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피구를 비롯해 주앙 핀투, 루이 코스타, 파울레타가 주축이 되었던 1990년 이후의 포르투갈 대표팀은 축구계에서 대표적인 '황금세대'(골든 제너레이션)로 불렸다. 거의 동년에 태어난 선수들이 청소년 시절부터 오랜 기간 함께 발을 맞추며 꾸준히 성장해 국가대표팀에까지 기여할 때 이 선수들을 흔히 황금세대라 부른다.

포르투갈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체코에도 파벨 네드베트와 토마시 갈라세크, 카렐 포로브스키 같은 황금세대가 있었고 지네딘 지단과 릴리랑 튀랑, 클로드 마켈렐레, 리 자라쥐 등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황금세대였다.

이런 황금세대들은 조국에 월드컵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 같은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기도 한다. 역대 최고의 황금세대라 불리는 펠레, 자일징요, 가린차, 소크라테스 등이 포진했던 1970년 브라질 대표팀이나 황제 베켄바워를 필두로 게르트 뮐러, 제프 마이어, 파울 브라이트너 등이 활약한 1974년의 서독 대표팀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의 황금세대는 1986년 월드컵대표팀

국내에서도 찬란한 황금세대가 있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비록 단 1승도 거두진 못했지만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과 맹렬히 맞서 싸웠던 당시 월드컵대표팀이 바로 그들이다.

분데스리가를 점령했던 차범근을 필두로 박창선, 허정무, 조광래, 박창선 등이 포진한 선배 황금세대와 최순호, 김주성, 김종부, 변병주, 이태호 등이 뒤를 받친 후배 황금세대들이 한 팀을 이루었던 당시가 최고의 황금 멤버들이었다. 비록 1무 2패란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당시 월드컵 멤버는 아직도 역대 최강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후 한국 축구에는 황금세대라 부를 만한 거대 재목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대표팀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구의 조화가 뚜렷한 대표팀이어서 단일 세대라 칭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굳이 1986년 월드컵대표팀의 비교 대상을 찾자면 황선홍·홍명보·서정원·하석주·김판근 등으로 짜인 1994년 당시의 월드컵 멤버 정도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활약한 이동국·고종수·설기현·박지성·이영표 세대가 있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조재진·김두현·김정우·김동진·조병국으로 대표되는 세대가 탄생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했던 이동국·박지성·설기현·이영표 세대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성장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되었지만 이들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들로 구성된 황금세대라고 칭하기엔 너무 많은 연령차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대회는 황금세대의 미리보기

지금까지 피구를 주축으로 했던 포르투갈의 그 선수들이, 축구계를 대표하는 황금세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1989년과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2연패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의 선수들이 뭉쳐 기량을 연마하고 좋은 호흡을 맞춰간다면 그 거름은 2~3년 뒤에 올림픽에서 또 다시 2~3년 뒤엔 월드컵에서 찬란한 빛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대표팀의 황금세대는 과연 언제였을까? 적지 않은 이견들이 존재하겠지만 역시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던 '박종환 사단'에 속한 선수들이 아닐까 한다.

당시 대표팀에는 천재이자 비운의 스트라이커였던 김종부를 비롯해 신연호·이기근·김종건·이승희·김판근 등 쉽게 물러서지 않는 끈끈한 투지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 팀을 이뤘다. 비록 4강에서 브라질에 1-2로 패하면서 우승의 꿈을 버려야 했지만 당시 김종부(2골)와 신연호(3골)가 펼쳤던 골 퍼레이드는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었다.

또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했던 멤버들도 상당히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었던 대표팀이었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에 연패를 당하며 1승 2패로 예선탈락하고 말았지만 선수 구성은 83년 못지않았다.

'라이언 킹' 이동국을 필두로 김은중·설기현·송종국·박동혁·서기복 등으로 짜인 당시 청소년 대표팀은 이관우·박진섭·김도균·심재원 등이 포진했던 1997년 청소년대표팀과 함께 호화 멤버로 구성된 청소년대표팀으로 기억되고 있다.

1986년, 그 황금세대를 뛰어 넘는다

지금 국내 프로축구에도 선배들을 능가할 황금세대를 꿈꾸며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황금세대'들이 있다. 바로 최성국·정조국·이종민·김동현·권집·김영광으로 대표되는 2003년 청소년대표팀과 박주영·백지훈·김승용·신영록·정성룡으로 구성된 2005년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이 그들이다.

지난 28일 발표된 새로운 국가대표 명단에도 최성국·정조국·이종민 같은 2003년 청소년대표팀 선수들과 박주영·신영록·백지훈 같은 2004년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이 고루 들어가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대표팀 명단에는 선배인 2003년 멤버들보다 후배격인 2005년 멤버들이 더 많이 포함되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고배를 마셨던 최성국·정조국·권집 같은 선수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태세고 박주영·백지훈·신영록·이강진 등은 선배들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과거 1986년 월드컵대표팀이 낳은 최고의 황금세대 조합을 능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가능성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 축구의 공격을 이끌 박주영·최성국·정조국 등이 포진되어 있고 권집·이종민·백지훈·이호로 이뤄진 미드필드 라인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췄다.

여기에 오범석·이강진·정인환·김진규가 버티는 수비 라인도 기대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2003년과 2005년 청소년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던 김영광, 정성룡이 버티는 골문도 든든하다.

또 이번 국가대표팀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임유환과 여효진·심우연·오장은 같은 당시 청소년대표팀 멤버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황금세대를 위해 땀 흘리고 있다.

2년 터울인 이들 예비 황금세대들의 면면은 밝은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기대와 가능성의 열매는 다가오는 아시안게임과 내년에 있을 아시안컵과 올림픽에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슈퍼스타가 오랜 기간 발을 맞추며 성장한 황금세대는 향후 대표팀의 실력 향상은 물론이고 이들이 서로 맞대결을 펼치는 프로에서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이제 20대를 갓 넘긴 '어린 그들'이 한국 축구에서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황금세대로 태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광과 2006년 월드컵의 아쉬움을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새로운 황금세대를 꿈꾸는 그들의 발끝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http://blog.naver.com/bluekorea1.do'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06-08-10 08:5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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