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가 했던 '극한알바' 택배터미널에서 50대 심근경색으로 사망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극한 알바' 체험을 하기위해 찾았던 경기도 군포의 한 물류터미널. 이곳에서 지난 3일 55세 남성 이모씨가 돌연사했습니다.

이씨는 영하 6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난방기구도 없는 곳에서 택배일을 하다가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날 처음 택배일을 하게 된 이씨는 2시간 가량 컨베이어 벨트위에 택배짐을 올리는 일을 하다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이후 바코드 찍는 일을 맡았지만 30분만에 쓰러졌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이씨를 사무실로 옮기고 119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두딸의 아버지인 이씨는 투잡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가장이었습니다.

경찰은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의료보험관리공단에 건강기록등을 요청했습니다.

이씨는 택배회사의 하청업체 소속이었습니다. 하청업체 측은 유족이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할 경우 받아들이겠다며 노동부 신고등 준비를 해뒀다고 밝혔습니다.

하하가 "악몽 꾸는 것 같아. 똑같은 게 계속 나온다", "내 팔이 없어진 것 같아"라고 고통스러워 할 정도였던 '극한알바' 택배. 정말 그렇게 힘들 일이었을까? 오마이TV가 군포터미널등 택배업계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취재했습니다.

군포물류터미널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는 '상하차 알바'들의 현실이 '무한도전' 방송에 나온 것보다 더 한 극한노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모 택배기사]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경우) 한 차 싣는데 30분 소요를 주는데 단 1분도 놀지 못하게 하죠. 라인에 레일이 계속 돌아가니까 그 빈 레일 보이면 또 감독하는 사람들이 이 새끼, 저 새끼 막말로 각종 욕지거리 다하죠...실제는 말도 못해요. 이 업계가 사람 취급을 안 해요. 오죽하면 밤에 나와서 먹고살려고 일을 하겠습니까. 근데 그 처우로라도 제대로 받아야 하는데..."

쉴 틈도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인데다, 욕설등 인격모독도 많다는 겁니다.

택배업계가 지난 10년간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택배회사간 경쟁으로 낮아진 수수료를 하청업체로 떠넘기면서 종사자들의 상황은 더 어려워 졌습니다.

[이모 택배기사] "(택배업무를 하청) 물류업체로 넘겨버린단 말이에요...(10톤 차로) 한 달 일하고 750 만 원 이란 돈이 있어야지만 유지되는데, 그 돈 보다 작게 떨어지니까. 지금 한 500~550 만 원이나, 이렇게 떨어지니까 (차량 유지비 약 300만 원, 구입비 제외) 나머지 250 만 원은 내 살을 내가 깎아먹는 거죠."

택배 기사가 택배 하나를 배달하면 받는 수수료는 약 700원. 아침 7시부터 상차작업, 오후부터 택배 300개를 배달하면 밤 9시. 송장 정리까지 끝마치려면 15시간을 꼬박 일해야 합니다.

[배모 택배기사] "10년 전만 해도 (택배 1개당 단가가) 천 2,3백원 정도 했었어요...지금은 700원...(아침7시부터 택배 분류, 상차 작업 후) 2시부터 배송하면 하루에 300개 배송해야 되는데 한 시간당 30, 40개밖에 못하거든요...9시까지 일 해야 돼요. 배송만. 그리고 들어오면 송장 정리하고...(집에 가서) 밥 먹고 한 시, 두 시에 잠들었다가, 이런 생활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계속하면 몸이 못 버텨요."

열악한 노동조건이지만 택배기사를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이런 상황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동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사무국장] "(택배 물류 업계 종사자들은)산재도 적용 안 되고. 노조권, 단체교섭권 이런 게 하나도 보장이 안 됩니다. 의무만 있고 권리가 하나도 없다보니까...회사에서 강요하는 장시간 노동, 운전, 쎈 노동 강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잖아요...(상하차 알바의 경우) 그게 너무 노동 강도가 세고 임금이 너무 박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오래 못 있어요...그럼 새로운 사람 오게 하고, (주급인 경우) 임금도 안 주고 2, 3일 (일) 했던 거, 너무 힘들어 나가버리니까. 완전 노동 기본권도 없고. 챙겨주는 것도 없고 완전 사각지대죠."

물류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와 TV홈쇼핑 시장의 확대, 해외직구 열풍을 타고 2015년 택배업계의 경기가 매우 좋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택배 종사자들의 처우는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곽승희입니다.

(영상 취재·편집 - 강신우 기자/CG - 박소영)

| 2014.12.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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