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긴 '명품도시' 서울, 하늘 탓만?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21일.

예보에 없던 폭우로 인해 서울 광화문 일대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습니다.

석재로 새로 포장된 광화문 광장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했고, 턱없이 부족한 광장의 배수구도 제 기능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물에 잠긴 도로의 차선을 구분하지 못한 차량들이 도심에서 정체를 이뤘고, 연휴 첫날 외출에 나선 시민들은 물길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강수량은 259mm. 332mm와 273mm의 폭우가 내렸던 지난 1998년과 2001년 이후 기록한 가장 많은 수치였습니다.

서울시는 시간당 75mm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현재의 배수시설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비가 내려 침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가 추진해왔던 '디자인 서울'과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의 전시행정이 서울시의 침수 피해를 확대시켰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는 어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명품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중심부가 물에 잠기는 수모를 당했다'고 평하고 이번 수해가 '디자인 서울'을 내세운 서울시의 전시행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수해가 잘못된 우선순위에 의해 빚어진 인재라는 것을 깨닫고 재난예방체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오늘 오전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한 방재전문가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도 광화문 광장의 조성이 이번 수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진애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이 이 지역 수해의 원인이 아니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일축하며 '중대한 사안에 미리 재단하지도 포장하기도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폭우가 휩쓸고 간 서울광장. '디자인 서울'이 자랑하던 서울광장의 잔디밭은 빗물에 휩쓸려 가버리고 흉한 흙밭이 맨몸을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침수피해가 빈발한 반지하주택에 제제를 가하고 하수처리시설 보강 계획을 내놓는 등 수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외관 개선에 치중해 정작 시급한 수도시설 개선은 도외시한 서울시의 전시행정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촬영 - 최인성 / 편집 - 오대양>

| 2010.09.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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