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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가끔씩 그런 일도 생기잖아요>에서 트랜스젠더 주인공 리마가 화장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TV를 통해 안방 구석구석까지 들어오고 '레이디'라는 트랜스젠더 그룹이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는 트랜스젠더 선진국이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를 무대로 한 성서시대의 고장, 이성간 혼전 관계를 엄격하게 태형으로 다스리고 심지어 명예살인도 상존하는 곳, 능력에 따라 최대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 아랍에서 트랜스젠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혁명공화국 이란에서 동성애 영화 시사회를?

지난 2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예술인의 집'에서 정부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은 기록영화 <가끔씩 그런 일도 생기잖아요(It sometimes happens)>의 시사회가 있었다. 일반 대중에 대한 공개는 불허되었으니 시사회를 위한 시사회인 셈이다.

올해 32세의 이란 여감독 샤라레 아타리와 호흡을 맞춘 21세의 여배우 리마는 당초 ‘아미르’라는 이란 남성이다.

성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냉대, 성인으로 성장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절망 등의 과정은 우리의 하리수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시아파 이슬람 혁명 공화국 이란에서는 동성간 성행위 적발시 가차없이 교수형에 처한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저자 거리에서 목을 매달아 버리니, 장면을 직접 목도하거나 이를 전해들은 사람들 또한 그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동성간 성행위가 간단하게 교수형으로 마감되는 이란에서 한 젊은 남성이 자신의 성을 전환하고 그 사실을 기록영화로 만들어 정부의 허락을 받고 시사회를 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동성애는 안되지만 성전환은 된다"

그러나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아미르를 포함해 이미 400여명이 넘는 남성에게 성전환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 제랄리 박사가 당국의 허가하에 수 년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이다. 혁명을 통해 부패한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세운 나라다. 헌법과 민의에 기초하여 국가의 기강을 다스리는 공화정이 아니라 이슬람법인 '샤리아법'에 초법적 판단을 근거하는 종교 공화국이다.

▲ 작년 7월 20일 이란 10대 청년 마흐무드 아스가리와 아야즈 마르호니 처형 장면. 이 날은 전세계 네티즌들로 부터 게이 처형에 대항하는 '인터내셔널 데이'로 명명됐다.
종교 지도자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곧 알라의 계시를 전하는 의미이니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979년 혁명 발발 이전 이라크 나자프에 망명해 있던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성 정체성 혼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성전환 필요성이 알라의 이름으로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1979년 혁명 이후 현재까지 교수형으로 처형된 동성간 성행위자가 4000명이 넘었지만 성전환을 하면 괜찮다는 상호 모순적인 신의 가르침을 전한 것이다. 흔히 애널 섹스로 표현되는 '소도미(sodomy)'는 엄격하게 금지하되 성전환 수술은 가능하다고 하여 안 그래도 복잡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더한 셈이다.

게이들의 천국,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의 본산이며 이슬람 혁명공화국인 이란이 이렇듯 공개적이고 원시적으로 성 정체성을 비판하고 있다면 수니파의 본산이며 대표적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떨까.

사우디인들은 스스로 사우디를 게이들 천국이라고 말한다. 지난 03~04년 사우디 정부는 자국내 에이즈 환자수를 6787~7808명으로 발표했다. 대부분이 자국내 취업중인 외지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사우디 정부의 통계를 신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우디가 게이 천국인 이유를 살펴보면 부패한 왕정국가의 웃지못할 치부 한 단면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다.

사우디가 해석하는 이슬람, 즉 샤리아법의 동성간 성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반드시 4명 아니면 8명의 증인을 필요로 한다. 해당 증인이 없으면 동성간 섹스는 벌을 받지 않는다.

특별히 성도착 증세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4명의 증인이 보는 앞에서 동성간 성행위를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러니 사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동성간 성행위는 처벌받을 근거가 없다.

사적인 행위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공적인 행위는 처벌 받을까. 물론이다. 극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위해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1월 사우디 내무부는 남부 도시 아브하에서 3명의 남성이 동성간 섹스행위로 미풍양속을 심각히 침해해 효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경우 사적인 경우와 구분되는 이유는 해당 3명이 한 어린 남자 아이를 꼬드겨 강제로 범하는 과정을 필름에 담았고 해당 아이로 하여금 친구 아이들을 데려오도록 협박하는데 그 필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터키, 사이프러스는 처벌받지 않아

지난 2005년 11월 이스라엘 법원은 가히 신기원이 될 만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레즈비언 부부 중 한 여성이 정자은행으로부터 공급받은 정자를 통해 출산한 아이가 법적으로 본 레즈비언 부부의 자녀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963년 이스라엘 최고 법원으로부터 발의되고 1988년 이스라엘 의회에서 공식으로 승인된 법에 따르면 이성과 동성을 막론하고 상호 동의를 통한 성행위 가능 연령은 16세이다.

이스라엘을 포함 터키, 사이프러스가 중동내 동성간 성행위로 처벌받지 않는 국가들이다. EU 가입이 국가 아젠다인 터키와 그리스 및 터키로부터 동시 지배를 받고 있는 사이프러스가 동성애 관련하여 괜스레 유럽의 심사를 뒤틀어 놓지 않으려는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모세가 거쳐가고 다윗과 솔로몬이 터를 닦은 유대교의 본고장 이스라엘이 고등학교 1~2학년에 해당되는 16세의 젊은 남녀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판단토록 한다는 사실은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생 찾은 리마... 그러나

▲ 영화 <가끔은... > 감독 샤라레 아타리
제랄리 박사의 클리닉은 오늘도 성전환 수술을 위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마치면 불과 열흘 이내에 이란 당국이 새로운 성전환자로서의 ID를 발급해 준다. 제랄리 박사 클리닉을 중심으로 이란내 트렌스젠더가 한 자리에 모여 일종의 클럽을 만들고 서로간의 관심사를 교환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인다.

마침내 리마는 여성이 되려던 자신의 꿈을 이루었으나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소박한 여성으로서의 희망은 좀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 두 번씩이나 건장한 남성과 사랑에 빠졌으나 성전환 사실을 말하고 난 뒤엔 어김없이 그 관계가 엉망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는 제 영화가 일반 대중들을 위해 상영될 수 있기를 바랐지요. 왜냐면, 리마와 같은 사람들 역시 우리 사회의 엄연한 한 구성원이니 대중으로부터 긍정적 관심을 받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영화관 상영이 불허된 이후 시사회장에서 아타리 감독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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