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권덕준(SK 와이번스)에 대한 칭찬은 끝날 줄 몰랐다.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SK와 현대의 경기에서 현대가 6-1로 앞선 가운데 7회초에 SK 패전처리투수로 권덕준이 마운드에 오르자 SK 홍보팀 최홍성 매니저는 권덕준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2005년 데뷔 당시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아, 그러나…

▲ 권덕준
ⓒ SK 와이번스
일반 야구팬들에게 권덕준이란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일 현대전이 펼쳐지기까지 1군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덕준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번으로 SK에 지명됐다. 지금은 해체된 야구부인 한서고 출신인 권덕준은 2005년 가을 펼쳐진 플로리다 가을캠프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당시 조범현 SK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권덕준의 체격은 177cm 71kg. 야구선수로서는 물론이고 투수로서는 더욱 작은 체격이다. 얼굴도 곱상해서 이러한 선수가 어떻게 강력한 투구를 할 수 있을까 의심을 품게 하지만 권덕준은 시속 140km중반대의 직구와 함께 몸쪽 승부를 즐길 정도로 대담한 투구를 펼친다.

여기에 권덕준은 같은 팀 선배인 김원형을 연상시키는 낙차 큰 커브로 조범현 감독에게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인으로서 코칭스태프에게 보여주려는 과욕이 지나쳤을까.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권덕준은 가을캠프에서 그만 부상으로 도중 하차하고 만다. 결국 팔꿈치 부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 권덕준은 2005시즌에 1군 무대는 물론이고 2군 무대에도 나서지 못했다.

2006시즌도 별반 다르지 않아 2군 무대에서 기록한 16경기 등판 1승 1패 평균자책점 8.63이 그가 거둔 성적의 전부였다. 그리고 2007년. 2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하고 있던 권덕준은 의외의 행운을 잡게 된다. 최근들어 SK 마운드가 무너지며 2일 경기를 앞두고 재활군에 있던 송은범과 함께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

프로 데뷔 2년만에 첫 등판, 호투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나

▲ 2일 경기에서 브룸바의 타구를 맞고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는 권덕준
ⓒ 고동현
2005년 데뷔 후 첫 엔트리 등록. 이 때문에 경기 전 권덕준의 표정은 상기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데뷔전 역시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이날 SK 선발투수로 등판한 김원형은 1회부터 난타당하며 3실점했으며 구원투수로 나온 정우람마저 7회들어 정성훈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해 점수는 1-6까지 벌어졌다. SK 벤치는 정우람이 홈런을 허용하자마자 7회 2아웃 이후부터 권덕준을 투입했다.

첫 타자는 유한준. 권덕준은 떨릴만도 했지만 유한준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후 이닝을 마감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권덕준은 2아웃을 잡은 이후 볼넷 2개를 내줬지만 홍원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8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7회와 8회에 보여준 권덕준의 모습은 잠시였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최고구속은 시속 152km까지 형성됐으며 각도 큰 커브는 상대타자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렸다. 최홍성 매니저 역시 "커브만을 따지고 보면 오히려 김원형보다 좋은 것 같다. 아마 현대 타자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문제의 9회. 선두타자는 이날 경기에서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클리프 브룸바였다. 전날부터 타격이 살아난 브룸바는 권덕준의 공을 받아쳐 잘 맞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이 공은 권덕준의 무릎 쪽을 강타했다. 권덕준을 맞고 흐른 타구는 1루수쪽으로 향했고 SK 1루수 이호준이 공을 잡아 아웃을 만들어냈다.

아웃이 되는 것을 확인한 권덕준은 곧바로 마운드에 쓰러졌고 곧바로 SK 코칭스태프와 의료진이 달려왔다. 결국 권덕준은 들것에 실려가야만 했다. 그야말로 지독한 불운이었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2년만에 올라선 1군 마운드 첫 등판에서 부상으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검사결과 오른쪽 무릎 단순 타박상으로 판정됐고 어렵게 오른 1군 엔트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액땜을 단단히 치른 권덕준. 그가 프로 데뷔 초반의 어려가지 시련을 딛고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을 몸소 실천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007-06-04 10:47 ⓒ 2007 OhmyNews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권덕준 브룸바 2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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