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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베이비박스, 버려진 아이를 위한 정부는 없다

베이비박스를 아십니까? 저는 솔직히 처음 듣는 단어였습니다. 임신한 아내가 너무나 슬픈 사연이 있다며 알려줘서 그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이비박스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작은 철제 상자 안에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인적드문 곳에 버려지는 아기들이 체온 변화를 겪으며 저체온증과 굶주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받기 위해 고안되어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고 먹고 살만 한데 누가 아기를 버리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아이들은 있습니다. 









▲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이 생긴다

버려지는 아이는 어떤 나라에든지 있습니다. 잘사는 나라나 못사는 나라건, 이것은 인간이라는 오묘한 존재가 빚어내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서는 버려지는 아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 아이들을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베이비박스에 대해서 찬반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박스가 있음으로 인해 무책임하게 아기를 버리는 부모들을 부추겨 그 수가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 반대의견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 아기가 위험속에 방치되는 것보다 누군가가 보살피는 것이 맞다, 라는 찬성의 의견입니다.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겉으로는 매우 윤리적인 척 하는 율법주의자들일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는 피치못할 저마다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인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들의 특성은 자기 눈에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에 티끌만 찾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 버려진 아이들을 누가 보살피는 것이 맞는가?

이와같은 문제에서의 촛점은 버리는 부모의 마음이 아니라 버려진 아기입니다. 어찌되었던 간에 버려진 아기의 생명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더이상 찬반의 문제가 아닙니다. 책임감, 윤리, 상식과 법을 운운하며 베이비박스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어딘가 버려져 있을 죽어가는 아기들의 차디찬 숨소리를 못 듣는 자들입니다.


베이비박스가 있건 없건 간에 아기들은 버려지고 이들의 안전한 생명을 위해 이 사회 속, 누군가는 감당하며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베이비박스를 설치하여 버려진 아기들을 거두는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정부가 아닌 아주 자그마한 교회에서 합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님은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손수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교회 앞 대문에 버려진 신생아를 품에 받아든 목사님은 아기가 저체온 증상으로 파랗게 변해 죽을 뻔한 일을 겪고 나서 담장을 뚫어 가로 70cm, 깊이 45 cm, 높이 60cm 의 공간을 만들고 아기를 두고 가면 그 즉시 벨이 울릴 수 있도록 센서를 장착하여 설계했다고 합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를 통해 한달에만도 20~25명의 아기가 버려진다고 합니다. 이종락 목사님은 이 아기들의 부모를 언젠가는 다시 찾아야한다는 신념으로 놓고간 부모들의 인상착의와 버려진 아기들의 신체기록등을 최대한 남겨놓는다고 합니다. 









담장 벽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이야기를 다룬 드롭박스가 미국에서 개봉된다]



▲ 버려진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베이비박스가 불법시설로 찍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이가 버려지는 것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정부는 2012년 입양특례볍을 개정하면서 유기아동은 버려진 지역의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또한 버려진 아기가 입양이 되려면 친부모의 호적에 올리도록 의무화되어 '입양'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아기를 버릴 수 밖에 없을 때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을텐데 입양을 위해 자기 호적에 올리라는 말은 입양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지자체에 떠밀어버림으로써 국민으로서 대접하기를 거부한 것이고 그렇다고 해외입양 또한 쉽게 보내지 않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나라 세금은 이러한 취약 계층을 위해 쓰라고 낸 것인데 돈은 다 어디다 쓰고 가엾은 아기들에게 이처럼 모질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 취약계층 복지부터 철저히

베이비박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업입니다. 왜냐하면 버려진 아기도 이 땅의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버려졌고 부모가 없다고 하여 무시하거나 홀대해서는 안되는 소중한 생명입니다. 이러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가 헌신하고 봉사했다면 상을 주고 존경해야 하는데 찬반 논란이나 일으키며 '비난'하는 자들은 참으로 한심한 족속들입니다.   


요즘 복지가 또 하나의 논란거리인데 '보편적' 복지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버려진 아기와 같은 취약계층에 대해서 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가장 낮고 어려운 사람들조차 돌보지 않는 정권이 국민 대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기를 버리고 간 미혼모의 편지글을 올립니다. 지금까지 버려진 아기에 관한 이야기만 했는데 '버리는 사연' 또한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진 출처 : 주사랑공동체교회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