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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한진 희망버스의 주인공 김진숙 지도위원의 '유성기업 희망버스' 기고글
섬섬이(gptmd37) 2014.03.11 14:28 조회 : 3628

다른 별에 가더라도 나같이 완벽한 여자 만난 걸 자랑스러워하라던 천송이를 떠나, 다른 별로 간 도민준. 돌아온 민준은 천송이 곁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며 “다녀왔어” 인사를 한다. 마치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퇴근한 사람처럼. “다녀왔어”. 이 평범한 말에 난 목이 메었다.

“다녀왔어.” 이 무심한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들은 언제쯤이면 가족을 품에 안고 “다녀왔어” 할 수 있을까. 언제쯤 수염을 깎고, 묵은 때를 벗겨내고 윤기나는 얼굴로 사람들의 세상에 섞여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재작년,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공장 지회장이 운신조차 할 수 없는 고공 움막에서 목숨이 여위어가고 있을 때, 아빠를 찾아와 뒤돌아서 울던 아들의 사진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저만한 나이의 아들에게 아빠의 존재는 누구보다 강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일 텐데, 수염이 더부룩한 채 밧줄을 걸고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얼굴로 구부정하게 손을 흔들어주던 아빠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 40대 건장한 사내의 다리가 지게 작대기처럼 말라 비틀어지고, 그 다리를 한 채 그는 151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땅에서도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던 그가 작년 10월13일,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2011년 유성기업에서 용역깡패들이 노동자들에게 소화기를 집어던지고 죽창으로 위협하며,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폭력을 즐기던 장면들이 2012년 국정조사와 국회 청문회를 통해 밝혀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가 엊그제인데, 그 명백한 가해자들에게 무혐의라는 면죄부를 준 대한민국 검찰. 더구나 단식과 고공농성 등 지난한 투쟁을 통해 법원에 의해 복직을 했던 조합원들이 다시 징계해고 당하는 현실. 법원의 조정에 의해 어렵사리 복귀했건만 사측은 조합원들의 성향을 치밀하게 분석해 차별교육을 진행하고 전원을 다시 징계하고 해고했다.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뼈가 내려앉아도 구속되는 건 늘 피해자인 노동자들이었다. 16명이 구속됐고 2명은 아직도 감옥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돈 있는 자들의 힘은 이렇게 세다. 어떤 법도 사회적 상식도 세상의 순리도 지배하고 역류하게 하는 자본의 힘. 그게 아니라고, 그건 틀렸다고 말하려면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밥줄도, 아이들의 미래도, 적금도, 집도, 심지어는 목숨마저도. 그럼에도 끊임없이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온갖 고통을 다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하는 노동자들. 그게 인간이다. 그게 인간의 삶이다. 나는 홍종인, 이정훈 지회장이 다시 스스로를 유폐시키고자 결정하기까지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목울대가 뻐근해지고 코끝이 매워진다.

결국 홍종인은 7개월 만에 다시 하늘로 올라갔고, 129일 만에 다시 내려왔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우릴 좀 봐달라고 하늘까지 올라갔는데 외면하는 세상 인심. “우리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아무리 울부짖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막막함. 두 번이나 다리를 절며 내려와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정훈 영동지회장은 아직 고공에 매달려 있다. 다행히 백기완 선생님이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셨다. 그래서 이번엔 희망버스가 3월15일 유성기업으로 간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희망이 될 것이다. 누군가 우리 얘길 들으러 오는구나. 법도, 노동부도, 경찰도, 언론도 짓밟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세상에서 누군가 우리 얘길 들어주러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가슴이 벅찰 것이다. 3월15일, 희망버스가 온다는 소식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던 이정훈 지회장에게 희망버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다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아내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다녀왔어”라고 세상에서 가장 절박한 그 한마디를 뜨겁게 건넬 수 있길.

<김진숙 | 민주노총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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