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열기는 이제 4월 8일 시작하는 국내프로야구, 오는 31일 막을 올리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퍼시픽리그는 25일 개막), 4월 3일 스타트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옮겨 가게 된다. WBC는 20일이 채 안 되는 대회 기간 야구팬은 물론, 야구를 잘 모르던 국민조차도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대회 진행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한국대표선수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량의 100% 이상을 발휘하며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성적을 남겼다. 한국이 WBC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데에는 선수들의 분전이 절대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선수단을 뒷바라지한 이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WBC 4강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탠 일꾼들이 지난 24일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 나눈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편의상 발언한 사람 이름은 생략하고 - 표시로 대신한다. [편집자말]
- 대표팀은 2월 19일 후쿠오카에서 소집됐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지원팀 9명은 18일 먼저 후쿠오카에 갔습니다. 후쿠오카 훈련에 필요한 운동용품은 현지 업체에 연락해 미리 준비하거나 직접 들고 가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선수별로 도착 일정이 나와 있어서 소집 과정에서 별문제는 없었습니다. - 선수들은 각자의 전지훈련지에서 개별적으로 오게 돼 있었는데 첫 번째 도착 예정선수는 손민한 선수였습니다. - 손민한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19일 낮 12시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정금조 대표팀 매니저(KBO 운영팀장)와 일부 기자들이 공항에서 손민한을 기다렸습니다. 첫 도착자여서 언론에서도 관심을 썼습니다. 그런데 손민한이 도착 2시간이 지나도록 출국장으로 나오지 않자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다가 결국 부산의 롯데구단 관계자를 통해 손민한 선수 부인과 통화까지 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단순히 입국 절차와 짐 통관 문제로 시간이 지체된 것이었지만 '대사'를 앞둔 관계자들의 마음이 무척 긴장돼 있음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이후 선수들이 후쿠오카에 도착할 때마다 지원팀에서 선수들을 태우러 공항에 나갔습니다. 메이저리그 활동선수들까지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예정대로 착착 도착해 선수단 소집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KBO 지원팀은 지난 21일 새벽 귀국하자마자 국내 시범경기 관련 업무에 들어가 사진 촬영에는 문정균 대리 박근찬 대리 박정근 과장 이진형 팀장 조희준 팀장 정금조 팀장(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만 참석하고, 김재형 대리 유재석 최성용 사원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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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이 넘는 긴 원정이어서 먹는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습니다. - 후쿠오카 훈련 때는 호텔 식사와 도시락을 먹었는데 일반 구단들의 해외전훈 때와 같은 방식이었고, 도쿄로 이동해서는 도쿄돔과 선수단 숙소가 걸어다닐 정도로 가까워 점심을 빼고는 호텔 내 뷔페에서 모두 해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식당에서 한식 뷔페를 조달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먹는 문제로 불편해 하지는 않았습니다. - 김동주 선수의 불의의 부상이 있었습니다만 특별히 아픈 선수는 별로 없었지요. - 손민한 선수가 미국으로 이동한 뒤 시차와 날씨 변화로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약을 받아왔는데 도핑 문제 있잖습니까. 그래서 출국 전에 미리 협조를 받기로 약속한 경희대 이종하 교수(도핑전문가)에게 약품명을 알려드리고 확인한 결과 약물 검사에 걸릴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듣고 손민한 선수에게 약을 주지 못했습니다. 손민한 선수는 몸으로 감기를 이겨냈습니다. 대회 기간 내내 약물검사를 우려해 감기 걸린 선수에게는 사탕이나 껌을 나눠줬습니다. 약물검사는 엄격하게 진행됐는데 지난 1일 도쿄돔에서 지바 롯데와 연습경기를 한 뒤 5명이 약물 검사를 받았고, 이후 매 경기 2명씩 검사했습니다. - 한 달 넘게 선수단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하느라 서울의 가족들과는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 시차가 없는 일본보다는 시차가 있는 미국이 서울과 통화하는 게 오히려 더 편했습니다. 