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21 19:22최종 업데이트 24.02.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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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 차,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저출생, 경기침체 등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24주년 기획으로 2024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펴보고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며 내일의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지난 1월 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 연합뉴스

  
지난 1월 4일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70여 쪽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이후 많은 내용들이 잇따르고 있다. 2월 13일까지 총 11회의 열린 민생토론회가 개최되었고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연초에 진행되던 대통령 주재하의 부처 업무보고를 국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토론회 장소도 해당 분야에 관련된 기관이나 상징적인 곳으로 선정하고 있다.


다만 진행 형식을 놓고 봤을 때 부서의 업무보고가 주된 방식이 아니라 대통령이 주로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형식이라 토론보다는 발표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인 논란도 있다. 사실상 총선 공약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준칙 법제화 주장은 정치적 활용도구

집권 3년 차 중요 경제정책은 어디로 가는가? 전반적으로는 예산안 편성 당시의 기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몇 가지 중요한 흐름과 특징이 보인다. 전반적인 재정운용이 지출은 줄이고 감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첫째, 들어오는 돈인 세수 부족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이지 않다. 70여 쪽 중 단 한쪽에 언급된 '재정의 지속가능성' 항목에는 건전재정 기조 견지와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제도 구축이 기조로 되어 있다.

우선 건전재정 항목에는 재정준칙 법제화 지속 추진과 중복 수급, 국고보조금 관리체계강화가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는 원론적인 언급으로 보인다. 정권과 무관하게 기재부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준칙에 적자 한도(3%)를 포함시키겠다더니 2024년 예산안에서는 이를 넘어서는 3.9%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따라서 재정준칙 주장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수입의 핵심은 세금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세입 측면에서는 세수 확보다. 그러나 계속된 감세로 인해 세수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기조는 대규모 감세다. 국회에서 세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상당 부분 정부가 법령을 통해 감세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재정지출이 있다. 비과세 감면 즉 조세 지출이다. 조세 지출이라는 용어는 재정지출을 비과세 감면으로 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줄였으나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는 R&D 세액공제는 늘렸다. 세금 감면은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 감면하는 것이니 대기업 고소득에 이익이 갈 수밖에 없다. 

2024년 국세감면액(조세지출)은 77.1조 원으로 전년보다 7.6조 원(11%)이 증가했다. 특히 국세감면율은 국가재정법상 법정한도인 14%를 2.3%p 초과한 16.3%이다. 법을 위반한 것이나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재정준칙도 국가재정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있는 법도 어기는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 포함시키는 재정준칙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재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주장은 정치적 활용도구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재정건전성이라는 주장을 필요할 때만 사용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도 세수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2023년 예산상 수입은 400조 원이었다. 2023년 9월 정부는 세수부족을 인정하고 59.1조 원이 줄어든 341조 원의 수입으로 재추계했다. 정부의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11월 말 기준 324조 원이 들어 왔다. 12월까지 347조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세수입예상 367조 원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국세수입은 395조 원이었다. 계획상으로도 올해 수입이 2022년보다 28조 원이나 적다. 계획상으로도 부족한데, 만약 경제 상황이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아지지 않을 때의 상황은 우려 수준이다.

대안까지 없다면 더욱 난망한 상황 
 

지난해 10월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시작 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관계자들이 R&D 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둘째, 나가는 돈인 세출 부분에 대해서는 혜택만 언급되어 있다. 늘어나는 곳이 있으면 줄어드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책 홍보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입은 줄이고 지출을 늘린다면 결국 부채가 늘거나 다른 부분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수입이 늘지 않는데 지출을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3년도의 대규모 세수감소 발생으로 수입을 늘리지 못하다 보니 지출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정부에 지출하는 돈을 줄이고 R&D 예산을 줄이는 것이 지출구조조정의 대부분이었다. 

R&D 예산을 줄인 후폭풍을 경험한 결과 앞으로도 지출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2025년 이후 예산편성 시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으로 재정누수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안이 있어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하기 어려운데, 대안까지 없다면 더욱 난망한 상황이다.

