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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위에는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 민심은 이번 대선에서 노 후보에게 95.2%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국민통합과 새로운 정치의 실현을 기대했다.

전남도청 앞 2천여명 '축제'

애초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노 지지 철회'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던 시민들은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노 후보 우세'로 나오자 전남도청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기대와 초조 속에 전남도청 앞에 KBS가 설치한 멀티비젼을 통해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이날 노사모 회원, 개혁국민정당 당원과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라고 새겨진 프래카드와 태극기 등을 흔들되며 '승리의 불꽃놀이'를 즐겼다. 어떤 이들은 풍물패의 사물놀이 가락과 '아리랑'을 부르며 강강수월래를 추며 흥을 돋궜다. 전남도청 앞에 모인 시민들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분수대 앞에 머무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노무현 당선? 날 새는 줄 알았다.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만든 것이다.”
“97년 DJ가 당선될 때 보다 더 기쁘다. 노무현은 특정세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빚진 대통령으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이제 지역감정이네 뭐네 하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광주시민들은 노 후보의 당선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 노사모 회원, 광주시민 등 2000여명이 노무현의 당선이 확정되자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강성관
이은옥(50·화정동) 씨는 “광주가 3·16경선을 통해 만들어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너무 기쁘다”면서 “이제 동서가 갈라진 것을 완전히 없애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투표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김병용(63·운암동) 씨는 “DJ가 당선 될 때보다 더 기쁘다”며 “노무현은 특정세력에게 빚지지 않고 국민에게만 빚을 진 사람이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특정 정치인에게 줄대서 대통령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국민의 바램을 실현하는데 발목잡힐 일이 없을 것이다"면서 "결과적으로 정몽준의 지지철회는 잘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광석(35) 씨는 “광주가 원하는 것은 지역감정을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면서 “경상도 지역에서 광주의 바램에 화답해주어서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는 박광희 (38·문흥동) 씨도 "무엇보다 지역감정을 없애고 정치구조를 새롭게 재편해 새로운 정치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자영업을 한다는 김경림(55)씨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좋은 선물"이라며 "언제나 국민에게 솔직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될 길 바란다"고 바랬다.

이에 앞서 광주노사모와 광주 인근 지역 노사모 회원들은 광주시내 콘티넨탈 호텔 1층 식당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6시부터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전남도청 앞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한데 어우러졌다.

호남, 노에 압도적 지지..."국민화합과 정당개혁에 대한 기대감"

다른 지역에 비해 호남은 15대 대선과 같은 수준의 극심한 '표 쏠림 현상'을 보였다.

호남 민심은 노 후보에게 평균 94.3%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결과, 호남지역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지지율을 기대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4%∼5%에 머물렀다. 이 같은 결과는 역대 대선에서 DJ에게 보낸 압도적 지지세와 비슷한 것이다.

▲ 3.16 광주경선 당시 노무현 당선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역별로 광주시 95.2%, 전남 93.4%, 전북 91.6%로 지난 15대 대선 당시 DJ에 대한 지지율(광주시 97.3%, 전남 94.6%, 전북 91.0%)과 비슷하다.

이러한 '표 쏠림 현상'에 대해 호남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기반이었다는 점이 적잖이 작용했지만 국민화합과 민주당 내 구태 정치인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기대하는 정서의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노사모 회원인 선재연(34) 씨는 "호남지역의 표 쏠림 현상은 국민통합을 바라는 마음과 민주당의 인적쇄신 등 정치개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호남민들은 노무현의 정당 개혁의 과정과 결과에 주목할 것이다"고 풀이했다.

정수용(50·두암동) 씨는 "정몽준의 지지철회가 오히려 노무현 표를 결집시켰던 것 같다"며 "호남인들이 정정당당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정송규(59·운림동) 씨도 "방송에서 지역당 투표성향을 얘기하던데 그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민주당에 대한 몰표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석 개혁국민정당 광주서구지구당 위원장은 "DJ에 대한 재평가에 대한 바램 등 지역성을 지닌 표심을 부인 할 수는 없다"면서 "결국 노무현이 특정 정치세력에 기대지 않고 원칙과 국민에게 기대고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호남의 표심은 민주적 정통성을 가지면서 지역 독점적 정당구조 속에서 곯마있는 당내 쇄신에 대한 요구를 노 당선자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광주시 0.96%, 전남 1.07%, 전북 1.41%의 지지율을 보여 전국평균(3.9%)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권 후보의 지역별 지지율 중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남지역의 투표율은 전국 최고치를 자랑했다. 광주시 77.7%, 전남 76.2%, 전북 74.6%를 기록해 전국 1위부터 3위까지의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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