는 소염진통제를 사용하여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 TV에서 많이 광고 중인 '관절 파스'도 소염진통제에 속합니다.

한편 소위 말하는 '뼈 주사'와 같이 관절강 안으로 스테로이드나 히알루론산을 주입하는 방법도 있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글루코사민이나 황산 콘드로이친 같은 경우도 학계에서 아직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석배 상주 적십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다양한 약물치료로도 심한 통증이 경감되지 않는다면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유 전문의는 "인공관절수술은 수명이 15∼20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2번째 수술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므로 70세 전후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60세 이하에서 통증이 심할 경우 외반 절골술(valgus ostectomy)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시는 할머니의 무릎입니다. 군데군데 뜸을 심하게 떠서 생긴 화상 자국도 보입니다. 얼마나 무릎이 아프셨으면...
ⓒ 엄두영
장마철 관절염, 습한 기운 우세해 생겨... 기혈 통하도록 하는 것 우선적 치료법

한의학적 관점으로 관절염은 기와 혈이 막혀서 잘 통하지 않아 생기는 병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관절염은 역절풍(歷節風),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백호역절풍에 대해 풍(風), 한(寒), 습(濕) 세 가지가 영향을 주어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마철과 같이 습한 기운이 더욱 심한 관절염을 착비(着痺)라고 따로 분류하는데, 습한 기운이 피부로 침범하여 관절에 머물게 되어 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관절 통증은 기(氣)와 혈(血)이 통하지 않아서 나타나므로 기와 혈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 각종 관절염의 공통된 치료법입니다. 치료로는 약물요법, 침구요법 등을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승훈 한의사는 "약물요법에 있어서는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에 기재되어 있는 처방 중 풍(風)과 습(濕)을 제거해주는 효능을 가진 약(소풍활혈탕, 대강활탕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만약 습한 기운에 더 중점을 둘 때는 습한 기운을 가라앉히는 약(승습탕 등)을 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또 침구치료에서는 다리에 생긴 다양한 관절염을 포함한 통증질환(하지비증(下肢痺症))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경혈 중 상황에 맞는 경혈을 취사선택하여 치료를 시행합니다.

이때는 통증이 있는 곳에 따라, 인체의 기혈이 흐르는 통로(경락유주(經絡流注))를 고려하여 경혈을 선택합니다. 또 습한 기운이 인체에 들어와 해를 끼치는 것(습사(濕邪))에 주안점을 두고 열(熱)·풍(風)·한(寒) 등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는 것도 경혈 선택시 병행하여야 하며, 장부의 이상을 파악하여 경혈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픈 부위와 증상에 따라 다양한 접근을 통해 경혈을 선택하고, 해당 경혈에 침이나 쑥 뜸을 놓아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장마철 관절염에 대한 침구치료입니다.

운동과 찜질의 생활화로 장마철 관절염 극복할 수 있어

지금까지 양의학과 한의학적 관점에서 본 장마철 관절염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장마철 관절염은 장마철이 지나면 증상이 경감되긴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지루한 장마 기간이 계속 될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므로 통증이 심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인근 병의원 방문을 권유드립니다.

▲ 걷기나 사이클과 같이 무릎 관절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통증 예방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운동'과 '찜질'입니다.

운동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관절에 해가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통해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비록 수영이 관절에 가는 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가장 좋지만, 걷기나 사이클과 같이 무릎 관절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나 등산 등은 무릎 관절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온찜질은 관절 주위의 근육을 풀어주어 통증을 줄여줍니다. 주의할 점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냉찜질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마철 관절염은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의 단골손님입니다. 이번 기회에 저도 이 세상에 홀로 살아계시는 외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봐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관절염의 한의학 부분은 경남 창녕군 보건소에 근무하는 이승훈 한의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승훈 한의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관절염, #장마철, #걷기, #사이클, #무릎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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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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