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2 06:57최종 업데이트 23.11.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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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차관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사진 왼쪽부터) ⓒ 대통령실

 
총선을 앞두고 내각에 사실상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임명된지 불과 반 년밖에 안 된 차관들도 줄줄이 출마가 예상돼 논란입니다. 거론되는 인사들은 지난 7월 대통령실에서 일하다 각 부처 차관으로 옮겨간 이른바 '윤심 차관'들이 대부분입니다. 인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인 차관 임명을 통해 이들에게 선출직 도전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현실이 된 셈입니다. 국정 수행의 핵심 자리인 차관을 총선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6개월짜리 차관 출마자는 5명 안팎입니다.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차관으로 영전해 '실세 차관'으로 꼽히는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고향 대구·경북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김 차관과 함께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일하던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가 유력하고,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있던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충남 아산 등 자신의 고향 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출신은 아니지만 6개월 단명 차관으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출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강원도 원주공고 출신인 장 차관은 고향인 원주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권에선 장 차관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총선 카드'로 활용도가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임명돼 차관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나 평가가 형성되기도 전에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양수산부 장차관, 동시 출마설 논란 

해양수산부의 경우 박 차관과 함께 조승환 장관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습니다. 장차관 출마설이 동시에 나오는 건 매우 이례적인데, 두 사람 모두 고향이자 해양수산업계의 영향력이 강한 부산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실제 해수부 수뇌부의 동반 총선 출마 현실화는 미지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국정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관가에서 나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해수부의 장차관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여권에선 '윤심 차관'들의 경우 충성도가 높고 관료로서 경험도 쌓아 총선 출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들을 차관으로 보낼 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홍보수석이 브리핑까지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집단을 이번 인사로 흔들어 '일하는 부처'로 만들겠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이들을 총선에 출마시키면서 명분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이른바 '용핵관'을 국민의힘에 심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최근 장차관 출마설이 쏟아지면서 세종을 비롯한 공직사회는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장관만 해도 10명 가까이 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공직사회의 모든 관심이 각 부처 장차관이나 용산 참모들의 출마 여부로 쏠리면서 정부의 국정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장차관의 출마설이 올해 초부터 이어져 조직 내 동요와 피로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출마설이 도는 부처의 실무 공무원들이 인기 없는 정책 추진을 뒤로 미루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가 총선 흐름에 휩쓸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민생 우선'을 강조하지만 실제론 민생을 집행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 부처의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총선 때마다 장차관이나 대통령 참모들이 출마하는 일이 반복됐지만 이번처럼 크게 요동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총선 승리에 집착하다 국정이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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