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워런 버핏을 수입하고 싶은 이유

朱雀 2011. 9. 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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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서 워런 버핏을 긴급히 수입해야 되겠다는 모주간지의 발언에 대해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한미FTA가 체결되어 무역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워런 버핏을 무엇보다 수입해야 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세계 최고의 갑부중에 하나이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가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초갑부중에 한명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그의 이런 주장이 그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내에도 뉴스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 1~2위를 다투는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심지어 투기금융의 황제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도 부자증세에 찬성하고 있다.

 

유럽의 로레알 상속녀 베탕쿠르를 비롯해 토탈의 드 마르주리, 푸조의 필립 바랭 등등 수 많은 부자들 역시 부자 증세에 찬성하고 이를 나라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왜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것일까?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 초갑부들이 그냥 마음이 좋아서 이런 것일까?

 

오늘날 세계경제는 몹시 어렵다. 단순히 어렵다정도가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생존에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와 일자리 감소 그리고 복지혜택의 감소는 다시금 각국 정부의 세금수입이 줄어들어 더욱 복지가 줄어들고, 국가 지출이 줄어들어 국민의 경제적 사정을 압박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얼마 전 일어난 영국의 폭동을 비롯해서 칠레, 스페인, 이스라엘 등지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엔 심각한 청년실업과 사회적 안전망인 복지의 절대부족 등이 겹쳐서 일어난 것이다.

 




이런 폭동의 가장 큰 원인은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몹시 어렵다. 여기엔 탐욕을 세운 국제적 투기 세력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각국 정부의 탓이 크다.

 

예전에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국가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한 나라에서 경제위기가 발발하면 이는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여기엔 국제적 투기 세력이 아주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국제적 투기 세력이 한 나라의 증권과 관련해서 약 100개국의 자금을 집어넣었다고 보자. 한 나라에 경제 위기가 발발하면 이는 고스란히 그 나라에 자금을 투자한 100개국의 자금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또한 각국이 자금압박을 받아, 다른 건실한 재정을 가진 나라까지 대금회수를 압박하거나 평상시라면 유예해줄 자금을 긴급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한 나라의 경제 위기는 고스란히 부자와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있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노벨상에 수학상이 있다면 탈 수 있는 천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여 각종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사태 이후, 전 세계는 파생금융산업 등에 대해 감독관리를 역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까지 눈에 보이는 관리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골치 아픈 문제는 내버려 두고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자! 왜 세계는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아우성인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기본적으로 우리가 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인간의 욕심을 인정하고 이를 최대한 용인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남들보다 잘 살고 싶고, 좀 더 넓은 집에서, 좀 더 예쁜 옷을 입고,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차를 사고 싶어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것들을 가지기 위해선 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바로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하고, 일을 하며,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부자감세 덕분에 워런 버핏은 지난 2년 동안 150억 내던 세금을 70억원만 내면 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기업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실업률은 올라갔고, 고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수의 부자되엔 국민 대다수가 경기불황과 실업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세계화니 IMF, FTA니 하는 것들도 사실 이런 것들을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하에서 경쟁은 날이 갈수로 부자들이 유리해진다는 데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1천만원을 가진 이와 1억원을 가진 사업을 하면, 당연히 1억원을 가진 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1천억원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1천만원을 가진 이는 게임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의 세계가 바로 그렇다! 부자들은 그 돈을 가지고 정치가를 비롯해서 다른 이들과 결탁할 수 있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고칠 수 있다. 미국이 부시대통령 하에서 부자감세를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뉴스데스크>에서도 지적했지만, 워런 버핏 같은 부자는17.4%를 낸데 비해, 일반 회사원은 33%의 세금을 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월급쟁이들은 그들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냈는데, 워런 같은 이는 월급보다 주식으로 인한 수입이 크다. 근데 그 주식 배당금에 대한 세금이 겨우 15%에 불과하다. 이는 그냥 봐도 매우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워런 버핏을 비롯한 세계 초갑부들은 왜 증세를 요구할까? 그들이 세계평화를 걱정하기 때문에? 워낙 마음이 넓은 이들이라서? 유럽이야 그나마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사회에 퍼져 있는 편이지만, 미국은 그런 부분이 매우 적다. 이는 나라의 역사가 겨우 몇백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미국은 세금 증세보단 기부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돈을 버는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준 소명이라 여기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때문이다. 미국은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것을 온몸에 두드래기가 날 정도로 싫어한다. 부자증세는 큰 정부를 뜻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통큰 기부는 해도 부자 증세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그토록 싫어하던 세금의 증세를 요구하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늘날 부자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는 너무 극대화되어 양극화가 너무나 심화되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부자와 가난한 이의 소득격차가 20배가 넘어서면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소득격차(상위 10%와 하위 10%)를 보면 나날이 벌어져서 오늘날엔 무려 10배 이상 차이나고 있다. 참고로 칠레는 27배고, 미국은 14배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못 가진 자들은 방법이 없다. 그들은 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제 힘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당장 먹을 것도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절망에 빠져들고, 부자들에 대한 심한 적개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나라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바뀌어 폭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 같은 일도 사실 따지고 보면 사회정의나 자유와 평등 같은 고귀한 이상 때문에 아니라 먹고 사는게 막막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워런 버핏 같은 이가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이대로 가다간 망하겠다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부자가 부자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유지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선 가난한 이들조차 최소한의 먹을거리와 복지가 약속되는 사회가 되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선 국가의 수입이 늘어나야만 한다. 물론 워런 버핏같은 부자에게 당장 세금을 메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들에게 얼마간의 세금을 걷는다고 당장 세계경제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한 외국 시민이 말한 것처럼 이는 문제해결의 단추는 되어줄 수 있다. 아울러 초갑부들의 자발적인 증세요청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계층간 화해와 이해의 장이 되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가? 국세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는 무려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냥 봐도 우리 사회에 빨간 불이 켜져있다 못해, 위급함을 알리는 깜빡임 신호가 번개처럼 계속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상황에서 안철수 대학원장의 이야기는 부자들이라면 더더욱 곰씹어볼 이야기다. 가진 것을 조금 내 놓고 말 것인가? 아니면 욕심을 부리다가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인가?

얼마 전 반값등록금 시위를 한 대학생들을 비롯해서 청년실업자만 100만을 가뿐히 넘어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못해 절망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부자들은 앓는 소리만 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표지를 보면,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라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20대들이 무한경쟁에 떠밀려 무한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고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는 절망의 나락에 빠지고, 결국엔 견디다못해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 모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자들은 쉽사리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부자들이 기꺼이 증세를 요구하는 것은 이미 역사를 통해 그들이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어떠한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는가? 얻지 못했다면 그들은 멀지 않은 시일내에 역사적 교훈을 얻게 될지 모른다. 꽤 많은 댓가를 치루고 말이다. 그 전에 워런 버핏처럼 먼저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까?

 
참고: <10년후미래>, <88만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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