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축구에 대한 사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이는 철저한 지역연고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브라질의 확고한 축구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프로축구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지역연고제와 함께 그 지역 프로팀에 대한 주민들의 사랑이 매우 강하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회원으로 가입이 되어 있는데 특히, 시민구단의 경우 팀 운영을 위해 일정기간, 일정액을 지불하는 회비는 프로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전적으로 자진 납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 프로축구에 대한 지역연고의식이 투철한 브라질의 축구팬들(1부리그 소속 그레미우의 서포터스 사무실 입구)
ⓒ 신재명
그리고 해당 프로팀 역시 그것을 그대로 회원들에게 되돌려주는 식의 운영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브라질 프로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축구복표(축구복권)가 정착 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축구팬들 역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에 있어서 만큼은 도박을 하지 않는, 그리고 팀을 일확천금(一攫千金)이 아닌 한 소속원으로서의 애착심을 가지고 응원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본우선주의 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유럽 대다수 리그들의 축구열기와는 사뭇 대조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들과는 상대적인 예로 한국 프로축구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세미프로 형식의 K-리그 운영방식은 축구선진국의 리그들과는 또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국내 프로팀들의 연고지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일월드컵을 치른 10개 도시들 가운데 연고를 두고 있는 팀은 수원, 대전, 울산, 전주, 부산 등 5개(2002년 기준 대구, 광주는 제외) 도시에 불과하다. 이는 월드컵경기장이 10개인 점을 감안한다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수준.

물론, 국내 모든 프로팀들이 축구선진국의 프로팀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연고지를 확보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수도이자 1100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세계 12위(2002년 12월 기준)의 거대시장 서울에서 조차 연고를 둔 프로팀이 단 한 곳도 없다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코 내세울 일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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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팀 창단을 통한 지역연고제 정착

지난 96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에 연고를 두고 운영되던 프로팀은 현 부천SK, 안양LG, 성남일화 등 무려 3곳에 달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단 한 곳도 서울에 발을 두고 있는 프로팀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96년 당시 지역연고제 정착이라는 프로축구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모든 프로팀들은 특정지역을 연고로 운영하는 대단위 정책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그 동안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던 3개의 프로팀 부천SK는 부천으로, 안양LG는 안양으로, 성남일화는 성남으로 각각 연고지가 변경되었고 ‘대도시 집중화’라는 국내 프로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일단락됐다. 지금의 프로축구 운영구도가 바로 이 정부시책에 의한 산물.

▲ 지난 한일월드컵 직전까지만 해도 팀의 전용구장이 없어 주말을 이용, 지역 대학교 운동장에서 지역시민들과 뒤섞여 연습을 하고 있는 대전시티즌 선수들
ⓒ 정낙건
그러나 아직도 한국프로축구의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국내 프로팀들의 ‘1팀 1연고권’ 확보로 지역분산화의 효과를 이끌어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을 뿐, 프로축구의 활성화로까지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96년을 기점으로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던 프로팀들이 주변 위성도시로 모두 빠져나가고 난 직후 신생팀의 창단이 봇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은 프로축구의 불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250억 원이라는 ‘축구발전기금’이 서울을 연고로 프로팀을 창단하려는 창단 주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축구계를 중심으로 창단조건에 대한 개선책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창단주체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축구발전기금의 ‘분할상환’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고육지책에 지나지 않을 뿐 그것 역시도 프로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종착역이 언제일지 모를 ‘적자생존’의 큰 부담을 창단주체가 떠맡기는 마찬가지.

그나마 최근 국내프로축구 11번째 구단으로 ‘대구FC’의 창단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민구단인 점을 감안 축구연맹으로부터 축구발전기금을 면제해주는 특혜를 부여 받았기 때문.

현재 국내에는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를 비롯해 거주인구 25만 이상의 중소도시들마다 프로팀을 창단할 수 있는 축구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들의 창단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한일월드컵 이후 월드컵경기장에 대한 효율적인 사후활용방안을 고려한 갖가지 대안들이 대두되면서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프로팀 창단을 통한 지역연고제 정착’에 대한 중요성이 축구계와 각 지역을 중심으로 여론화 되기 시작, 그 당시 지역연고제 정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

그러나 대기업들이 주도해 운영되고 있는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지역연고제 정착이 국내 프로축구에 아직까지도 확실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재 모그룹이 국내프로축구팀 중 무려 3곳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민구단을 표방하는 ‘대구FC’가 축구연맹으로부터 창단승인을 얻어냈고, 또 군 소속 팀이기는 하나 광주를 연고로 하는 ‘불사조 축구단’이 K-리그 참가티켓을 따내면서 앞으로 신생 프로팀 창단에 따른 축구팬들의 지역연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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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들의 연고의식이 최대변수

프로팀의 지역연고제 정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연고제 정착이야말로 지난해 말 축구팬들의 외면 속에서 썰렁하게 막을 내려야 했던 프로리그는 물론이거니와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당면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선 각 지역에 연고를 둔 프로팀들이 창단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 축구팬들의 열렬한 응원만이 한국프로축구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포항 원정경기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성남일화의 서포터스)
ⓒ 정낙건

한국의 축구팬들도 축구선진국의 팬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고향에서 또,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며 열광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제는 그 권리를 축구팬들 스스로가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지역감정을 갖자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결코 정치적인 지역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애향심에 뿌리를 둔 ‘건전한 지역감정’이야말로 현재 침체되어 있는 국내 프로축구를 활성화 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이 자신들의 고장, 자신들의 팀이라고 하는 연고의식과 더불어 지역연고제 정착이야말로 그 나라에서 진정으로 축구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발전시키는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라는 것을 축구팬들과 축구관계자들은 결코 간과해선 안될 것이며 대기업의 기업 경영논리에 사로잡혀 팀을 오직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기존의 구시대적 의식 역시 버려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브라질축구가 월드컵 5회 우승과 더불어 그 동안 전세계적으로 삼바축구로서의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철저한 지역연고제와 자기 팀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영원히 아시아의 맹주로만 만족할 것이냐, 아니면 더 넓은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일 것이냐 하는 것은 앞으로 한국축구가 풀어나가야 할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2003-01-18 16:1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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