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9명의 ‘응원 부대’... 권은희 과장 “한줄 한줄 소중하게 읽겠다”
[캠페인 보고] <참여연대> <10만인클럽> 공동 캠페인... ‘메시지 책, 모자이크 액자’ 전달
"안녕하세요."
서울시 관악경찰서 앞 저녁 6시 30분. 약속 시간에 딱 맞추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수한 차림, 그리고 환한 미소의 그녀. 이번 만남의 주인공 권은희 과장이었습니다. 지난 25일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일주일간 준비한 선물을 들고 서울대입구 역 근처 식당에서 권은희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을 직접 만나 뵙습니다.
지난 8일이었지요. 경기도에서 작은 사업장을 운영 중인 10만인클럽 회원 최충원 님이 열린편집국 게시판에 “권은희 과장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남기셨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던 최 회원님의 진심이 불씨가 되어, 참여연대와 10만인클럽이 ‘권은희 과장에게 응원 메시지 보내기’ 캠페인을 공동 진행했습니다.
과정은 뜨거웠고, 결과 역시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주일간(13~20일) 모인 메시지는 총 1769통(참여연대 누리집 648명,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글 566명,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메시지 555명). 그 묵직한 마음들이 한 권의 책과 1000개의 메시지 모자이크 사진이 되어 권은희 과장에게 직접 전달됐습니다. 전달식에는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인 김창준 변호사를 비롯해 서보학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과),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학과) 등이 함께했고요. 10만인클럽 측에서는 김병기 본부장과 저, 김혜승 기자가 참석했습니다.
메시지에는 무엇보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이 가장 많았는데요. “우리가 할 일을 당신 혼자서 하고 있다”는 따뜻한 부채감 때문이 아닐런지요. 많은 이들의 염려 속에 직접 만난 권 과장의 표정, 과연 어땠을까요?
그렇습니다. 그의 표정은 참 밝았습니다. 식당에서 조촐하게 메시지 책과 모자이크 액자를 전달했는데요. 권 과장은 "한줄 한줄 소중하게 읽겠다"며 응원 메시지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1769개의 메시지 중 직접 읽어드린 게 있습니다.
"제 딸아이가 고 3인데요, 권은희 과장님의 용기가 얼마나 정의롭고 대단한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10만인클럽 회원 이희성)"
아버지로서 딸 아이에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기뻤다, 라는 이 고백이 최충원 회원님의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던 바람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 메시지들의 종착지는 한 곳이 아닐까요, 바로 '정의'.
바른 뜻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현재 그의 상황은 진실로 살얼음판입니다. ‘18대 대선 국정원 개입 의혹’의 진실을 밝히고자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자처한 그에게 연초부터 반갑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그의 소신을 응원하던 지인마저도 “이 정도까지 왔으면 자신을 위해서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더군요.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혹시 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들로 인해, 과감할 수 없었습니다.
이 험난한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김용판 재판’도 2심 판결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끝까지 버티며 자신과의 싸움에 직면해야 하는 사람은 권은희 과장 본인이겠지요.
그러나, 그는 웃습니다. 지난해 청문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이 “1769명의 메시지를 아침, 저녁으로 읽으며 힘내시라”라고 말하자 빙그레 웃던 권은희 과장은 10만인클럽 회원과 참여연대 회원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1769명의 응원부대’와 헤어진 뒤 액자와 책을 들고 관악서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경쾌했습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응원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임에도 참 환하게 웃을 수 있던 원인이 궁금했는데,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습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위의 '1000개 메시지 모자이크 사진'을 클릭하시면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만인클럽 회원에게 전하는 권 과장의 감사 편지 보기 - http://youtu.be/5JkMY-fyA-Q
●10만인클럽 나도동참 http://omn.kr/5g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