2024년 예산에서 25조 원의 지출구조조정을 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확인이 가능한 지방에 주는 돈 15조 원과 R&D 예산 5조 원 등을 합친 것이 그 내역일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

보조금 문제는 이제 현 정부 정책의 중심 기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재정의 규율이나 지출구조조정을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부정수급은 꼭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틀림 없지만 주요한 개혁 방향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액수도 미미하다. 보조금 사업 자체와 정산 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정수급 문제를 국정과제로 삼을 경우 자칫 보조금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없애야 할 보조금도 있지만 의미 있는 보조금도 있기 때문이다.

재정의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제도 구축은 원론적인 내용이다.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고도화되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국가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국민연금 누적적립금이 1000조 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건강보험 1년 예산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영향이 엄청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올해 특위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다층적인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건강보험은 정신건강 지원 확대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서도 의료서비스 과다 이용자에 대한 본인 부담금 인상 등 지출구조 효율화 추진이나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 부과 기준을 개선하는 감세조치로 볼 수 있는 사업이 주된 내용이다.

물론 필요한 일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 한쪽, 30줄도 안 되는 재정 관련에 들어가는 주요한 내용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빈약해 보인다.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거버넌스 문제가 있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발표를 보면 정부 내 거버넌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대통령 업무보고 형식으로 진행된 것이나 여기에는 금투세 이야기가 없다. 사안이 중대한데도 자료에는 없고 대통령의 지시로 발표되었다. 사전 조율은 일종의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벗어난 선거용이라는 비판은 차지하고라도 정부 내에서 논의도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주식 공매도 금지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차원에서 유지되는 것인데 갑자기 진행되어 보수언론조차 반대하는 상황이다.

야당이나 시민사회, 언론과의 조율은 고사하고 정부 내에 협력적인 거버넌스도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나라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결정이 아니라 과정이다. 더구나 행정에서는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갑자기 R&D 예산이 줄어든 것도 그러한 사례이다. 어느 정도 밝혀진 것처럼 담당 부서의 계획에는 전혀 없던 것이 순식간에 뒤집힌 사건이었다.

특히 예산은 법이 아니다 보니 행정부의 독주를 막기 힘들다. 일반법도 시행령이라는 변칙적 방법으로 행정부 의도대로 적용하는 현실에서 법이 아닌 예산은 더욱 심각한 우려가 든다. 조세지출이 국가재정법을 어겨도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행정에서 절차를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무너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기관들과의 거버넌스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잠정 결산인 '2023 회계연도 총세입 총세출 마감결과'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부세(금)가 나온다. 이를 두고 정부는 지난해 9월 23조 원 미지급을 통보했는데 이후 생각보다 조금 더 걷혔다고 12월에 3조 원을 더 지급했다. 찬물과 뜨거운물을 번갈아 가며 주는 형태의 예산집행이다.

지난해 정부가 쓰지 못한 예산 불용액이 46조 원에 육박해 불용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결산상 불용액이 45조7000억 원이지만 '사실상 불용' 규모는 10조8000억 원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불용"이라는 기상천외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더구나 나라살림연구소에서 낸 "'사실상 불용' 말장난이 감춘, 지방정부에 강요한 불용" 보고서에 대해 "지방교부세·금, 법에 근거해 국세수입 감소시 감액조정"이라며 무리하게 변명하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모습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한 번째,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민생토론회에서 연일 쏟아내는 사실상 총선 공약들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포퓰리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민중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펴는 것이 문제일 수는 없다. 문제는 종합적인 고려 없이 발표되는 정책들이 가져올 결과이다.

재정 측면에서 세수는 줄고 지출은 줄이지 못해 결국 빚을 낼 수밖에 없다. 2024년 국가부채는 61.8조 원이 증가하여 1196조 원에 이를 예정이다. 물론 이것은 계획대로 세수가 들어왔을 때를 전제한 것이라 빚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은 누적 기준 117조 원이다. 이는 국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나마 4조 원은 못 갚고 해를 넘겼다고 하고 이자만도 1506억 원이다. 1196조 원의 국채이자까지 더하면 웬만한 세금보다 더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 이자지출액 합산액은 총 28조 8410억 원에 이른다. 국고채이자상환액은 22조4916억 원으로 전년대비 17.1%(3조2860억원)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각국에 세입 기반 확보를 권고하고 있고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철 지난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나 정반대의 재정운용행보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의 경제와 재정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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