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3 06:50최종 업데이트 23.07.0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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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존심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한 장관은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된 검찰 조직 복원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정치적 편향성만 두드러졌지 수사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50억 클럽' 수사에서 곽상도 전 의원 무죄에 이은 박 전 특검 기각으로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새 정부들어 야당을 겨냥한 수사에 과도하게 전력을 쏟은 결과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박 전 특검 영장 기각 사유는 검찰에 치욕적입니다. 법원은 대장동 일당의 청탁 내용이 박 전 특검의 직무에 해당하는지, 청탁의 대가로 받았는지, 5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는지 등 모든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사건의 전모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본 겁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혐의가 이렇게 철저하게 부정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검찰의 완패"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박영수 전 특검 영장 기각 사유, 검찰에 치욕적

일각에선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복수의 판사가 같은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박 전 특검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이고, 전날 박 전 특검의 공범으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양재식 변호사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였습니다. 두 판사의 영장 기각 사유도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다른 판사가 똑같은 판단을 한 것은 그만큼 검찰 수사에 허점이 많았다는 방증입니다.  


검찰의 박 전 특검 영장 기각 사태는 '50억 클럽' 수사를 자신한 한 장관으로서는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 2월 곽 전 의원 무죄 판결로 여론이 들끓자 "저도 100% 공감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구성된 수사팀에서 기소한 것으로, 새로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후반전에 반드시 진실을 찾아 정의를 바로 세우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5개월 만에 '빈 말'이 됐습니다.  

검찰의 수사 의지와 수사력 부재는 박 전 특검 딸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서도 확인됩니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며 11억 원을 빌렸고 대장동 아파트 분양도 받았습니다. 박 전 특검 금품수수와 관련성을 충분히 의심할만 한데도 딸에 대해서는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영장이 기각되자 딸을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검찰이 곽 전 의원 뇌물 수사에서 아들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다 무죄 판결 직후 뒤늦게 뇌물수수 공범으로 입건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 일성부터 '검찰 수사력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진짜 검찰 개혁은 사회적 강자도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업무보고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된 검찰의 수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기조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확대하고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으로 1년 만에 검찰 조직을 완전히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렸습니다.

하지만 조직 확대에도 검찰의 수사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전 정권과 야당 관련 수사 외에 검찰이 딱히 수사 성과로 내세울만한 게 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말로는 사회적 강자도 수사하는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대통령 주변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50억 클럽' 수사도 문재인 정부 검찰의 실력 부족을 탓했지만 정작 '윤석열 검찰'도 나은 게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주 소환하는 '이권 카르텔'은 정작 집권세력과 검찰, '50억 클럽' 당사자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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