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0 15:42최종 업데이트 23.08.11 15:51
  • 본문듣기

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된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모습. 이날 사고는 9층 규모의 건물에서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매몰된 2명은 베트남 국적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 연합뉴스

 
철근이 빠진 '순살 아파트' 사태로 부실 공사에 대한 시민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엔 경기도 안성의 한 신축 상가 현장이 붕괴돼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가 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을 지탱하던 '데크플레이트(철강 패널)'가 무너져 내려 8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매몰된 것이다.

통상의 거푸집 공법과 달리 아래층에 동바리(지지대)를 놓지 않아도 돼 원가가 절감되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쓴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순살 아파트' 사태의 시발점이 된 GS건설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유리한 '무량판(들보·벽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떠받치는 방식)' 공법을 썼다가 붕괴된 것과 비슷한 구조다.


30년 이상 타설공으로 일한 김용기씨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건설사들은 이론상 데크플레이트가 10m라면 그 구간에 가해지는 하중이 모두 똑같아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실제 콘크리트 타설 땐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라며 "콘크리트는 굳기 전에 물처럼 흐르는 성질이 있어서 가운데 쪽으로 콘크리트가 모이고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붕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자들도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못하겠다'고 하면 팀이 교체되고 현장에서 쫓겨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성의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콘크리트 타설 중 데크플레이트가 무너져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지난해 4월(대전 중구)과 7월(대전 중구) 공사 현장에서도 데크플레이트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데크플레이트는 아래층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측면 이음부 부분의 용접이 완벽해야 하는데, 현재의 '빨리빨리' 분위기에선 불량이 나오기 쉽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같은 안성 지역에서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5명(지난해 3명·올해 2명)이 데크플레이트 타설 중 목숨을 잃었다"라며 "건설사들은 동바리를 받치지 않아도 되고 하층부 작업이 편하기 때문에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무량판과 마찬가지로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문제"라며 "공법 사용을 즉각 중단하거나 긴급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오전 11시 47분께 9층 상가 건설현장에서 매몰 사고가 났다.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2명은 20대·30대로 친형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