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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판중인 MP3폰 모델들.

MP3폰을 판매하고 있는 LG텔레콤에 대한 음악 저작권 단체들의 반발이 장외집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음원제작자협회, 음반산업협회, 연예제작자협회 등 저작권 관련 5단체는 오는 6일 서울 여의도 LG타워 앞에서 LG텔레콤의 MP3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단체들은 3일 "MP3폰으로 인한 불법음원 유통은 21세기 국가핵심 성장 동력인 문화콘텐츠 산업의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LG텔레콤이 불법음원재생이 가능한 MP3폰 판매를 중단할 때까지 LG텔레콤을 상대로 싸워가겠다"고 밝혔다.

6일 대회에는 이효리, 엄정화 등 인기 가수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가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7월 벅스뮤직 등 음악 서비스 업체의 음원 무료 사용과 관련한 항의집회 이후 두번째다.

음원제작자협회 관계자는 "LG텔레콤은 소비자 이익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음반 산업의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며 "LG텔레콤에 대한 모든 음원 공급을 중단하고 LG그룹에 대해서도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효리 등 인기 가수들도 규탄집회 참가

MP3폰 출시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저작권 보호를 내세우는 음반업계와 소비자 이익을 내세운 휴대폰제조사·이통사들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들은 결국 3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논란 끝에 지난달 2일, 정부의 중재 하에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는 무료 MP3파일은 MP3폰에서 3일 동안만 재생 가능하게 하고 음질에도 차별을 두기로 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합의안에 동의할 것으로 보였던 LG텔레콤이 마지막에 "합의안이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거부하고 무료 MP3파일이라도 아무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는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음제협을 비롯한 저작권 단체들은 지난달 22일 대책회의를 열고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LG텔레콤의 MP3폰 반대 서명운동 및 불매운동에 돌입하는 등 '반(反) LG텔레콤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저작권 단체의 압력에도 MP3폰 승승장구

그러나 이러한 저작권 단체들의 실력행사에도 불구하고 MP3폰의 판매는 오히려 승승장구 중이다. LG텔레콤이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MP3폰(모델 LP-3000)은 지난 달 26일 판매량 8만여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저작권 단체와의 합의에 따라 디지털저작권보호(DRM) 체계를 통해 무료 MP3 파일의 재생을 제한한 KTF와 SK텔레콤의 모델도 마찬가지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14일부터 MP3폰 판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불과 13일만에 2만1000대를 판매했고, KTF도 지난 달 19일부터 26일까지 1만1000대를 팔았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채택한 DRM은 해킹 당해 사실상 무장해제 됐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KTF가 판매중인 MP3폰에서 무료 MP3 파일을 무제한으로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이 제품은 원래 KTF의 음악판매사이트에서 내려받지 않은 무료 MP3파일은 저작권단체와의 협의에 따라 3일간만 재생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각 포털 사이트에는 컴퓨터용 MP3파일을 휴대폰용 'SMP' 파일로 전환할 때 3일로 설정된 인증기간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방법이 공개됐다. 현재 인터넷 동호회 카페를 통해서도 인증기간을 늘리는 파일편집 프로그램과 이를 자동으로 수행해주는 전용 프로그램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음반업계가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를 문제삼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조차 이렇게 쉽게 DRM이 해킹당한 것에 놀라는 눈치다. 앞으로 무료 MP3파일의 음질을 낮추는 대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해킹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화난 소비자들 저작권보호기술 무장해제

▲ MP3폰과 관련 소비자 권리 찾시 서명운동을 벌였던 세티즌 홈페이지
ⓒ 세티즌
소비자 단체들은 MP3폰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느끼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마련된 합의안에 대해 소비자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입수한 MP3파일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유료 MP3파일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도 있었다. 음반업계와 유료 인터넷 음악사이트는 현재 한 곡당 800~1000원에 음악 파일을 제공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MP3폰 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을 벌여온 세티즌(www.cetizen.com)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4809명 참여) 결과, 유료 음악 파일 1곡당 가격은 300원 미만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88.7%였다.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성공모델 '아이튠즈'

현재 음악산업의 중심은 오프라인 중심의 CD판매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 파일만 골라 살 수 있는 온라인 판매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이냐 저작권 보호냐를 놓고 이통업계와 음반업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업계에 미국의 애플컴퓨터가 선보인 유료 온라인 음악서비스 '아이튠즈'(iTunes)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타임즈> 4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아이튠즈는 지난해 4월 28일 첫 선을 보인 지 1년만에 1곡당 99센트에 7000만곡 이상을 판매해 유료 온라인 음악 시장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튠즈는 미국 음반업계와 냅스터 등 음악 무료다운로드 서비스 간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해묵은 저작권 분쟁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와 음반업계 간의 윈-윈(Win-Win)모델이 마련된 것.

온라인을 통한 음악 판매가 성공하자 소니, 워너, EMI, BMG, 유니버설 등 5대 메이저 음반회사도 아이튠즈를 통한 음악판매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P3폰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정동훈(26. 대학생)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MP3폰을 둘러싼 논쟁은 답답한 측면이 너무 많다"며 "음반회사들이 음반시장의 침체를 MP3폰 등 발전하는 기술이나 다른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장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음악 구매와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판매 모델 구축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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