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보낸 후, 엄마는 9번 교통사고를 냈다

1764일 전, 아들이 군대에서 죽었다. 고 김준엽 하사(살아있다면 27세)의 엄마 김운선(58)씨는 지금도 아들을 떠올리면 곧장 몸과 마음이 멎는다. 그리고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남는다.

'우리 아들이 왜 죽었을까?'

'쾅!'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발생한 교통사고만 아홉 차례. 엄마는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에 잠겨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생각의 끝은 항상 같다.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다는 것.

좁은 골목길 끝. 엄마의 집 입구엔 낡은 태극기 하나가 외롭게 걸려 있었다. 아들이 죽은 뒤 걸어둔 태극기는 5년 가까운 세월을 한 곳에서 버텼다. 낡고 헤져 축 처진 태극기를 보며 엄마는 한숨을 내뱉었다. 엄마의 목소리도 축 처져 있었다.

"우리 아들이 국가를 위해 죽었잖아요."

그러나 국가는 아들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이 죽은 까닭을 "불우한 가정환경"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가난해서 아들을 죽인 건가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 기자의 말
남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멀쩡하다고 해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아들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 엄마는 직접 아들의 사체검안서를 들고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를 찾아가야 합니다.

사실 엄마는 보상금을 주겠다는 종이 쪼가리보다 훨씬 더 절실한 게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정보공개, 진심 어린 사과, 따뜻한 위로,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웃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일상이 그들의 가슴에 콕콕 트라우마를 새겼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 차원의 군 트라우마센터를군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의미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바로 가기)에서 국가의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군 피해치유센터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 스토리펀딩 링크
- 프로젝트 :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7468
- 5화 :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30053

(글 : 소중한 기자, 영상 : 안정호 기자)

| 2017.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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