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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이마트 노조위원장 150일만에 출근, 그를 지켜봐야하는 이유

주말 동안 싸이의 '젠틀맨'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2승째를 올린 류현진 선수 소식이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을 봤습니다. 투수 뿐만 아니라 타석에 들어서도 3안타라는 맹타를 휘둘러 더 많은 관심을 받게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싸이의 신곡을 호기심 어리게 들으며 신나했고, 류현진 선수의 승리 소식에 기뻐했습니다. 우리의 주말은 이처럼 또 지나가 새로운 월요일을 맞았습니다. 우리는 소시민답게 아침에 거뜬히 일어나 만원 지하철에 흔들리며 직장에 왔고 퇴근을 기다리며 일을 시작합니다. 



<추천 꾹><손바닥 꾹>




[사측과 면담을 위해 회사로 들어서는 전수찬 위원장, 출처 : 연합뉴스]




▲ 이마트 노조위원장의 첫출근

그런데 오늘 출근하는게 매우 남다른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그는 무노조 경영과 노조설립자체를 방해한 이마트에 노동조합을 세우고 위장장직은 맡아온 전수찬씨 입니다. 전수찬 노조위원장은 150일 전에 이마트 노조를 이끌다 지방으로 인사발령을 받았고, 결국은 해고를 당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죠. 단지 노조를 만드려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성 인사에 해고를 당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회사 차원의 노조 탄압이 부당하고 불법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었고 싸워 이마트를 굴복시켰던 것입니다. 이마트는 4월 4일, 노동조합 인정, 활동을 보장하고, 직원사찰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날 합의에 따라 해고되었던 전수찬 노조위원장은 15일, 바로 오늘 꿈에 그리던 회사에 출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마트 사과문, 출처 : 오마이뉴스]




▲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했던 이마트

이마트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이마트는 생활밀착형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직원의 기본권도 인정해주지 않는 불법과 황당함이 존재하였고, 심지어 노조위원장을 해고시켜버릴 정도로 무자비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마트는 처음에는 발뺌하려고 했지만 속속들이 내부 고발이 이루어지면서 도망갈 수 없는 외퉁수에 몰리자 항복을 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것이 진심어린 사과인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좀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기업 프렌들리 언론은 이마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대표이사 사과문 발표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모두 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언론에게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기간 언론사인 연합뉴스는 14일자로 이마트 노조위원장의 출근 소식을 전했지만 이것을 기사화한 매체는 매일경제와 경향신문 2곳 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미 끝난 사건이니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는 속셈이 드러난 보도형태입니다. 





[출처 : 이마트 노동조합]




▲ 첫 출근 한 노조위원장이 해야할일은 태산 같다

그런데 언론의 이와같은 무관심 속에 이마트의 노동조건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해결된 것일까요? 150일만에 첫 출근한 이마트 노조위원장 전수찬씨는 아마도 할일이 태산 같을 것입니다. 


이마트가 불리했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끈 것은 '약 1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발표'에서부터 였습니다. 박근혜 정부한테도 새 일자리 마련이 큰 고민거리였는데 대기업이 이유야 어떻든간에 1만명을 정규직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이 무조건 행복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혜택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경력을 하나도 인정받지 못하여 월급이 도리어 줄어드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마트는 대졸 <공통직>, 전문대졸 <전문직 1>, 계산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생긴 <전문직 11>로 직원을 구분하는데 <전문직 11>의 경우 임금상승이나 승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관련기사)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절대선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이마트가 나쁜 일을 하다가 걸려 반성의 의미로 착한 일(?)을 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결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도 잘못된 그림자는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해결할 주체는 결국 이마트 노동조합의 몫으로 보입니다. 


또한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근로자의 등급이 세가지로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공통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떳떳하게 가입할 수 있느냐도 관건입니다.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가입을 돕겠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회사에서는 인정했지만 조합원이 모이지 않는다면 유명무실 힘을 잃어가는 것이 노동조합의 본질입니다.   


이런 점에서 어렵게 탄생한 이마트 노조 위원장의 150일만의 첫 출근은 매우 중요한 기사거리가 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싸이의 젠틀맨보다, 류현진의 승리 보다 우리 삶과 더 관련 있는 사건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노동조건에 따라 중소기업과 일반 사업장의 근로조건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이마트 노동조합]



 

▲이마트 노조위원장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 우리 삶과 연관이 되어있다

자영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월급쟁이들입니다. 우리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매일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근로조건이 좋지 않다면 열심히 일한다 한들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이마트와 같이 잘 알려진 기업의 노동조건에 관심을 기울려야하는 것입니다. 


지금 자신의 조건이 비정규직이라면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경력 인정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150일만에 출근한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처음으로 이 문제를 가지고 회사와 단판을 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같은 중요한 문제에 언론과 국민이 전혀 무관심하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법은 걸렸을 때만 지킨다. 이와같은 생각을 갖게 만든 것에는 국민들의 지나친 가수 사랑, 스포츠 열광에 기인할 수도 있습니다. 서슬퍼런 회사를 상대로 노동조합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150일 동안 해고되었다가 돌아온 노조위원장이라는 사람에게 격려의 이메일 또는 관심이라도 보이는 것이 우리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보험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