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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크 무함마드 UAE 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경제4단체 주최 만찬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호
아랍인들 교육진흥 위해 1백억불 내놓아

두바이 군주이며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수상인 동시에 부통령인 세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이틀간 공식 일정으로 21-22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한뒤 돌아갔다.

지난 3월말 인도를 방문한 이래 2개월 남짓 후 한국을 방문한 셈인데 인도 방문은 두 번째였던데다 양국의 지리, 경제적 특수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이번 한국 방문이 의미하는 바는 가히 남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19일 요르단에서 개최된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 두바이 대표로 참석한 세이크 무함마드는 아랍인들의 교육 진흥과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펀드, 즉 자신의 이름을 딴 '무함마드 빈 라시드 펀드' 설립을 발표했다. 금년 말 들어 활동을 개시할 이 펀드를 위해 100억불을 쾌척한 뒤 겨우 이틀 지나 다시 머나먼 한국 땅을 밟은 것이다.

세이크 무함마드의 지난 2개월간 공식 일정을 간략하게 들여다보면 가히 국제적이다.

너무나도 국제적인 세이크 무함마드의 일정

지난 3월에는 인도를 역사적으로 방문했다. 인도의 다국적 기업들과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킨 뒤 국가 원수나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환대를 받은 뒤 돌아왔다.

이후 4월 말에는 미국을 공식 방문한 뒤 귀로에 아랍에미레이트를 들른 아베 신조 일본 외상을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각각 만난다. 일본의 대중동 외교 및 군사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수상 자격으로 수도 아부다비에 요청한 다음, 두바이 군주로 돌아와 아베 수상에게 일본이 보유한 최첨단 산업의 두바이 지원을 공식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아베 수상이 떠나기 무섭게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방문한다.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한 아랍 에미레이트의 지원 요청을 받는가 하면 곧이어 방문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는 보란듯이 끈끈한 이슬람 형제애를 과시해, 미국이 더 이상 아랍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사우디의 정책을 은근히 지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란 대통령이 떠난지 채 1주일이 되기도 전에 요르단에서 열린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 참석 '리더십과 교육' 세션 발제연설 도중 자신의 이름을 딴 무함마드 빈 라시드 펀드 설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100억불을 쾌척한다.

아랍 세계의 교육 진흥과 인력 양성을 위해 금년 말 부터 이 펀드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전개될 예정인데 세션에 참석하여 연설을 경청하던 요르단 국왕 내외를 비롯한 내빈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21일 세이크 무함마드는 다시 한국을 방문하여 200억불 규모의 데이라 재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 조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에 철퇴를 내리다

지난주 만났던 Z.A.씨는 얼마전 늦장가를 간 30대 후반의 아부다비 현지인이다. 문화유소년부에서 국제관계 팀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 사람은 대사를 역임한 부친을 따라 세계 각지를 다니며 교육을 받았던 덕분에 문화 관련한 각종 국제관계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두바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아부다비 출신 공무원 Z.A.씨의 입에서 의외로 세이크 무함마드 칭송이 그칠 기색이 안보인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오후 2시가 되면 업무를 마치는 연방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무법지대에 살고 있는 철밥통들이었다. 최소한 세이크 무함마드가 연방의 수상이 되기 전까지는.

민원인들이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버젓이 샌드위치를 꺼내놓고 아침식사를 하는 공무원들, 한 시간 이상 기다려 번호표를 받아들고 자신의 차례를 두 서너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민원인을 두고 그 앞에서 보란 듯이 번호표 없는 같은 현지인의 편의를 먼저 보아주는 공무원들, 겨우 몇 십분 자리를 지키기 무섭게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나타나는 접수 창구의 공무원들이 얼마전 된서리를 맞았다.

수시로 찾아오는 세이크 무함마드의 암행 감사에서 단 한 번이라도 적발되는 날이면 줄초상은 물론 언론에 바로 공개되는 일이 이제는 다반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UAE 전략 계획' 발표장에서 발표를 맡았던 세이크 무함마드는 대통령인 동시에 아부다비 군주인 세이크 칼리파를 모신 자리에서 최악의 연방정부 부처로 정부 서비스, 사법제도, 교육부 등을 공개적으로 지목하여 그동안 연방 장관직에 안주하던 아부다비 로열 패밀리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였다.

Z.A.씨가 근무하는 문화유소년부도 상황이 달라지기는 마찬가지다. 출근하여 인터넷과 전화 잡담으로 소일하다가 남는 시간에 아랍어 신문 구석 구석까지 읽으며 시간을 축내던 공무원들의 신문 읽기가 금지되었음은 물론이다. 연방 정부의 수상이며 부통령인 세이크 무함마드의 쇄신 바람으로 아부다비 로열 패밀리 출신 장관들이 몸을 사리는 판국이니 당연히 그렇지 않겠는가.

▲ 두바이 앞바다에 야자수 모양을 본따 건설중인 '팜 아일랜드'(위)와 세계지도 모양의 '월드'.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을 '아시아의 거인'으로 표현한 UAE 언론

두바이 현지 신문 <걸프 뉴스>는 세이크 무함마드의 방한 기사를 다루는 기사에서 한국을 가르켜 'Asian Giant' 즉 '아시아의 거인'으로 표현했다. 아랍에 있어 한국은 거인인 셈이다.

아랍인의 교육과 인력 양성을 위해 100억불을 쾌척한 군주와 한국을 '거인'으로 치켜올린 언론의 인식에는 어떠한 연관 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삼성과 현대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두고 덜 알려진 중견 업체와 200억불 규모의 두바이 구시가지 재개발 프로젝트를 체결한 까닭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바이 부동산 개발을 위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절실한 것도 분명 한국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미 두바이에 들어와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한국 기업이 안면을 트고 면대면 상담을 신뢰하는 아랍인 고유의 정서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음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이유를 넘어 그 이면에 세이크 무함마드가 보다 근본적으로 보고 배우고 싶어하는 부분이 다름아닌 한국인들의 교육열과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가 설립된 이래 지난 35년간 내내 확대되어온 교육 예산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질이 매년 낮아지고 있는 게 아랍 에미레이트의 현실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사업부터 하겠다고 덤벼들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해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기업이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아무런 동기부여 요소도 없다.

교육의 질과 시스템이야 선진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의 교육기관을 옮겨다 놓는다지만 그 교육기관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의 향학열과 성실성은 어디에서 수입할 것인지가 사실 발등의 불이 된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주인구 120만을 겨우 넘긴 두바이. 그중 80%가 외지인인 인구 구조. 사막으로 둘러싸이고 나머지는 바다로 막혀있는 답답한 사막 지형. 이 열악한 두바이의 군주 세이크 무함마드가 성서상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지역을 포함해 아랍의 교육 진흥과 인력 양성을 위해 100억불 펀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거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 곳 사람들과 한국을 직접 방문 중인 세이크 무함마드의 가슴에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100억불 보다 더 소중한 우리 국민의 근면하고 성실한 정신을 마음 속 깊숙히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수 천억 불의 프로젝트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부다비에도 제2, 제3의 한국 업체가 속속 들어와, 시가지 개발과 건물 건축은 물론이고 시내 곳곳에 한국인 교육 기관이 들어와 공부하기 싫어하고 겉 멋만 가득한 아부다비 청소년들에게 한국 학생들의 매운 맛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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