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1 12:28최종 업데이트 23.10.2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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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택시 완전월급제 이행과 회사(해성운수)의 임금체불 등에 항의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지난 6일 숨진 가운데, 이날 오후 택시기사 동료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당 관계자들이 모여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박수림


또 다시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9월 26일 '임금체불 문제 해결'과 '완전월급제 완전 정착'을 외치며 분신한 방영환씨가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분신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기사화되었기에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는 것은 크게 의미 없을 것 같다. 명백하게 사업주가 잘못했고, 항의시위하는 방씨에게 폭력을 휘두른 회사대표는 이미 검찰에 송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연이은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 소식을 들은 것이 불과 몇 년 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산업과 기존 산업 구성원 간의 갈등'이라는 핫한 주제와 맞물리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반면 이번에는 그때만큼 사회적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


'완전월급제'와 같은 문제들이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상 관심을 끌 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방영환씨가 돌아가시면서 외쳤던 '완전월급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87년 6월 항쟁에서 외쳐진 완전월급제
   
우선 택시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로 나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개인택시는 개인사업자이므로 완전월급제와 상관이 없다. 완전월급제는 회사로부터 택시를 제공받아 운행하는 법인택시 운수종사자(이하 택시노동자)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동안 택시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지배적인 임금제도는 사납금제였다.

사납금제도는 택시노동자가 1일 동안 벌어들인 운송수입금 중 회사가 정한 금액(이하 사납금)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택시노동자 본인이 가져가는 방식의 임금제도를 말한다. 반면 '완전월급제'는 원칙적으로 운송수입금 전체를 회사에 납부하고(전액관리제) 대신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임금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사납금제와 완전월급제를 둘러싼 논쟁은 생각보다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배포된 성명서에 '완전월급제 쟁취'가 명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87년 상반기에 진행된 서울지역 택시 단체교섭의 가장 주된 요구가 '완전월급제'였던 점을 보면 이미 30년 전부터 '완전월급제'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있었음을 알 수 있다.
 

87년 6월항쟁 중 매일 오후 6시에 경적을 울리며 투쟁했던 부산 택시기사들의 성명서 ⓒ 부산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30년 동안 노동조합이 요구하였음에도 사납금제가 최근까지 지배적인 임금제도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은 왜일까? 우선 사업주 입장에서는 사납금제가 월급제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을 많이 하든 안하든 사납금은 동일하기 때문에 일일이 직원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또한 길이 막히든, 비가 오든, 경쟁 택시수가 너무 많든 사납금제는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경영상 리스크도 줄여준다(그렇다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면 완전월급제를 하게 되면 근로시간 내에 직원들이 성실히 일을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지금에서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실수령액이 많은 사납금제 회사가 있으면 인력을 뺏기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택시노동자의 입장에선 어떨까? 입장이 상당히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월급제를 옹호하는 입장은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게 됨에 따라 최소한의 월급이 보장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저임금 개정과 맞물리면서 더욱 효과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집어볼 것이 있는데 택시 운수 종사자의 소득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 자료에 따르면 택시운전원의 임금은 '하위(25%) 2486만 원, 중위값 2800만 원, 상위(25%) 3004만 원'으로 대략 평균적으로 월 23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주 40시간 기준의 최저임금(2022년 약 206만 원)과 비교하면 크게 높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개인 간의 편차는 있겠지만 이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 2020년에 진행된 연구(한국노동연구원 2020.03. 택시산업 활성화 및 운수종사자 처우복지 개선방안 연구/최윤, 택시산업 운수종사자의 처우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2023.8.에서 재인용)에서는 1일 근로시간이 평균 10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도 차이는 있지만 택시노동자가 장시간 근로를 한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시간을 감안하여 임금을 다시 살펴보면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퇴직금이 올라가는 효과 등을 감안한다면 택시노동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반영되어 지급되는 완전월급제를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월급제가 유리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여전히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택시노동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2022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택시노동자 중 43.3%가 사납금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돈을 벌면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실수령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납금을 초과한 초과이익금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를 알기가 어렵다. 이러한 금액은 4대 보험과 세금 납부에서 실질적으로 제외되는 소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퇴직금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월급제의 기초가 되는 전액관리제가 되면 전체 운송수입금이 회사에 들어갔다가 택시노동자에게 분배되는 과정에서 4대보험 부담분과 퇴직금 부담분이 고려되면서 공제금액이 늘어나 실수령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퇴직금과 실업급여, 국민연금이 기존보다 많아지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아니므로 사납금제에 비하여 손해라고 느끼게 된다. 당연히 전액관리제보다는 기존의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여 2022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객자동차법에 의해 의무화되어 있는 전액관리제 폐지를 국토부에 건의하는 일도 있었다.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2019년 3월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합의안에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전현희 위원장,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이 서명했다. ⓒ 연합뉴스


