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소리 들으며 소녀상 2년간 지킨 대학생들

빨갱이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서명을 받던 소녀상 지킴이를 향해 지나던 노인이 한 말이다. 그는 “반일 감정을 일으키면 북한이 좋아할 것”이라며 학생들을 향해 혀를 찼다. 지난 28일 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 거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합의했다’며 위안부 합의안을 공식 발표를 했다. 합의안 발표 다음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타결안을 들고 외교부 차관이 찾아오자 "당신 어느 나라 소속이냐, 일본이랑 이런 협상을 한다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호통 쳤다. 이 과정을 온전히 지켜본 청년 대학생들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12월 30일의 일이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났다. 소녀상지킴이들은 비닐 천막 하나 놓고 만 2년, 정확히 730일을 거리에서 버텼다. 한파가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고 땡볕이 쏟아져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폐기될 때까지 소녀상을 지키겠다”며 모진 시간을 버틴 것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오후 중대 발표를 했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사실상 일본에 유리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정부의 발표를 보며 “또 다른 싸움의 출발점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새 정권 출범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농성장 철수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앞으로의 길 역시 여전히 녹록치 않다. 소녀상지킴이들은 온 힘을 다해 자리를 사수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방해가 계속되고 있다. 빨갱이라는 호통은 예삿일이다. 정부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소녀상 지킴이 활동 2주년을 맞아, 오마이TV가 지킴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왔다. 응원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취재 : 김종훈, 영상편집 : 김혜주)

ⓒ김종훈 | 2017.12.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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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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