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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의 70여개 단체로 꾸려진 탈핵부산시민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9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 계획안 통과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부산시에 의견수렴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지역의 70여개 단체로 꾸려진 탈핵부산시민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9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 계획안 통과를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부산시에 의견수렴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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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 안에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의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안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9개월, 황주호 사장 취임 6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정부는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해당 시설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의 영구처분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역에선 여론이 끓고 있다.

원전 내 핵폐기물 임시저장 공식화

한수원은 지난 7일 올해 첫 이사회를 열어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는 원전 부지에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포화에 다다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겠단 계획이다. 인허가와 공사 등을 거쳐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잡았다. 한수원은 중간저장시설 확보까지 운영 등을 부각하며 시기가 한시적이란 점을 해명했다.

원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이상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나온 핵연료 다발체는 현재 습식 수조 내에 임시로 보관 중이다. 하지만 조만간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 각 원전의 저장용량이 꽉 차는 시점은 고리 2031년, 한빛 2031년, 한울 2032년 등이다. 반감기만 수만 년에 이르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은 그야말로 골칫거리다.

그런데도 한수원이 '선 결정, 후 통보'식 대응에 나서자 부산지역은 강하게 반발했다. 고리원전을 낀 기장군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 동의 없는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라며 정종복 군수 명의의 공개적 입장문으로 맞섰다. 기장군의회는 "지역주민을 다 죽인다"라는 펼침막을 들고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항의 방문했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포화로 치닫는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을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임시 저장하겠단 계획이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포화로 치닫는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을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임시 저장하겠단 계획이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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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시민사회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긴급성명에서 한수원에 대한 비난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수명연장의 걸림돌인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포석을 놓았다"라고 규탄했다. 부산YMCA·YWCA 등 지역의 10여 개 단체가 모인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역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350만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설명회조차 한 번도 없었다"라며 추가 대응을 경고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9일 부산시청 광장을 직접 찾아 '영구핵폐기장 결사반대' 손팻말을 들었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 부산참여연대, 부산여성단체연합 등 60여 개 단체가 모인 이 연대체는 '절차와 과정', '안전성 검증' 문제 등을 따져 물으며 한수원과 정부를 성토했다. 이들은 "핵발전소 지역에만 위험, 무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날 시는 유감 표명과 동시에 주민 수용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김현욱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시의 부족한 대응을 꼬집었다. 이보름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 또한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부지 내 저장이나 영구화에 반대한다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앞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은 텃밭인 부산을 찾아 핵폐기장화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법안 통과를 막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하지만 정의당 부산시당은 "지역주민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영구저장시설 반대 입법을 강력히 주장하나 결국은 임시 저장시설 건설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며 공허한 외침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이번 결정은 노후원전을 둘러싼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됐다. 지역 사회는 고리2호기 계속운전 문제뿐만 아니라 건식저장시설 철회를 범시민운동 차원으로 다뤄나간단 방침이다. 보수, 중도부터 진보까지 113개 단체가 결집한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의 관계자는 "21일 공식 발족식을 갖고, 부산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핵폐기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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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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