이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먼저 '전액관리제가 의무화되었다'는 점이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 도입으로 촉발된 택시업계와 플랫폼 기업 간의 갈등은 2019년 4개의 택시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당시 합의에 기초하여 정부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전액관리제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도록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했다. 즉 현재로서는 전액관리제를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해할 것은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완전월급제는 근로시간과 연동된 임금체계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금의 처리방법을 정한 것일 뿐, 입금 분배 방식(즉 '임금체계')을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다보니 전액관리제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실제로는 사납급제와 유사한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구성한다. 기존 사납금제에서 지급되던 고정급 정도를 기본급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기존 사납금과 유사하게 실적급 지급기준(흔히 '기준운송수입금'이라고 칭한다)을 만들어 대부분의 급여를 실적급으로 지급하여 사실상 기존 사납금제와 별다르지 않은 형태를 만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성과급 지급 기준은 퇴직급여 충당금과 4대보험 부담분을 고려해서 기존의 사납금 지급 기준보다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액관리제를 실시한 사업장의 택시노동자가 받는 실제 수령액이 기존 사납급제보다 낮아지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전액관리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수령액이 일부 낮아진 것을 빼면 장시간근로와 낮은 임금수준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다음으로 '택시 근로자의 최저임금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산정 시에는 생산고(택시기사가 손님에게 받은 수입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의미)에 따른 임금이 포함된다. 당연히 사납금으로 지급되던 금액도 최저임금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09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정범위에서 제외한다. 즉 직원 수령액이 아무리 높더라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게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월 고정급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월 고정급을 높인다면 사납금제도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편법이 동원되기 시작한다. 택시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특례규정을 활용하여 최저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턱없이 줄여버린다. 예를 들어 운행시간이 12시간이더라도 노사간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정하면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4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아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된다.

물론 이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긴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로자대표의 합의를 받아 소정근로시간을 현저히 줄이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또 반전이 이루어진다. 대법원에서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2019년 사회적 합의에서는 아예 "5.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한다."고 명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를 신설하여 "일반택시운송사업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제58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정할 경우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하여야 한다"고 정해버린 것이다. 앞서 말했던 '소정근로시간 줄이기'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다만 이 법률은 2021년부터 서울특별시에서만 적용되고, 나머지 지역은 공포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시행일을 정하도록 해놓았다. 법률 공포일이 2019년 8월 20일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특별시 이외의 지역에도 적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이제 완전월급제 도입은 좋든 싫든 기정사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제 완전월급제 도입이 안착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만약 이 제도가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로 인하여 안착되었다면 고 방영환씨가 '완전월급제 도입'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인이 다니던 사업장은 서울 소재지로 이미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가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이미 택시 사업주는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를 수정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직원들에게 떠밀린 직원대표들도 이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았을 때 향후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는 좀 어려운 상태이다. 사회적 대타협에 직접 참여했던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잘 유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소비자와 시민에게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
 

승강장에 줄지어 서있는 택시 ⓒ 연합뉴스


완전월급제와 관련하여 전개되었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솔직히 필자가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보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글을 읽으면 '택시사업주가 꼼수를 쓰는 것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당사자들 간 이해 문제는 당사자 간에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문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택시 소비자인 내 입장에서는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라는 질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짧게 필자의 생각을 말한다면 '월급제가 지향하는 바로 가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이 이야기를 전부 다루려면 글이 너무 길어진다.

그래도 핵심만 짚자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택시서비스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기반한 택시 서비스'보다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택시 노동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또한 '법인택시의 생존'이 아닌 '대중교통 서비스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라본다면 분명 사납금이라는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월급제라는 새로운 시도가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생각 정도를 밝힐까 한다.

이 글이 전액관리제와 완전월급제 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쟁점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고인이 되신 고 방영환씨의 명복을 빕니다.

*필자 소개: 김의석은 공인노무사로 20년 조금 넘게 일하고 있다. 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장의 노동시장 변화와 노사관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생활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나은 변화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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