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청소노동자 "인간인데 어떻게 말도 안 하고 살죠?"

[윤화자(58) 중앙대 청소노동자 노조 분회장] "사람이 인간인데 어떻게 말도 안 하고 살고, 기분 좋으면 콧노래도 부르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거죠. 엄마들인데 어떻게 쥐죽은 듯이 일을 해요? 그럼 말이 아니죠.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나가지 말고 오줌도 싸러 가지 말고 근무만 하라고 해요."

오늘(8일) 오후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24일째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천막 안. 노조 분회장인 윤화자 씨는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도급계약서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한달에 115만 원 정도 받는다는 윤 분회장은 중앙대가 청소노동자들을 향해 '대자보나 구호 1회당 100만원' 지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한 것을 비판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윤화자(58) 중앙대 청소노동자 노조 분회장] "솔직히 파업하면서 목소리 안 외치는 데가 어딨어요? 외친다고 100만원? 100만원 물으라고 하세요. 월급 100만원 안 받고 죽을래요."

윤 분회장은 노동시간 조절 등 근무 조건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사용자인 중앙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화자(58) 중앙대 청소노동자 노조 분회장] "7시에 출근해서는 일을 하지 못해요. 법학관 화장실 하나 하는 데에만 1시간이 걸려요. 새벽 5시에 나와요. 그럼 2시간은 무노동으로 일을 하게 돼요."

하지만 중앙대 측은 계약 당사자들인 용업업체와 청소노동자들의 문제일 뿐 학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앙대 관계자] "학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니까 책임이 없는 거죠. 용역업체랑 알아서 해야죠."

대학 청소노동자 문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학교 청소로 월 130여만을 벌며 척추 협착증을 앓고 있는 남편과 함께 생계를 꾸려가던 박모 씨는 쓰레기 분리수거 한번 잘못했다는 이유로 11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00(58) 서울과학기술대 해고 청소노동자] "제가 휴지 한 조각 버렸다고 경위서도 아니고 시말서를 쓰라고 하니까 황당해서, 소장실로 가서 '소장님 여기가 공산국가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말일에 내가 짤릴 줄 알았습니까... 저는 '시말서 쓸 일도 아닌데 시말서를 썼습니다'고 그랬더니 (사장이) '안 받아줍니다, 안 씁니다'고 해서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 그냥 나와 버렸어요."

2011년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부터 해마다 끊이지 않는 불합리한 청소노동자 계약, 고용 문제. 과연 해법은 뭘까.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노동자의 일터가 책임을 질 수 있게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상식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직접고용을 하는 게 맞고... 용역으로 하더라도 원사업자가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도록 법을 바꾼다거나 그런 것은 조정할 수 있죠. 그렇게 간접고용으로 이용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비용이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건데 비용을 절감하는 건 사실 노동자 월급을 쥐어짜는 거 거든요."

어제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현장을 방문했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은 사용자의 직접고용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뒤, 이를 위해 간접고용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먼저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 "간접고용이 가장 위압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거죠. 어떻게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담겨요? 직접고용하고 인간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이죠. 다른 업체를 중간에 끼움으로써 그 관계를 약화시키고 인권침해가 수월해 지는 거죠. 누군가에게 넘김으로써. 그런 관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행복하고 활력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지만, 오늘도 인권유린과 부당해고에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 캠퍼스 청소노동자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4.01.0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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