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SK 와이번스로서는 완벽한 하루였다. 관중 동원 면에서도, 이벤트 면에서도, 그리고 경기결과에서도 SK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26일 경기에서 SK는 이진영의 연타석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KIA 타이거즈를 7-3으로 꺾었다.
'만원관중' 이만수 팬티쇼 현실로... 경기에서도 7-3으로 압승 |
▲ 팬티만을 입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는 이만수(맨 왼쪽) 코치와 20명의 참가자들 |
ⓒ SK 와이번스 |
이날 경기 전까지 SK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전날 경기에서 KIA에 5-6으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으며 2위 한화 이글스에 1게임차로 쫓기는 신세였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마저 패하면 4연패 수렁에 빠지게 되고 선두 자리도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러나 이날 SK의 홈구장인 문학구장의 분위기는 최근 SK의 분위기와 전혀 딴판이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내야석은 이미 관중으로 들어차 있었으며, 경기 시작 전에 이만수 수석코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은 환호성으로 이만수 코치를 환영했다.
바로 이만수 코치가 '팬티쇼'를 보여주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만수 코치는 지난달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게 되면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돌 것"이라고 말했고, 농담식으로 했던 이 말은 여러 과정을 거치며 결국 진담이 돼버렸다.
이만수 코치는 자신이 말한 날 이후 '10경기 이내'란 조건을 달았고, KIA와의 26일 대결이 딱 10경기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경기 시작 30분 전인 오후 4시 30분부터는 '와이번스 걸'이자 최근 '바나나걸'로 가수 데뷔한 이현지씨 무대가 있었다.
이현지씨는 이날 자신의 데뷔곡인 '초콜렛'과 함께 SK 응원가를 부르며 경기장의 흥을 돋웠다. 이현지씨 무대에서 내려온 후 이만수 코치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경기 시작 30분 전까지 2만8000여장의 표가 나갔고, 드디어 경기 시작 1시간 12분(오후 5시 2분 시작) 후인 오후 6시 14분에 만원 관중(3만400명)이 들어찼다. 전광판에 '만원관중'이란 사실이 나가자 경기장의 관중은 이만수 코치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드디어 5회 말 종료. 이만수 코치의 '팬티쇼'가 시작됐다. 이만수 코치는 한 팬이 선물한 팬티를 입고 20명의 신청자와 함께 그라운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20명의 신청자 중에는 SK 와이번스 이현수 마케팅 팀장도 끼어 있었다. 여기에 경기장에는 이벤트와 딱 들어맞는 정수라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바로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제가인 '난 너에게'.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라운드를 팬티 차림으로 한 바퀴 돌고 난 후 "솔직히 많이 부끄럽지만 약속을 지켜 기분이 좋다"고 말한 이만수 코치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한 가사 말이었다.
이진영 연타석 3점포... 경기 후 불꽃놀이까지 SK로서는 완벽한 경기하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이벤트라도 홈 팀 입장에서는 경기에서 이겨야 아쉬움이 없을 터. 이날 SK는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는 선발투수 케니 레이번의 호투와 함께 이진영의 연타석 3점포가 터지며 KIA를 손쉽게 꺾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진영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진영은 이날 전까지 올 시즌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3회 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에 이어 5회 말 타석에서 또다시 3점포를 터트리며 KIA 선발투수였던 이상화에게 'KO 펀치'를 날렸다. 이후 SK는 KIA에 3점을 내줬지만 승리를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SK로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된 하루였다. 운이 없었다면 날씨도 SK를 도와주지 않았을 테지만 이날 인천 날씨는 하루종일 화창했고, 관중은 속속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올 시즌 SK는 토요일 홈경기 때마다 경기 종료 후 불꽃놀이를 실시하지만 특히 이날 불꽃놀이는 SK의 '미션 성공'을 축하하는 축포와 같았다.
올 시즌 SK는 스포테인먼트를 시즌 전부터 주창하고 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이 단어가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야구'인지 '스포츠와 그 외의 다양한 재미'를 뜻하는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어느 코치의 퍼포먼스와 홈팀의 대승, 여기에 연예인의 축하공연이 어우러진 '스포테인먼트'의 결정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