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300만 관중시대'로 복귀하며 부활을 알린 2005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할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오는 15일부터 벌어진다. 정규 시즌에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에게 3연승을 거두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는 1,2차전 티켓이 모두 매진되었을 만큼 야구팬들의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삼성과 두산에는 두 팀의 질긴 인연만큼이나 유난히 라이벌이 많아서 이들의 자존심 대결도 경기 결과와 더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문 대결, 선동열 vs 김경문

 선동열 감독(좌)과 김경문 감독
ⓒ 한국 야구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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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선동열 감독과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유명하다. 대학시절엔 김경문 감독이 하늘같은 선배였지만 지금 두 사람은 조금 다르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2년 전 당시 KBO 홍보위원이었던 선동열 감독이 두산 감독 자리를 고사하면서 어부지리로 감독 자리에 올랐고, 그때 삼성 코치를 택한 선동열 감독은 1년만에 '스승' 김응룡 사장의 자리를 이어 받았다.

올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감독 자리에 오른 선동열 감독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첫해에 삼성을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끌었고, 김경문 감독은 두산이 7위로 추락했을 때 사령탑을 맡으며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팀을 이끌고 어렵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경험은 적지만 과감한 작전과 선수기용으로 프로야구에 새바람을 일으킨 두 감독이 감독으로서 첫 번째 맡는 한국시리즈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기대된다.

최고의 에이스는 누구인가, 배영수 vs 박명환

 배영수(좌)와 박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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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일약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떠오른 배영수(24)와 박명환(28)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배영수와 박명환은 후반기에 나란히 잔부상에 시달리며 구단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비록 1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탈삼진 공동 1위(147개), 방어율 2위(2.86)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 배영수는 1차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고,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박명환은 시리즈의 승부처가 될 3,4차전 정도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존 포수를 가리자, 진갑용 vs 홍성흔

 진갑용(좌)과 홍성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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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자리를 잡은 진갑용(31)과 홍성흔(29). 지난 1999년 경희대를 졸업한 홍성흔이 두산에 입단하면서 두 선수는 잠시 동안 한 팀에서 주전 경쟁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타격에 자질은 있었지만 포수 수비에서 약점이 많았던 홍성흔보다는 이미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진갑용에게 후한 점수가 주어졌다.

그러나 홍성흔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슬럼프를 겪었던 진갑용을 제치고 일약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았고, 진갑용은 결국 그 해 여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었다.

이 후 진갑용은 '포수왕국' 두산에 비해 기회가 많았던 삼성에서 화려했던 아마 시절의 명성을 되찾았고, 지금은 삼성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물로 성장했다. 포수는 투수 리드가 가장 중요하지만 진갑용과 홍성흔은 모두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가지고 있어 타석에서도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뒷문은 내가 지킨다, 오승환 vs 정재훈

 오승환(좌)과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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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두산이 이렇게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단연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23)과 정재훈(25)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작년 시즌까지 단 한 개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던 정재훈은 올해 무려 30세이브를 거두며 '세이브왕'에 등극했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며 입단했던 신인 오승환도 1.18의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최초로 '트리플 더블'(10승, 16세이브, 11홀드)을 달성하며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재훈은 이미 지난 10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한 점 차의 승리를 지켜 내며 자신감에 차 있고, 정규 시즌에서 신인답지 않은 배짱을 과시했던 오승환도 쉽게 흔들리는 투수는 아니다.

신-구 유격수 대결, 박진만 vs 손시헌

 박진만(좌)과 손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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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35)이 일본에 진출했던 98년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대한민국 대표 유격수'는 단연 박진만(28)이었다. 물샐 틈 없는 철벽 수비와 쏠쏠한 타격 솜씨를 갖춘 박진만은 현대 시절 네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최고 유격수 자리에 군림했고, 거액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한 올해에도 여전히 안정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에 대학 졸업 당시 지명조차 받지 못했던 두산의 손시헌(25)은 연습생으로 두산에 입단해 날렵한 수비로 주목을 받더니 3년차가 된 올 시즌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손시헌은 찬스에 강해서 하위 타선에 포진해 있으면서도 많은 타점을 양산해 냈다. 손시헌이 기록한 60타점은 팀 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올 시즌 유격수 최다 타점이다.

수비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는 단기전에서 두 팀의 '내야 사령관'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의 향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거포 본색, 심정수 vs 김동주

 심정수(좌)와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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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 심정수(30)와 '코뿔소' 김동주(29)가 각 팀의 4번 타자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지금은 일본에서 뛰고 있는 타이론 우즈(36)와 함께 '우동수 트리오'로 이름을 날리던 두 선수는 심정수가 2001 시즌을 앞두고 현대로 트레이드되면서 라이벌이 되었다. 노련한 배트 컨트롤과 선구안은 김동주가 다소 앞서지만 심정수의 무시무시한 장타력은 오히려 김동주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한국시리즈가 열릴 대구구장과 잠실구장은 각각 홈런이 가장 많고, 가장 적게 나는 구장으로 알려졌지만 심정수와 김동주에게 펜스까지의 거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커다란 장타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짓는 한국시리즈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거포의 본색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한국시리즈 경기 일정>

1차전 :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대구 구장)
2차전 : 10월 16일 일요일 오후 2시 (대구 구장)

3차전 : 10월 18일 화요일 오후 6시 (잠실 구장)
4차전 : 10월 19일 수요일 오후 6시 (잠실 구장)
5차전 : 10월 20일 목요일 오후 6시 (잠실 구장)

6차전 : 10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 (대구 구장)
7차전 : 10월 23일 일요일 오후 2시 (대구 구장)

* 날씨 등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동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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