하루 일이 끝나면 대체로 새벽 2시쯤이었는데 일본에서는 그 시간에 서울로 전화를 못 하겠더라고요. 미국에서는 그 시간이면 서울은 오전 시간이라 이따금 안부를 전했습니다. - 저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어느 선수에게서 들은 얘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선수는 미국과의 경기 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니 한 타석을 마치고 들어와서는 김정수 선배(전 해태 타이거즈)가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치니까 되더라고 하더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돈트렐 윌리스와 김정수의 투구 자세가 비슷하더군요. - 도쿄에서 벌어진 1라운드 이후에는 대회 기간 내내 전세기를 이용해 이동에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 JAL 전세기였는데요. 도쿄-피닉스, 샌디에이고-도쿄, 도쿄-인천 구간에 이용했습니다. 300석이 넘는 인원을 태울 수 있는 비행기에 선수단 50여명만 탑승했고, 짐을 부칠 때 줄을 서거나 할 필요도 없이 탑승권만 달랑 들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도쿄에서 피닉스로 운항할 때는 재일교포 3세 여승무원이 한국어로 기내 방송을 자청했는데요. 자신은 귀화했지만 한국 대표 선수가 탑승한 비행기에서 기내방송을 한국어로 하게 돼 영광이라고 하더군요. - JAL은 최근 수년 동안 미-일 올스타전 전세기를 운항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 여러 항공사를 제치고 이번 대회 전세기 운항사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들만 단복을 착용했는데 넥타이를 매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선수들이 불편해 하지 않았고 기자회견이나 선수단이 움직일 때 깔끔한 이미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답니다. - 국가대표팀이 구성되면 선후배관계가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인데요. 최고령 구대성(38) 선수와 최연소 전병두(22) 선수는 작은아버지와 조카뻘이었고요. 유지현 코치는 구대성 선수의 한양대 후배로 예전 같으면 라면 당번이었죠. 송지만 선수는 박찬호 선수와 동갑이지만 같이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찬호씨'라고 불렀는데요. 이종범 선수로부터 '동기끼리 찬호씨가 뭐냐고 한 말씀 들었다더군요.
 WBC 선수단을 한 달 넘게 뒷바라지한 KBO 지원팀이 대회 뒷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원팀은 일본 미국 현지에서도 며칠씩 서로 얼굴을 못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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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는 프로선수가 참여한 역대 어느 국제대회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김인식 감독의 느슨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선수단 운용이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이긴 날(5일 도쿄돔) 한 선수가 외출했다가 적당하게 한 잔을 하고 들어오는 것을 본 것 외에는 선수단 내에서 튀는 행동을 하는 선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 대회 지원과 관련해 다음 대회 때 참고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이웃 일본과 비교해서 얘기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만 일본의 이번 대회 선수단 규모는 80명을 웃돌았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우리와 같고, 이밖에 일본 선수단은 커미셔너 사무국 직원,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사무국 파견 직원, 지바롯데(대표팀 최다 선수 출전) 홍보 담당 파견 직원, 오사다하루 감독 보좌 담당 소프트뱅크 파견 직원, 용품업체 파견 직원, 선수 개인 트레이너 10명 등으로 한국 선수단 50여명과 비교됐습니다. - 애리조나에서 연습경기를 끝내고 한국과 일본선수단이 현지 시각 10일 밤 12시를 넘어 서로 다른 전세기에 탑승해 새벽 2시 애너하임 매리어트 호텔에 거의 동시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호텔에 포터가 부족해 선수단 지원 인원들이 짐을 날랐는데 일본은 인원이 많아 간단히 해결했는데 우리는 새벽 4시가 돼서야 짐을 모두 옮겼습니다. 땀 좀 흘렸습니다. - 한 달이 넘는 긴 기간 선수단을 뒷바라지하느라 모두 수고들 많이 했습니다. 다음 대회가 2009년 열린다고 하는데 그때는 이번 대회보다 알찬 준비로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데 힘을 보태도록 합시다. [WBC, KBO지원팀 업무 내용] 조희준 국제부장= 총괄 정금조 운영팀장, 문정균 운영팀 대리= 팀 매니저 이진형 홍보팀장, 박근찬 홍보팀 대리= 미디어 홍보 박정근 국제팀 과장= 팀 일정, 여행 스케줄 담당 김재형 KBOP 대리= 선수단 장비 담당 유재석 국제팀 사원=총무, 회계 담당 최성용 기록위원= 덕아웃 기록 및 전력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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